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인지도나 영향력은 이미 어지간한 연예인을 가볍게 넘어선다. 적게는 수만에서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과 온라인 미디어 채널로 소통하는 그들이 말하는 것, 입는 것은 곧 현재의 트렌드가 된다. 이에 사람들은 그들을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사’라는 의미의 영단어인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의 진짜 의미는 SNS나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채널에서 큰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을 말한다. 과거 온라인 개인방송 채널로 대중들과 소통을 시작한 그들의 콘텐츠는 서브컬처의 한 갈래로 여겨졌다. 그러나 온라인 기술과 모바일의 활성화로 그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는 자신들의 브랜딩을 넘어선 상업적(Commerce) 영역까지 활용 범위가 확장됐다. 이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인플루언서의 인지도를 활용해 자신들의 재화를 많은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미국 발(發)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성장

글로벌 SNS 플랫폼 ‘트위터(Twitter)’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소비자 중 약 74%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결정을 내린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설문에서 미국의 소비자들 중 약 40%는 소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의 추천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이러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의 경제 규모를 측정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최대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체인 ‘미디어킥스(Mediakix)’의 조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소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경제 규모는 2015년 5억110만달러(약 5670억원)로 기록됐다. 미디어킥스는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경제 규모를 올해(2019년)에는 82억1910만달러(9조3000억원) 그리고 2020년에는 102억6500만달러(약 11조345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인플루언서 마케팅 분석 업체 토모슨(Tomoson)은 2020년까지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시장 규모는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토모슨의 다른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300개가 넘었고, 이 중 100여개의 스타트업은 총 8500만달러(약 961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매브릭(Mavrck)은 팔로워 규모에 따라 메가(Mega), 매크로(Macro), 마이크로(Micro) 인플루언서로 구분해 각각의 마케팅 영향력을 분류하기도 했다.

21세에 1조원을 벌어들인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 

글로벌 뷰티 기업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의 CFO 트레이시 트레비스(Tracey Travis) 2018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는 온라인 콘텐츠에서 성공한 브랜드들이 이끌고 있다"면서 그 사례로 21세의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Kylie Jenner)가 2015년 선보인 ‘카일리 코스메틱(Kylie Cosmetics)’을 예로 들었다.  

뷰티 인플루언서인 카일리 제너가 2015년 처음 선보인 '카일리 코스메틱'은 창립 1년만인 2016년에 6억3000만달러(약 7100억 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FORBES)는 카일리 코스메틱의 기업 가치를 8000억달러(약 1조원)으로 추정했다. 2015년 카일리 제너가 선보인 립키트(Lip Kits) 제품의 정가는 단 26달러였지만, 단시간만에 품절돼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30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처럼 큰 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카일리 코스메틱에 근무하는 인력은 7명의 정규직 직원과 5명의 파트타임 직원까지 총 12명 뿐이다. 카일리 코스메틱 제품의 개발과 생산, 패키징은 캘리포니아 옥스나드에 있는 시드 뷰티(Seed Beauty)가, 그리고 판매와 배송은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가 맡는다.

▲ 아마존 인츨루언서 프로그램. 출처= 아마존

아마존 인플루언서 프로그램 

이에 글로벌 기업들도 인플루언서들을 각자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기 시작한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지난 2017년 ‘인플루언서 프로그램(Influencer Program)’이라는 체계를 선보인다.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이 프로그램에 신청하면, 아마존은 신청자들의 팬 규모,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평가해 현재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와의 연관성 등을 분석해 함께 일할 인플루언서들을 선발한다. 선발된 이들은 아마존으로부터 각자의 도메인 주소를 받게 되며 이 도메인 주소를 통해 본인의 콘텐츠에서 소개되는 제품의 구매를 독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