[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국내 항공 업계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정부의 ‘항공운송사업 신규면허 심사’다. 현재 항공시장에 신생 항공사가 투입되느냐를 결정짓는 일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정확히는 신생 저비용항공사(LCC)다.

최근까지 국토교통부가 신규면허 발급신청을 받은 결과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등 4개 항공사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화물은 가디언즈항공 한 곳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들어 이들의 면허 심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국토교통부는 신생 항공사와 면허 심사 관련 면담을 하고 사항을 논의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사업자 선정을 앞둔 예비 LCC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들의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들이 많다. 기존 항공업계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기존 업체들은 현재 포화상태인 데다 향후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면서 신규 항공사 진입을 경계한다. 다만 신규 항공사들은 차별화된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기존 LCC “이미 레드오션이다”

기존 LCC들은 지방 거점 신생항공사들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몰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금까지 항공업계 호황이 유가 영향이라고 말한다. 억눌린 제주도 여행이나 해외여행 기회가 생기면서 단기간에 성장한 것이 LCC다. 그런데 항공여객이 급팽창의 끝물에 신생 LCC가 들어온다는 것이 기존업체들의 주장이다.

국내 LCC 관계자 A씨는 “신생 항공사들이 지방항공을 거점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국내 시장 사정은 지방공항 활성화 역행 중이다”라면서 “제주공항은 신공항이 들어서야 자리가 생긴다. 다른 국내선 공항도 슬롯이 바닥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해외 공항에서 취항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선 근거리는 국내 항공사들이 대부분 슬롯을 장악한 상태다. 장거리 노선은 경쟁력이 미비해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생 LCC들이 지방 거점이라 할지라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어서울의 경우 단독노선을 줄이고 대도시 위주의 인기노선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다른 LCC 관계자 B씨는 “취항한 해에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기존 LCC와 같은 노선에서 경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또 “LCC 출범 이후 대한항공이 국내선 운임 적자를 감수하면서 동결한 것이 영향이 컸다”라면서 “당시 LCC들은 매출 100%가 국내선 매출이었기 때문에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지금에서야 진입한다면 최소 7~10년은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자본금을 가지고 시작해야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LCC “소비자를 위해 선택 기회 늘려야 할 것”

이에 반해 신생 LCC의 한 관계자는 “적자 문제는 이미 국토부 면허 허가 기준이 높아지면서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면서 “이미 여러 신규 항공사들이 자본금을 면허 허가 기준을 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규 LCC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150억원 이상(국내 여객 및 화물 50억원), 항공기 5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앞서 기업회생에 돌입했던 한성항공의 초기자본금이 22억7000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해 책정된 자기자본금 기준이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지주사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 148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인천 기점의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노선 전문 항공사임을 앞세워 1650억원 규모 시리즈B 의향서(LOI)를 받아냈다. 다만 에어프레미아는 LOI라는 점을 고려할 때, 등기부 등본상 납입자본금은 실제로 적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토부 면허 심사 기준에서 향후 자본조달 성격의 자본금은 제외된다.

기존 항공사의 항공기 증편 수요를 살피면 신규 LCC가 진입해도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도입 현황을 보면 해마다 13~20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왔다. 국제항공운송 신규 면허요건이 항공기 3대 보유 조건인 것을 고려하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4~6개의 항공사가 신규 진입한 것과 유사한 결과에 해당한다.

C씨는 “기존 항공사들이 향후 LCC시장 성장의 우려가 있다면 항공기를 증편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내 항공시장을 간략히 요약하면 항공이용객이 매년 최대치를 기록한 호황기에, 국내 항공사들은 최대 수익을 내고 있고, 기존 항공사 대부분이 항공기를 자체 증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항공사 수도 마찬가지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항공사 수는 적은 편이다. 항공선진국인 유럽은 우리와 인구규모가 비슷한 경우 2~3배가 넘는 항공사가 운영되고 있다. 인구가 조금 많은 독일(8200만명)은 무려 41개 항공사가 있다. 인구수가 거의 비슷한 영국(6500만명)과 프랑스(6600만명)는 각각 27개, 25개 항공사가 있다. 아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가 3분의 1 수준인데도 불과하고 항공사 수는 개다. 인구수가 비슷한 태국은 10개의 항공사가 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500만명인데도 5개의 항공사가 운영되고 있다.

가장 핵심은 소비자 편익 증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항공사 진입이 가격인하 효과로 이어져 소비자가 편의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생 LCC 관계자 D씨는 “사업자 수가 증가하고 경쟁이 활발해질수록 가격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제 항공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면서 “국내 FSC와 LCC 항공권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 신규 항공사 진입은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항공권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항공 시장별 소비자 물가지수대비 국제선 가격은 지속적인 인하 추세다. 그러나 2017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김포-제주 노선의 성수기 항공권 가격을 조사한 결과 대한항공은 11만3200원, 아시아나항공은 11만9200원이지만 국내 LCC들은 10만1200~10만4100원으로 대형항공사(FSC)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한편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2019년 항공수요 예측 및 전망’에 따르면 2019년도 국제선은 약 9.01% 증가하고,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수요가 약 19.6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선은 약 0.98%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국제선 화물은 약 4.87%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국내선 화물은 전년 대비 약 6.36%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