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정수기 시장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5~8월의 성수기를 앞두고 이 같은 경쟁이 치열한 것은 한국 정수기 렌탈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환경부가 발간한 '2017 환경백서'에 따르면 국내에 보급된 정수기는 600만대를 넘었고, 국내 정수기 보급률은 수년째 60%선에 머물고 있다. 이 중 매년 새로 가입하거나 사용 중인 렌탈 브랜드를 갈아타는 고객 수요는 연간 200만대의 수요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더 이상 시장의 규모 자체가 커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기업들은 전문성과 기술력을 강화하거나, 한정된 점유율을 뺏기 위한 참신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전문성+기술력’ 브랜드 강화
라이프케어기업 코웨이는 물맛을 한층 강화했다. 코웨이는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 소재 코웨이 R&D센터에 ‘물맛 연구소’를 열었다. 깨끗하고 맛있는 물에 대해 연구를 하고, 정수기 물맛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코웨이의 물맛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출처=코웨이

물맛 연구소에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한국수자원공사 공인 워터소믈리에와 미국수질협회의 공인 물 전문가 등 물 관련 전문 기술을 보유한 연구원들이 활동할 예정이다. 코웨이는 지난 2017년부터 자체적으로 코웨이만의 깐깐한 물맛 기준인 ‘GPT(Good Pure Tasty water) 지수’를 수립해 제품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물맛 관능 평가실과 관능 평가 전문 통계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물맛 전문 패널을 양성하는 등 물맛 연구에 대한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향후 코웨이는 물맛 연구소를 중심으로 ▲정수기 물맛 속성 정의 ▲정수기 필터 성능에 따른 물맛의 연관성 과학적 입증 ▲정수기만의 맛있는 물맛 기준 수립 등의 연구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강상현 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연구부문장은 “현재 맛있는 물맛에 대한 해외 연구자료 대부분이 국내 실정이 맞지 않고, 객관적 지표의 연구 자료가 부재한 상황이다”면서 “코웨이는 고객들에게 맛있는 물맛을 찾아주기 위한 연구를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쿠쿠는 지난해 10월 청정 생활가전 전문 브랜드 '인스퓨어'를 론칭했다. 출처=쿠쿠

종합건강 생활가전기업 쿠쿠는 2019년 지난해 10월 론칭한 프리미엄 브랜드 ‘인스퓨어’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인스퓨어는 쿠쿠의 축적된 연구기술을 정수기·공기청정기 등에 접목시킨 청정 생활가전 전문 브랜드다. 인스퓨어는 지난해 첫 제품으로 공기청정기 ‘W8200’을 선보였다.

쿠쿠의 인스퓨어 론칭 후 지난해 4분기 공기청정기 매출 실적은 직전 분기보다 164.4% 늘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수치다. 또한 인스퓨어가 쿠쿠의 새로운 신성장력으로 자리매김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쿠쿠는 인스퓨어를 통해 신제품 정수기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쿠쿠 관계자는 “밥솥을 통해 축적된 연구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에게 필수요소인 물과 공기를 끊임없이 연구할 계획”이라면서 “인스퓨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신제품을 선보여, 올해에도 인스퓨어로 청정생활가전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즈는 ↓, 커피까지 나오는 정수기
건강가전 종합브랜드 교원웰스는 지난 14일 국내 최초 시스템 직수형 정수기 ‘웰스더원’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본체 부피를 물병보다 작게 줄이고 특수 소재 바이오 유로관을 장착해 디자인과 위생을 함께 제공하는 제품이다. 신제품인 웰스더원은 수로에 직접 연결해 사용하는 직수 정수기다. 물이 나오는 출수 부분과 필터가 있는 정수 부분이 분리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 교원웰스의 시스템 정수기 '웰스더원' 제품. 출처=교원웰스

출수구는 180도 회전식이다. 컵과 병, 그릇, 냄비 등 각종 용기에 맞게 물이 나오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인체감지 센서는 사용자가 다가오면 자동으로 조작 디스플레이를 켜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 터치 후 좌우로 돌리는 방식의 휠 터치 조작계는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

또한 신제품은 이중 냉수용 냉각관을 탑재했다. 냉각 속도가 빠른데다 관이 이중이라 다량의 냉수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다. 교원웰스 측은 중금속을 비롯한 유해 물질을 거르는 8인치 필터, 친환경 필터를 포함한 9단계 필터를 적용해 정수 성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유로관은 이물질·불순물이 끼지 않는 특수 소재로 만들어져 별도로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유로관은 투명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사용자가 언제든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교원웰스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 보급하기 위해 웰스더원의 본체 크기를 줄이고 인테리어 요소를 강화했다”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 단지의 빌트인 시장과 가구사와 함께 패키지를 판매하는 등 B2B 공략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신동훈 교원그룹 웰스사업본부장은 “웰스더원 정수기를 시작으로 물 관련 가전의 시스템화를 이끌겠다”면서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본체 하나로 정수기와 커피머신, 식물재배기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청정 가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 최초의 커피얼음 정수기 ‘휘카페'. 출처=청호나이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청호나이스도 신제품 출시 막바지 단계에 있다. 청호나이스는 역삼투압 방식에 최근 시장 트렌드인 직수 방식을 결합한 혼합형 제품을 상반기 내로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9월 출시한 국내 최초의 커피얼음 정수기 ‘휘카페’도 5월 중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공개된다. ‘휘카페’는 A4 용지 1장보다도 작은 가로 29cm 초소형 사이즈에 정수, 냉수, 온수, 얼음은 물론, 에스프레소 커피까지 가능한 제품이다.  

얼음의 모양 또한 노즐분사 방식을 적용, 튤립을 닮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이다. 정수기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은 온수다. 일반적으로 온수기능이 있는 정수기의 경우 그렇지 않은 정수기보다 많게는 2배 이상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 보니 온수기능이 있는 정수기를 설치해 두고도 전기요금 부담으로 온수기능을 꺼놓고 사용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그러나 휘카페는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온수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온수시스템이 적용돼, 항시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저탕식과 약 2분30초의 대기시간은 필요하지만 전기요금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예열식을 버튼 하나로 사용자가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지속 경쟁 시장이 됐다”면서 “성수기인 여름철에만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비수기에도 계속해서 정수기의 외관이나 부가기능에 집중하는 흐름이 강해 기술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