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J ENM 다이아 티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된 텍스트 중심의 1인 미디어는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음성 중심의 팟캐스트, 인터넷 개인 방송, 실시간 영상 방송 등으로 형태가 변화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실시간 방송 시청이 대중화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인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

콘텐츠 플랫폼의 확장

1인 미디어 콘텐츠 확산을 주도한 것은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아프리카TV 등 SNS 기반 동영상 플랫폼들이었다. 이러한 콘텐츠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네이버(네이버TV), 카카오(카카오TV), 트위치 등이 새로운 플레이어들도 영상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시장은 점점 커졌다. 이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1인 창작자(Creator)들의 인지도도 함께 높아지면서 여러 수익 모델과 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들이 나타났다.

1인 창작자들의 콘텐츠 기획·제작·홍보·광고를 지원하는 전문 채널인 MCN(Multi Channel Network)들이 나타나면서 비로소 소셜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2016년 3월 국내 MCN 협회가 출범하면서 현재 약 60개에 이르는 MCN 회원사가 등록됐고, 창작자들도 개인이 아닌 기업에 소속돼 활동하는 경우도 많이 늘어났다.

그들의 영향력

이렇게 온라인 플랫폼들이 확장되는 시기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 유명해진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주로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어 올리거나 아프리카TV에서 송출되는 실시간 방송으로 많은 팔로어들과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이름을 알렸다. 그들 중 가장 대표적인 인플루언서가 바로 유튜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다. 그는 채널 접속자들과 소통하면서 게임을 하거나 일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영상 콘셉트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 1세대 인플루언서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90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대도서관이 유튜브 방송으로만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17억원(2017년 기준)에 이른다.

대도서관 이후, 1인 콘텐츠로 많은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들은 점점 늘어났고 그들의 영향력도 점점 커졌다. 어린이용 장난감들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키즈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콘텐츠 장르를 개척한 유튜버 ‘캐리언니’(현재는 지니언니, 본명 강혜진)는 유튜브 방송으로 2017년 2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3월 그녀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외에 먹방(실시간으로 음식을 먹는 방송)이라는 콘텐츠를 하나의 장르로 만든 유튜버 ‘밴쯔’(본명 정만수), 영국과 한국의 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영국남자’(본명 조슈아 캐럿),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유튜버 ‘jwcfree’(본명 정성하) 등 인플루언서들은 모두 최소 100만명에서 700만명 이상의 콘텐츠 구독자와 팔로어들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기업의 마케팅으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소비자 접점에 있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은 이들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기 시작했다. 뷰티 유튜버 ‘이사배’는 방송을 토대로 갈고닦은 화려한 입담과 뛰어난 메이크업 실력으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더 화제가 됐고, 뷰티기업 아모레퍼시픽은 그녀를 자사 제품의 광고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식품기업 농심은 국내 업계 최초로 자사 제품의 광고 모델에 인플루언서를 발탁했다. 농심은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스파게티 까르보나라’의 광고의 모델로 먹방 유튜버 슈기(본명 최슬기)를 내세워 케이블 채널과 온라인에 광고를 선보였다.

▲ 크리에이터 '슈기'가 참여한 농심 스파게티 까르보나라 제품 광고. 출처= 농심

이러한 결정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인플루언서들은 제품에 대해 본인들이 소통하는 수많은 팔로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다”면서 “특히 먹방 콘텐츠를 만드는 슈기의 방송 콘셉트와 식품 광고는 분명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하는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담 부서인 ‘인플루언서 커머스 프로젝트팀’을 조직해 다양한 이벤트에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거나 토크 공연을 여는 오프라인 행사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면세점들은 주요 고객인 중국인 고객들의 유치를 위한 해외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는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11월 23일~24일 이틀간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에서 중국의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홍(網紅)’ 3명을 초청해 쇼핑 버라이어티쇼 ‘인기왕홍 쇼핑배틀’ 이벤트를 열었다. 이 이벤트는 왕홍들이 각자의 팬(팔로어)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인기상품 베스트5’ 상품을 찾는 ‘쇼핑 버라이어티쇼’로 진행됐으며 방송은 중국 1인 미디어 플랫폼 ‘이즈보’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월 월드타워점에서 왕홍 100명의 방송 부스를 마련하고 20시간 동안 연속으로 한국 화장품과 롯데면세점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왕홍들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마련된 50개의 부스에서 한국 화장품을 직접 사용하면서 각자의 SNS 채널을 통한 생중계로 제품들을 소개했다. 12월 8일 새벽 5시부터 12월 9일 새벽 1시까지 20시간 동안 연속으로 진행된 롯데면세점의 왕홍 라이브 방송에서는 총 50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상품들이 소개됐다.

▲ 인기 유튜버 '장삐쭈'가 가세해 주목받은 ‘G9 트렌드트럭’.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커머스 업체들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한다. 이베이코리아의 큐레이션 쇼핑사이트 G9(지구)는 자사 고객 대상 이벤트 ‘G9 트렌드트럭’의 홍보 영상을 ‘병맛 더빙’으로 잘 알려진 유튜버 ‘장삐쭈’와 함께 만들어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플루언서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단순한 홍보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각자의 콘텐츠로 팔로어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면서 “아울러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친근함으로 소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인플루언서들의 장점 때문에 앞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지금보다 더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는 마케팅이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