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헤나 염색제는 ‘천연’이라는 광고로 중장년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최근 홍보 문구와는 다르게 사용 후 발진과 가려움, 피부 착색 등 부작용 증상 발생 사례가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제조·판매사들은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와 업체 간의 대립되는 의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한 천연 염색이라 해서 믿었는데, 지금 얼굴은 흉측하고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본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해도 업체는 소비자 탓만 하고 있다. 헤나는 내 인생을 망친 독극물이다.”

서울에 사는 김 모 씨는 이렇듯 헤나 염색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며 <이코노믹리뷰>에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시중에 판매되는 헤나 염색제 제품을 사용한 후 색소침착과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겪고 있었다.

이처럼 최근 ‘100% 천연성분’이라는 제품의 문구를 보고 염색했다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최근 3년 10개월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들어온 ‘헤나 위해’ 사례는 모두 108건이었다. 2015년 4건에 불과하던 헤나 관련 위해 사례는 2016년 11건, 2017년 31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현재까지 접수건수는 모두 62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 대비 121.4%나 급증했다.  

▲ 헤나 염모제 부작용 접수 건 추이. 출처=한국소비자원

부작용으로는 피부 발진, 진물, 가려움, 착색 등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했는데 최근 피부 착색이 전체 사례자의 59.3%(64건)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증상은 머리 염색 후 이마, 얼굴, 목 부위로 점차 진한 갈색 색소 침착이 나타나 검게 착색되며 수 개월간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16일 논란이 된 ‘헤나방’ 합동조사에 나선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제품 수거와 현장 조사로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피해자 보상해라” VS “패치테스트 안 한 소비자 탓”

헤나는 인도와 네팔에서 자라는 열대성 관목 식물인 로소니아 이너미스의 잎을 말린 가루다. 사용방법은 가루에 물을 섞어 머리카락에 색을 들이는 방식이다. 천연 헤나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화학약품을 섞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식물 원료인 헤나 성분의 부작용 발생은 화학물질의 독성에 따른 이상 반응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헤나방에서 시술을 할 때 패치테스트를 하라는 말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은 적이 없다”면서 “본사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보상을 요구했지만 부작용에 대한 사과조차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헤나 염모제 관련 커뮤니티에도 김씨와 같은 증상을 겪은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헤나 염모제 제조·판매 회사는 소비자의 의견에 반박했다. 오히려 개인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뿐, 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알레르기 반응 등 사전에 패치테스트를 하지 않은 소비자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관련 업체들은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고 사건 해결과 보상책보다는 소비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익명의 한 유저는 “본사에 착색된 피부 사진을 보내 항의했지만 병원에서 헤나 염색으로 피부가 착색됐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진단서를 가져오라는 답만 돌아왔다”면서 ”실질적으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할 것 같아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박미연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전문의는 “블랙이나 브라운 등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짙은 색상을 내려면 적은 비율이더라도 화학성분이 첨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대표적인 첨가제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은 접촉피부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강력한 민감제다”고 설명했다.

 

헤나 염모제 부작용, 그 원인은?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식약처 심사를 통과한 헤나염색약이 부작용을 일으킨 원인을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식약처 심사를 받은 제품일지라도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한이 필요한 원료의 사용기준을 초과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업용 착색제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은 천연원료인 헤나의 착색력을 보완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데, 현재 이 원료는 산화형 염모제에 한해 전체의 2.0% 이상 첨가할 수 없다. PPD는 조금만 들어가도 접촉성 피부염과 가려움증과 같은 염색약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성분이다. 만약 이 기준을 위반한 업체가 적발된다면 식약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게 된다. 1차 적발 시 해당 품목의 제조 또는 판매 업무정지 3개월에 처해지며 영업정지는 최장 12개월(4차)까지 가능하다.

▲ 헤나 염모제 부작용 부위별 현황. 출처=한국소비자원

다른 원인으로는 헤나 성분 자체가 일으킨 알레르기 반응이다. 지난해 3월 대한피부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100% 순수 헤나를 사용한 이후에도 색소성 접촉피부염이 발생한 사례가 발견됐다. 논문에서는 헤나 염색 후 나타나는 색소 접촉성 피부염은 다른 첨가제가 아닌 헤나 성분 자체의 독성에 의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원래 헤나 성분은 식약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규정에 따라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지정돼 있다. 다만 ‘염모제에서 염모성분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어서 염색 제품에만 사용돼 왔다. 헤나 성분이 얼마나 염모제에 첨가될 수 있는지 비율은 원칙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은 제품의 홍보 문구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체가 홍보에 사용한 광고 문구에 대해 소비가 마치 제품에 의학적 효능이 있거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화장품에 대해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나는 표현으로 ‘부작용이 전혀 없다’, ‘모발이 회복된다’ 등의 표현은 사용하면 안 된다.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거나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난 표현을 써서 광고했다면 화장품법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이에 소비자원은 앞서의 광고·표현 문구가 검증되지 않은 허위·과대 광고일 수 있으므로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염모제는 개인 체질·건강상태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제품 전성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과거 이상이 없었더라도 체질 변화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매회 반드시 패치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고된 부작용의 경우 개인 체질에 따른 알레르기로 추정 중이며 PPD의 독성 또는 헤나에 대한 알레르기인지는 분석을 거쳐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나방을 비롯해 일반적인 미용실에서도 헤나 성분이 들어간 염모제와 다른 염모제를 섞어 쓰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면서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분석하면 제도개선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