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보는 1997년 설립된 종합정밀소재화학 기업으로 현재 충청북도 충주시와 음성군에 위치해있다. 사업분야는 디스플레이 소재(LCD식각액첨가제, OLED소재 등), 반도체공정 소재, 2차전지 소재(전해질, 전해액첨가제), 의약품 소재(의약품중간체), 정밀화학 소재 등이다. 사진=천보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천보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재 사업 확장에 투자한다. 디스플레이 부문에 치중돼 있는 사업 구조를 2차전지 부문으로 확대,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시장 지배력 확대에 있다. 전체 매출 중 2차전지 관련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구조도 안정되고 있다. 현 기조에 탄력을 불어 넣겠다는 심산이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밀화학소재기업 천보는 이날부터 22일까지 이틀간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량은 250만주다. 공모가 밴드는 주당 3만5000원~4만원이다. 비교기업 9개사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인 25.31배를 곱해 산출된 주당가치 5만131원에 할인율 20.21%~30.18%를 적용한 값이다. 주관사는 하나금융투자다.

최종 비교회사 16개 중 PER 10배 미만인 기업은 배제됐다. 반면 40배가 넘는 기업은 그대로 반영됐다.

주관사 관계자는 “PER괴리가 큰 기업 중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를 일부 배제했고, 2차전지 관련 업체는 반영했다”면서 “천보는 현재 국내 2차전지 전해질 생산의 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회사로 매출비중 변동 등을 고려했을 때 가치 산정에 무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가치평가는 주관적이라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서 “2차전지 관련 기업은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PER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평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배터리 사업 부분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 공모액은 875억원~1000억원이다. 10%를 우리사주조합(근로자가 자사 주식을 취득, 관리하기 위하여 조직한 조합)에 우선 배정한다. 20%는 일반청약자, 70%는 기관투자자 몫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겨냥하다

천보가 ‘일생에 한 번’인 IPO를 지금 시점에 하게 된 이유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차전지 사업 확장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전기차가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세계 리튬이온전지(LIB) 전해액의 세계 시장 전망은 오는 2021년 30억2200만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17년은 10억5500만달러였다.

여기에 우수한 2차전지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어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도 보인다. 천보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63억원으로 2015년 대비 131% 수준이다. 영업이익율도 20% 내외에 이른다.

▲ 천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천보의 IPO 확보 자금 중 2차전지 소재에 투자 금액은 약 411억원이다. 공모액 최저가의 거의 절반이다. LiFSI 등 2차전지 신개발품 공장 증축에 200억원을 지출한다. 차세대 2차전지 전해질로 불리는 LIPO2F2 공장 증축에 67억원, LiBOB등 2차전지 첨가제 개발연구에 74억원을 투자한다. 중국의 2차전지 소재 관련 현지 화학회사 지분취득과 베트남 2차전지 소재 관련 연구소 건립 등에도 70억원을 소요한다.

천보는 이미 2차전지 소재 관련 사업에 대해 우수한 사업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전해질, 전해액첨가제 등을 만든다. 전해질은 용매에 녹아 이온으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로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천보는 2016년 중대형 리튬전지용 전해질 LiFSI를 세계 최초 상용화했다. 2017년 기준 국내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3월부터는 LIPO2F2 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실제 천보의 2차전지 소재 분야 매출은 2015년 21억원에서 2017년 109억원으로 5배 이상 뛰었다. 매출비중 역시 3.33%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15.65%으로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차전지 매출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다.

▲ 천보의 2차전지 매출액과 매출비중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주력 산업 성장 둔화에 대한 선제대응

천보의 IPO는 주력산업 성장 둔화 지속 전망에 대한 선제대응인 것으로도 분석된다. 사업다각화를 꾀하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천보의 주력산업인 디스플레이 소재산업 매출이 대체로 성장 둔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천보의 디스플레이 매출액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모두 약 378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330억원이다. 천보 매출액 중 디스플레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내외다.

▲ 천보의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 부문 매출액과 매출비중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최근 몇 년간 중국의 LCD 생산능력 확대로 공급과잉이 심화돼 국내 LCD 생산물량이 적어진 탓이다. 천보는 디스플레이 매출의 70% 내외를 내수에서 충당한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LCD 수출은 지난 2017년 전년 대비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중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4.2%에서 2017년 20.5%로 크게 늘었다.

향후 LCD시장 전망 역시 좋지 않다는 시각이 강하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 등 의 LCD 공장 신규 증설 동향에 따라 공급 과잉 기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디스플레이 사업 전망에 대해 “LCD사업은 중국발 공급충격 지속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공급과잉 지속, 기저효과 등으로 업계 전반의 실적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 전망”이라고 밝혔다.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외려 성장이 정체된 역설도 있다. 천보의 디스플레이 주력 품목 중 하나인 LCD의 불량률을 막아주는 핵심 첨가제 5-아미노테트라졸(5-ATZ)은 세계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즉, 자체 성장을 이끌어내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침인 것이다.

이상율 천보 대표이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 2016년 300만대 미만이었지만 오는 2025년에는 2200만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따라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의 수요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회사의 주력 사업 분야인 2차전지 전해질, 디스플레이,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상을 확고하게 만들어 글로벌 톱 첨단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라고 포부도 밝혔다.

천보는 반도체와 의약품, 정밀화학 소재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의 매출액은 167억원으로 매출비중의 20.14%다. 의약품 매출은 98억원으로 11.87%, 정밀화학은 57억원으로 약 6.87%다. 반도체 소재인 하이드록시파이렌(HP)의 경우 삼성SDI의 점유율 9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