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봇 케어(Bot Care) 프로토타입. 사람의 생명 신호를 감지하고 수면 패턴을 추적한다.  출처= Cne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도 하이테크 센서, 음성 인식 도우미, 자동 알약 분배기 등에 둘러싸여 있으며, 거기에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 로봇도 있다. 과연 우리들의 삶은 어떤 방식으로 끝날까?

우리는 노인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나이를 먹으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누릴 수도 있고, 손자들과 화상 채팅을 할 수도 있다.

노인들을 모니터하고 편안하게 해주고 보살펴주는 기술이 점점 주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나이 들어가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이제 막 고려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지난 1월 열린 국제가전 박람회(CES)에서도 작은 스타트업에서 삼성 같은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들이 노인 케어(Senior Care)가 미래의 큰 산업이 될 것임을 보여주었다. CNN이 노인을 위한 기술 진보를 상세 보도했다.  

앞으로 누가 우리를 돌볼 것인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미국 인구는 2006년에서 2016년까지 3720만명 늘어났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당연한 현상이지만, 동시에 거의 모든 가정에서 노인 가족 대비 젊은 가족의 비율이 감소함에 따라 가족 중에서 노인을 보호해야 할 사람이 부족해졌다. 이것은 전문 가정 의료 종사자(Home Health Workers)의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선한 기술 덕분에 노인들은 집에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되었고, 노인을 돌봐야 할 가족들은 자신의 직장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노인을 돌볼 도우미를 고용하는 데 돈을 덜 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몇몇 기술 기기들은 아직 시중에 보급되려면 몇 년 더 걸릴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 선보인 모바일 로봇 봇 케어(Bot Care)는 당신이 자는 것을 지켜보면서 심박수 등 생명 신호를 포착한다. 삼성에 따르면 터치스크린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작고 반짝반짝 빛나는 흰색 프로토타입은 파트타임 의료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이 로봇은 혈압과 심박수를 측정하는 것 외에도,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노인들이 집 안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엘리큐(EllieQ)는 노인들의 의사 소통을 도와주고 퀴즈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출처= TechCrunch

넘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우버도 불러준다

그러나 음성 인식 도우미나 사람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센서 기기들은 이미 실생활에서 노인들을 돕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홈 제품들은 노인들이 난로를 끄지 않았거나 집 밖에서 누군가가 서성이면 이를 문자로 알려주며, 직접 운전을 할 수 없는 노인들에게는 승차공유 차량 우버(Uber)도 불러준다.

노인들을 위한 기술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노인들의 오랜 문제였던 넘어짐을 감시하는 기술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매년 4명 중 1명꼴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새로운 넘어짐 감지 장치는 이전의 비상 버튼이나 전화와는 달리, 노인들의 넘어짐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정해 놓은 가족에게 경보를 보내준다.

넘어짐 센서와 비상 버튼이 달려있는 노인용 검은테 안경 에이비아이(Abeye)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도 나와 있다. 또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거실의 벽에 다는 299달러짜리 길쭉한 벽걸이 전등 알라딘 램프(Aladin Lamp)는 동작 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돼 노인들이 넘어지는 것을 추적한다.

케플러 비전 테크놀로지스(Kepler Vision Technologies) 같은 회사는 노인들이 물을 충분히 마셨는지, 평소보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지, 심지어 기분이 나쁜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비디오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있다.

▲ 바다표범처럼 생긴 봉제 로봇 파로(Paro)는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흉내 내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친구’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출처= Engadget

가장 어려운 문제는 노인의 외로움

그러나 새로운 모니터링 기술은 신체적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을 넘어,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까지 다루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은 더 일찍 죽을 위험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돕기 위해 한 일본 회사는 바다표범처럼 생긴 봉제 로봇 파로(Paro)를 선보였는데, 이 로봇은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흉내 내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친구’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로봇(Lovot)이라는 로봇은 포옹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더 애교가 넘친다. 2899달러짜리 소니의 아이보(Aibo)는 진짜 강아지 같지만 집 안을 더럽히지 않는다.

전동 공구로 유명한 블랙앤데커(Black and Decker)가 개발한 프리아(Pria)라는 로봇은 음성 명령으로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보관하고 있는 알약을 내주기도 한다. 프리아는 또 내장된 화면과 카메라를 통해 가족이나 보호자와 연결해 화상채팅도 할 수 있다. 올해 말에 출시될 프리아의 가격은 500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또 올 여름에 출시될 엘리큐(EllieQ)는 태블릿과 간단한 로봇이 결합된 것으로, 가족에게 자신의 최근 상태를 알려주고 다음 병원 검사 날짜도 알려준다.

▲ 로봇(Lovot)이라는 로봇은 안아달라고 요청하며 애정을 구한다.   출처= Engadget

노인 돌봄 비용도 절약

이런 기술을 만드는 회사들은 이 기술들이 노인들이 사람과 직접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노인을 돌보는 스트레스성 일들을 자동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센서스콜(SensorsCall)이라는 회사가 선보인 99달러짜리 ‘케어 앨러트’(CareAlert)는 소형 센서로 가득 찬 장치로,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 아난드 크리슈난은 케어 앨러트를 가정용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노인 돌보미의 일상적 걱정거리를 크게 덜어준다고 주장한다.

“노인들은 집 안에 카메라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요. 전화도 잘 못 받습니다. 게다가 손자 손녀들은 노인을 돌보는 일을 싫어하지요.”

노인을 돌보는 일을 자동화하는 것은 특히 여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노인을 돌보는 일이 대개 아내, 딸, 여동생 등 여성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을 돌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전으로 집 안에서 노인을 돌봐야 할 여성들이 온종일 노인에게 매달리지 않고 일부 시간만 할애할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여성이 직장에 남아있도록 돕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돌보는 일의 일부를 맡길 수도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로봇, 센서, 카메라는 아직까지는 그 정도밖에 할 수 없다. 그런 기술들이 노인요양시설에서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조만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노인 돌봄을 연구하는 폴 오스터만 교수는 “로봇이 노인들을 화장실까지 데려다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노인을 돌보는 일에 그런 기술로부터 더 많은 도움을 받게 되겠지만 인간 돌봄 근로자를 완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