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롯데카드가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선다. 공모채 수요예측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가운데 매각 이슈에 대한 영업기반 안정성 변동 가능성 등도 자금조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AA/부정적)는 10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CP발행을 오는 24일 진행한다. 금리는 연 2.195%로 책정됐다. 대표주관사는 부국증권이다.

롯데카드가 공모방식이 아닌 장기 CP발행을 선택한 것은 수요예측에 대한 부담 탓으로 보인다.

수요예측은 인수총액을 확정하기 전에 기관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보고 대표주관회사에 매입희망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제시된 수량과 가격을 바탕으로 발행회사와 대표주관회사의 협의로 확정된 공모가격을 결정하여 인수총액과 공모주 청약이 이뤄진다. 

반면, 롯데카드가 이번에 발행하는 장기 CP는 일반 공모채와 달리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없이, 주관사와 인수단이 발행량 전부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 롯데지주지배구조. 출처=한국신용평가

22일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 3사가 부여한 롯데카드의 장기신용등급은 ‘AA/부정적’이다. 2018년 초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등급전망이 변경되면서 계열의 지원여력이 약해진 영향이다.

부정적 등급전망으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만약 롯데카드가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면 목표 모집액을 채우고, 인수총액을 결정짓는데 부담이 따른다. 아울러 매각이슈에 따른 영업기반 안정성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선 불안 요인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작년 11월 롯데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그룹 내 금융사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롯데카드는 그룹 의존도가 상당한 가운데 매각으로 영업기반의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롯데쇼핑의 광범위한 유통·서비스채널을 활용, 포인트 적립, 제휴할인 등의 마케팅 전략으로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부 매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매수자가 정해진 이후 새로운 계열 연계성과 시너지, 주주 간 계약 등에 따른 영업기반 변동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채는 CP보다 신고절차가 복잡하고 주관사·투자자와의 관계, 긴 소요기간 등 발행이 번거로운 편이라 CP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있다“면서 ”낮은 신용등급이나, 기업의 안팎 상황으로 수요예측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카드산업의 수익성 저하가 자본시장 핫이슈로 꼽힌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 각종 규제에 따른 산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롯데카드도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카드의 영업이익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2.4%에서 2017년 1.0%로 대폭 저하됐으며. 2018년 3분기에는 1.1%를 기록했다.

꾸준히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수수료수익이 줄어들자, 이자부문 영업을 강화해 총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출자산 취급고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관건이다.

▲ 롯데카드의 부채 및 자본구성 변화. 출처=한국신용평가

다만, 안정적인 유동성 수준을 유지하고 유동화 차입금 등을 통해 조달원을 다양화한 점은 긍정적이다. 2018년 9월 말 총 차입금은 8조9000억원으로, 회사채 5조3000억원, 유동화차입금 1조7000억원, 기업어음과 일반차입금 2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채 조달 비중이 줄고, CP비중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CP 잔액의 약 85%가 잔여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로 이루어져 있다. 90일 이내 만기도래 자산과 부채를 기준으로 산정한 원화 유동성 비율은 326.8%로 규제수준인 100%를 충분히 웃돌고 있다. 이번 발행 CP 역시 2년 만기로 장기 CP에 속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이미 회사채를 다양하게 발행 중”이라면서 “이번 장기 CP발행은 금리와 발행 용이성, 투자자 상황 등 조달방법 다양화 이슈에 대한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