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전경. 사진= 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부동산 초강도 규제 대책이라고 불리는 9.13 이후 반사효과를 보며 상승세를 이어갔던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값이 지난 연말부터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아파트 값이 떨어져도 매수자가 없어 강북 아파트시장은 얼어붙은 상황이다.

1월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기준 서울 강북권역 아파트값 변동률은 8주째 하락하고 있다. 강남권역의 하락세가 지속된 것은 11주 차로 강남권역보다 하락세는 늦게 시작됐지만 두 달 동안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1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9% 하락했으며 강북권역의 아파트값은 0.09%, 강남권은 0.13% 각각 떨어졌다.

이들 강북권역 지역 중에서도 성북구와 노원구 등은 대표적으로 가격이 많이 하락한 지역이다.

▲ 2018.12.28 대비 2019.01.18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출처=부동산114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12월 28일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가장 높은 10곳에는 강북권역 중에서는 성북구(-0.20%), 노원구(-0.05%), 동대문구(-0.01%) 등 3곳이 포함됐다.

강북권아파트는 지난해 하반기 강남권역보다 가격상승이 더 크게 진행됐던 곳이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서울 강북 아파트값 상승률은 11.25%로 같은 기간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률(9.88%)을 웃돈다.

특히 9.13 대책 이후로 강남 3구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였던 반면 강북지역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같은 해 10월 29일 기준으로 성북구가 0.06% 올랐으며 노원구, 동대문구는 0.05%, 강북과 도봉은 0.04% 순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그간 집값 폭등에 대한 풍선효과로 강북지역 등 서울 외곽지역은 9.13 대책 이후로 여전히 잔열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들이 신규 분양시장을 대기하면서 집값 상승폭이 조만간 줄어들 것이란 추측을 내놓았고, 한 해가 바뀐 현재 강북 아파트 역시 어쩔 수 없는 하락세에 놓였다.

특히 가격 상승세가 높았던 성북구의 경우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매매에 나서지 않으면서 호가가 떨어진 것은 물론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길음뉴타운 대림이편한세상 4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59㎡는 호가가 6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들어 실제 거래된 것은 6억2000만원”이라면서 “이곳은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5억원 초반이었지만 아파트값 상승세가 붙으면서 1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지난해 9월 이전 시세를 보면 6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만큼, 이곳은 호가는 비록 낮아졌지만 실거래가 자체는 하락이 아닌 보합세”라고 덧붙였다.

한때 매매가격이 8억9000만원대를 찍었던 길음뉴타운 6단지 역시 매물로 나와 있는 가격은 8억원대 초반으로 7000만원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곳은 지난해 초반 해도 6억원대였지만 1년 사이에 2억원가량 오르면서 8억3000만~8억5000만원대에 주로 거래됐다”라면서 “오른 금액에 비하면 사실 가격이 떨어졌다기보다는 가격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동 8단지는 이미 7억원 선에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길음뉴타운 8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 8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은 7억원 선이 대다수다.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7억원 중반까지 호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라면서 “다만 아직 7억원 아래로는 매물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지금처럼 매수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 하락해도 매물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 체제에서는 실수요자 즉 무주택자밖에 아파트를 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인근으로 최근에 새 아파트들의 입주가 많이 되다 보니 전세물량이 넘쳐나면서 실수요자들이 매매가 아닌 전세를 선택하고 있다”라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찾는 사람이 없는 만큼, 지금 가격에서 1억원 정도 더 떨어진다면 매수세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은 ‘래미안 길음센터피스(2352가구)’와 ‘길음뉴타운 롯데캐슬골든힐스(399가구)’ 등이 최근에 입주했다.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 주변에 미아사거리 길음센터피스와 롯데캐슬골든힐스 입주를 비롯해 송파헬리오시티 등 새 아파트 대거 입주를 시작하면서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라면서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워낙 싸다 보니 매매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섰다”라고 말했다.

아파트값 하락과 함께 거래 냉각은 노원구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 삼호4차 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최고 5억원가량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4억원 후반대로 가격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래되지 않는 상황이다.

월계동에 위치한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거래빙하기라고 볼 수 있다”라면서 “중개사 사무소 역시 월세를 벌어서 내야 할 정도로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거래가 진행되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삼호4차 같은 면적대 아파트는 지난해 9월 4억9900만원에 거래된 이후로 지금까지 거래된 것은 한 건도 없다. 현재 네이버 매물에 나와 있는 아파트의 가격 역시 이보다 7000만원가량 하락한 4억2000만원대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H공인중개사 대표는 “대출도 막힌 데다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 수도 없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라면서 “한때 강남 집값이 오르면서 이쪽 지역도 집값이 올랐지만, 강남이 하락세다 보니 이곳도 투자자들이 찾지 않고 실수요자들은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