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서 우려하는 이슈가 조만간 생길 듯합니다. 그런데 자꾸 사전에 내부 공유를 해야 대처나 대응이 가능하다고들 이야기하더군요. 우리 경영진은 비밀이 새 나갈까 봐 가장 우려가 큽니다. 사전에 정보 공유는 힘든데, 그때그때 이슈가 불거지면 대응하면 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군에 비유를 해보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은 주적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를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고, 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정의해 놓는 것이죠. 그것이 정해져야 그 적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게 가능해집니다. 그게 기반이 되어 다양한 대비 대응책들이 세워지고, 전략과 작전 그리고 전술 개념이 확립되는 것이죠.

기업의 위기관리에 이 비유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사내에 훌륭한 위기관리팀이 준비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그 위기관리팀에게 자사에 어떤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정의해 주어야 여러 이후 위기관리 작업이 준비되고 훈련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지금과 같은 경우는 잘 훈련되어 있는 위기관리팀에게 “앞으로 모종의 부정 이슈가 생길 것입니다” 정도의 설정밖에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는 60만 대군에게 “어떤 나라가 침공을 할지는 모르지만 곧 누군가가 침공해 올 것입니다”와 같은 설정과 같습니다. 군은 상당히 혼란스럽겠지요.

적이 북한인지, 중국인지, 일본인지 아니면 러시아나 예상치 않던 호주에서 미사일을 날린 것인지 전혀 감이 없게 될 것입니다. 더 위험한 것은 ‘상대가 북한을 의미하는 것 같다’라는 단순 가정을 군이 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이와 달리 중국에서 갑자기 미사일을 날리게 되면 뒤통수를 맞는 형국이 돼버립니다.

또한, 이런 경우 위기관리팀은 앞으로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알지 못할 뿐더러, 이슈 유형에 따라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해당 이슈가 제품과 관련한 것인지, VIP에 관한 것인지, 규제기관과의 갈등인지, 단순히 언론을 통한 부정기사의 발생인지, 인사적인 문제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준비가 불가능해집니다. 각기 다른 형태에 따른 대응 준비는 물론 심지어 관련 타사 사례들을 미리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경영진에서 하는 우려도 이해는 갑니다. 그러나 단순히 활을 쏠 때도 시위를 당길 시간과 과녁에 대한 생각은 사전에 필요합니다. 그때그때 대응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은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각입니다. 그때그때 되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위기 시에는 대응을 위한 준비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는지가 위기관리 성공의 관건이 됩니다. 빠른 대응이란 사전 준비가 이미 완료되었을 때만 겨우 가능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비밀이 유출되는 경우를 경계했는데요. 필자의 위기관리 경험상 대부분의 고급 정보(비밀)는 고위 경영진과 그 주변으로부터 주로 흘러 나가곤 했습니다. 일단 일선 실무진들은 단순 상황정보를 뛰어 넘는 정보는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 정보는 위기관리팀에게도 공유 주제가 될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정보를 실무자들이 유출하더라도 경영진이 유출하는 것과는 신뢰도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파장이 다릅니다. 비밀 준수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면 가장 먼저 핵심 임원들 스스로가 주의해야 합니다.

위기관리팀을 믿을 만한 사람들로 구성해야 하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정확한 상황정보라도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적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언제 전쟁을 시작할지를 미리 감안해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회사가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