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타 업종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주력산업인 조선업계에서도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은 언제나 이슈다. 때로는 노사 간 갈등처럼 보이기도 했고, 매번 ‘극적 타결’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협상 기간도 긴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5년간 세계 조선시장은 내리막길을 걷다가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는 등 업황 사정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당연히 한국 조선사도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작년부터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물량이 다시 늘어나고, 경쟁력 있는 LNG운반선 등을 통해 세계 조선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가장 호황이었다는 2014년 수주와 비교해보면 아직도 절반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 대표 조선사들의 임단협은 큰 갈등 없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왔으나, 진짜 갈등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다.

조선사 2018년 임단협 마무리

현대중공업 노사는 작년 12월 27일 2018년도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이는 노사가 작년 5월 상견례를 갖고 교섭을 시작한 지 약 8개월 만에 합의안이 도출된 것이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 올해 말까지 고용 보장, 수주 목표 달성 격려금 100%에 150만원 지급, 올해 흑자 달성을 위한 격려금 150만원 지급,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이 들어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2019년도 일감 부족이 이어지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임단협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데 노사가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에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반발이 있었고,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 노사는 문구를 삭제한 수정합의안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1월 7일 현대중공업 노사 교섭위원들은 울산 본사에서 만나 문구를 삭제하는 잠정합의한 수정안을 마련했으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황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조선업계는 갈 길이 멀다”면서 “올해도 원만한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조선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12월 27일 2018년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본급 0.97% 인상, 상여금 300% 월 분할지급, 생산직 신규 채용, 생산장려금 월 4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잠정합의안에 들어 있었다. 이 잠정합의안은 작년 12월 31일 조합원 50.8%의 찬성으로 최종안으로 확정됐다. 해를 넘기지 않고 임단협이 타결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최종안이 확정되기까지 노사는 50번이나 만나 서로의 입장을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중공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조선 3사 중 작년 가장 먼저 2018년도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공식적으로 노동조합은 없지만 노조 역할을 하는 노동자협의회가 있다. 협의회와 사측은 지난해 9월 임단협 타결을 마무리했다. 주요 내용은 기본급 동결, 격려금과 임금타결 일시금 등 600만원 지급, 지역 상품권 30만원 지급, 정기승급 3.3% 인상 등이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노사가 조선업계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소모적인 갈등을 중지하기로 했다”면서 “위기 극복에 노사가 힘을 모아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도 작년 임단협 타결은 2016년부터 미뤄온 협상을 2년이 지나서야 타결한 것으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 대우조선해양 2018년 단체교섭 조인식. 출처=대우조선해양

“갈 길은 멀다”

임단협이 마무리 수순이지만,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인적 구조조정과 동시에 시설 구조조정 등 각 조선사마다 자구안 이행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이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세계 선박 수주에 1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실 임단협에서 회사가 통 크게 임금을 올려주면 갈등이 발생하거나 협상 기간이 길어질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조선업황이 여전히 호황일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조선사들 역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만큼 노사의 양보가 더욱 더 절실한 시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