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2차전지 소재 전문기업 에코프로비엠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가치 평가 기준으로는 EV/EBITDA를 선택했다. 최근 몇 년간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대표 평가 기준 지표인 PER 적용 시 밸류에이션이 낮게 책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인율은 다소 높게 책정됐다. 고평가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 전문기업 에코프로비엠은 내달 14~15일 이틀간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희망 밴드는 3만7500~4만2900원이다. 수량은 300만주로 예상 공모총액은 1125억~1287억원이다. 주관업무는 대신증권이 담당한다.

▲ 양극활 물질 시장점유율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016년 상장사인 에코프로의 2차전지 사업부문이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이니켈계 양극활 물질을 생산한다. 전방산업인 전동공구와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면서 실적 또한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4060억원으로 전년동기(1956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배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가파른 실적 상승에도 주관사단은 가치측정 지표로 EV/EBITDA를 적용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는 PER이다.

EV/EBITDA는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성 비용 지출이 높은 기업에 적용한다. 영업이익은 물론 당기순이익이 과도하게 낮아져 기업가치가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의 감가상각비는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604억원으로 전년동기(198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가 PER와 EV/EBITDA 지표를 두고 고심했던 것으로 안다”며 “에코프로비엠이 설비투자 등을 대폭 늘리는 만큼 감가상각비도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기순이익 대비 감가상각비 증가폭이 높아 PER을 평가 기준에서 제외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이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 등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EV/EBITDA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평가액 대비 할인율을 27.2~36.4%로 책정했다. 통상 20~30%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공모가를 낮춘 셈이다.

에코프로비엠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대부분을 시설자금에 쓸 계획이다. 지난 2017년 CMA4N 공장 착공, 2018년 CAM5 착공에 이어 올해 하반기 CAM6 착공이 예정돼 있다. CAM6는 포항시와 체결한 MOU에 따라 영일만 산업단지 5만평 부지에 건립된다. 투자 규모가 확대될 수도 있다. 기업공개로도 자금이 부족하면 재무구조 등을 감안해 추가 조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