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인제스트가 일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왜 지적을 당하는지, 왜 비판을 받는지 적나라한 예시를 보여줘 눈길을 끈다. 허술하다고 말하다 못해 황당한 수준의 기술력에, 문제를 일으킨 후 오히려 ‘빠르게 수습해 큰 사고를 막았다’고 자평하는 장면을 두고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는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 경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블록체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일제히 하락하며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다. 최근 암호화폐 시세가 많이 떨어지고 있으나, 코인제스트의 시세 하락은 상식적이지 않은 수준이라 많은 관심을 끌었다.

코인제스트는 19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코인제스트는 “전산 오류는 모두 해결됐고 19일 05시 거래가 재개되었다”면서 이벤트를 진행하며 400여명의 회원에게 암호화폐 WGT토큰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의 입금 내역이 실제와 다르게 반영되는 전산 오류가 발생했으며, 일부 고객이 오입금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매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시세 하락이 일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코인제스트가 논란을 일으켰다. 출처=갈무리

코인제스트 문제는 현재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심각한 것은 기술력이다.

코인제스트는 ‘막대한 금액이 오가는 플랫폼’이 고작 소소한 ‘이벤트 관련 문제’로 치명적인 약점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코인제스트의 설명에 따르면 ‘고작 400여명의 회원’과 관련된 토큰 지급 과정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했고, 이는 전체 코인제스트의 문제로 불거졌다. 일각에서 시스템 자체가 매우 허술하거나, 내부에서 운용하는 직원의 역량이 기대이하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암호화폐 거래소를 계속 믿어야 하는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제스트 문제가 암호화폐 거래소 존립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대목도 중요하다.

18일 코인제스트의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자 일부 고객들은 이를 저렴하게 구매, 한화 출금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코인제스트도 확인해줬다. 코인제스트는 “10여명의 회원은 오입금 및 전산 오류를 인지하고도 약 6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및 한화 출금을 시도했고, 해당 고객들에 즉각적으로 연락해 자산 반환을 요구하고 대다수의 회원이 반환을 약속받았다. 당일 반환된 암호화폐와 한화는 약 3억원 상당”이라고 말했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3억원 상당의 한화와 암호화폐는 타거래소에 협조문을 보내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회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객 피해가 없도록 보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인제스트는 후속조치에 만반을 기한다는 설명이지만, 사실 이 문제는 이렇게 가볍게 넘어갈 현안이 아니다. 후속조치와는 별도로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 착안해 강력한 비판과 지적이 이어져야 한다. 거래소가 시스템 오류로 암호화폐 시세를 일시적으로 떨어트리고, 이를 실제 원화로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자체가 매우 예민하기 때문이다. 코인제스트의 존재이유를 찾기 어려워 질 정도의 무서운 이슈다.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외부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정부의 규제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피해를 보기 전, 시장이 빠르게 옥석 가리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코인제스트의 태도도 논란이다. 일단 코인제스트 전종희 대표는 "거래소 출범 후 전례 없는 전산 오류로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며 “임직원 모두가 비상대응 체제로 움직여 현재 거래 서비스가 정상 운영 중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 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전 대표가 ‘송구함’을 말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코인제스트는 이번 사고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코인제스트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보면 사고 자체에 대한 내용과 함께 ‘발 빠른 대응으로 큰 사고를 막았다’는 표현이 나온다. 심지어 제목이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기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썼으면 좋겠다”는 제안이기 때문에, 코인제스트가 ‘발 빠른 대응으로 큰 사고를 막았다’는 표현을 보도자료의 제목으로 쓴 이유는 곧 ‘사고도 사고지만 이를 빠르게 해결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코인제스트의 시각을 보여준다.

코인제스트가 약 10시간동안 장애를 일으킨 후 복구했으면서 이를 ‘발 빠른 장애’로 봐야하는지도 미지수다. 나아가 코인제스트 사고가 벌어졌을 당시 한화 인출을 시도한 사람이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았고, 코인제스트 홍보 담당자는 "그게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회수하지 못한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절차’만 운운하고 있다. 후속조치에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다.

코인제스트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옥석 가리기가 왜 필요한지 잘 보여주는 대형사고를 일으키고 무려 10시간만에 사고를 수습했다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한편, 이를 설명하는 자료 말미에 새로운 토큰을 홍보하는 '패기'도 보여줬다. 코인제스트는 “한편 코인제스트는 기존 마이닝 토큰 코즈의 생태계를 보완할 새로운 마이닝 구조의 거래소 토큰(가칭 코즈2)을 출시하고 기존 코즈 토큰 스테이킹 홀더들에게 10:1 비율의 에어드랍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