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마존이 주유소까지 품을까. 2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은 주유소 산업 진출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아마존이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통해 플랫폼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문어발 전략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기본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은 물론 미디어 콘텐츠, 의학, 소비재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 발을 뻗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주유소가 포함되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는 평가다.

주유소 사업은 구식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아마존이 지금까지 다른 각도로 현장에 파고들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 선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사례가 홀푸드 인수에 따른 아마존고의 등장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지만 홀푸드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거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물류창고나 쇼룸을 통해 오프라인 거점 전략을 보여줬으나, 신선식품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홀푸드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접점을 빠르게 모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아마존이 주유소 사업에 진출한다면 아마존고와 같은 새로운 오프라인 전략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여지가 생길 전망이다. 여기에 미래 ICT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자동차와의 접점도 생기고, 이 과정에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주유소는 무엇보다 오프라인 거점 전략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와 화물 등 이동하는 모든 것은 '길'을 통해 움직이며 주유소는 그 길의 '요소요소'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이동의 오프라인 거점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산업과 신사업의 발전 과정에서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름만 파는 주유소는 의미가 없으며, 기름을 넣기 위해 찾아오는 자동차에 다양한 ICT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장면을 예상할 수 있다. 테슬라가 수퍼차저를 미국 주유소에 도입하려고 노력한 것과, 중국의 알리바바가 지난 2015년 중국석유화학이 보유한 2만개의 주유소 중 5000곳을 인수한 이유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2일 GS칼텍스와 협력해 기존 주유소 개념에서 진화한 새로운 형태의‘융복합 스테이션’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 환경 변화에 맞춰 기존 주유소 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 LG전자와 GS칼텍스가 만난다. 출처=LG전자

GS칼텍스가 기존에 제공했던 주유·정비·세차 서비스 외에 전기자동차 충전·대여·경정비 등 다양한 서비스가 추가로 제공되며 LG전자는 이곳에 350kW급 등 초고속 멀티 충전기를 설치한다. 이후에는 로봇 충전 및 무선 충전 시스템 등 다양한 충전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인공지능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한 고객 서비스도 검토한다. 주유소가 가지는 오프라인 거점의 지리적 강점을 극대화시켜 ICT 플랫폼 전략을 고도화한다는 뜻이다. 상용화 직전의 ICT 로봇 경쟁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SK도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2017년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에너지를 통해 전국 3600개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풀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는 주유소를 일종의 공유 플랫폼으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도 부합된다는 평가다. 주유소가 가진 오프라인의 지리적 강점이 핵심이다. 이를 외부와 나눠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전략은, 기본적으로 ICT 사용자 경험 확보와도 관련이 크다.

부릉 브랜드로 유명한 메쉬코리아의 행보도 재미있다. 지난해 6월 SK네트웍스와 협력해 도심물류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고 발표한 가운데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내 ‘부릉 스테이션’ 입점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새로운 물류 인프라를 통한 신성장동력 마련 등 ‘도심물류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이 역시 주유소의 오프라인 거점에 주목한 결단이며, 향후 많은 기업들이 주유소라는 사업 아이템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