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서초구의 하락장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해당지역 지난 1월 2주의 아파트매매가격변동지수는 107.2를 기록했다. 출처=한국감정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9.13 대책의 파장으로 강남권 집값 하락의 서막이 올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9.13 대책 이전 2억~3억원을 훌쩍 뛰어오른 단지들이 2018년 초 가격으로 회귀한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거래된 매물수가 적은 데다, 아직은 대장주 등 일부 단지의 하락에 그친 곳이 많다는 게 중개사들의 시각이었다. 특히 하락장이 본격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지역 중개사들은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감정원이 1월 17일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2주(14일 기준) 강남구와 서초구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각각 –0.06%, -0.21%를 기록했다. 이는 –0.13%, -0.25%를 기록한 1월 첫째 주에 비해선 다소 하락폭이 줄어든 값이지만, 서울 전체가 연속 10주간 하락한 내용을 반영한 결과다.

변동지수로 따졌을 때 역시 이러한 흐름은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강남구는 하락세가 시작된 11월 둘째 주 109에서 107.1로 하락했고 서초구 역시 107.8에서 106.9로 떨어졌다. 그러나 일부 보도처럼 2018년 초 가격으로 회귀한 단지들은 일부에 국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와 서초구를 단독으로 환산한 1월 2주 매매가 변동지수는 107.2였지만 2018년 1월 지수인 100대에 근접하기엔 일렀기 때문이다.

<이코노믹리뷰>가 18일 서초구 잠원동, 강남구 압구정동, 대치동 등지를 방문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은 확연했다. 반면 9.13 대책 발표 이후 몇 달에 걸쳐 최소 1억원에서 최대 3~4억원까지 떨어진 곳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 강남구와 서초구는 1억원 이상 하락한 곳도 많았지만 별 변화가 없는 곳도 있었다. 출처=한국감정원.

잠원동 B공인중개사는 일대 대장주로 한신 4지구를 꼽았다. 신반포8차아파트부터 총 5개 단지, 총 3000가구 정도를 통합 재건축하는 이곳의 시세는 13억원에서 27억원까지 다양했다. 이 가운데 신반포8차의 전용면적 141.53㎡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28억원의 매매가를 유지하다가 지난 2018년 12월 24일을 기준으로 27억원으로 하락했다. 52.74㎡의 가격은 10월 15억원, 11~12월 15억5000만원에서 1월 14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중개사는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규제도 강화되고 허들이 높다 보니 이주를 위한 접근은 어려운 편”이라면서 “매수자들은 비교적 허들이 낮은 10년 내 신축 아파트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잠원동의 경우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신반포자이, 아크로리버뷰가 이에 해당한다.

B중개사는 “9.13 대책 이전에 급등한 단지들은 손바뀜이 많이 있었지만 대출이 묶이면서 부담을 느끼는 주인들이 많아졌다”면서 “특히 매수세가 굳다 보니 신축아파트 위주로 하락이 본격화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내다봤다.

잠원동 M공인중개사는 “매스컴 보도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매수세도 없고, 정말 급한 사람 아니고서야 낮은 가격을 꺼리기 때문에 매물을 잘 내놓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잠원동의 경우 1월 들어 네 건의 아파트 거래가 있었다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가 있지만 이는 60일 이내의 거래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거래는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여타 단지들의 거래는 꾸준히 있긴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 시세가 약 1억원 이상 하락한 잠원동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M중개사는 “재건축 단지들도 급등한 만큼 떨어져서 25평 아파트가 20억에서 17억까지 하락했다”면서 “특정 단지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의 가격으로 돌아온 곳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9.13 대책의 제대로 된 평가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납부하는 7·9·12월에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잠원동의 전망을 두고 “지난해 12월 한신4지구와 반포1-2-4주구가 나란히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이번에 서울시에서 미관지구도 해제했기 때문에 한강변의 아파트들은 더욱 유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개사는 또한 “전세시장은 확실히 헬리오시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한신4지구는 7월 이주설이 나오는 만큼, 신축 따라 헬리오시티로 가는 사람들도 꽤 있고 또 한꺼번에 수요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니 잠원동 일대 전세시장은 물량이 더욱 귀해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잠원동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둔화한 경기와 거래 멈춤으로 아예 문을 닫아두고 출근하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잠원역 주변 상인들은 “요즘 허위매물, 세무조사 등 국세청의 단속이 집중되는 시기라 이를 피하려고 닫아둔 곳도 많다”고 전했다.

반면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8㎡의 시세는 12월까지 28억원을 유지하다 약 5000만원 하락한 27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잠잠하다. 바로 옆 한신 15차 아파트 122.1㎡는 2017년 말부터 2018년 8월까지 26억원 선을 유지했지만 9.13 대책 이후 오히려 뛰어올라 현재 30억원에 안착해 있다.

▲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약 3억원 가까이 하락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매도 의사가 없다고 중개사는 전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불패’ 압구정, 하락해도 부담 적어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경우는 강남권 내에서도 특이한 위상을 갖고 있었다. 압구정동 Y공인중개사에 의하면 “강남불패는 사실 압구정불패에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있어 하락폭은 가격 자체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었다.

압구정현대아파트 6차의 전용면적 144.7㎡의 현재 시세는 1월 14일 기준 29억5000만원이다. 9.13 전후로 31억5000만원을 유지하다가 11월 31억원으로 소폭 하락한 후, 다시 1억5000만원 떨어졌다. 전용면적 157㎡는 35억에서 33억으로, 196㎡는 42억에서 40억으로 모두 동일한 하락폭을 보였다.

H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은 월세 물건이 드물고, 보유세 부담도 말은 안 하지만 다들 느끼는 듯하다”면서 “가지고 있어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재건축 때까지 매물로 내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타 단지와 엄밀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일대 일반 건물시장은 Y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수익률이 나오지 않으면서 비싼 월세를 조건으로 계약하는 분양 상가는 많이 가라앉은 편이고, 오히려 빌딩 거래는 9.13 이후 숨통이 트인 편”이라고 평했다. 그는 “실거주가 가능한 다세대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근린생활시설로 전용하는 빌딩에서 수익률을 얻는 모델, ‘땅콩근생’ 등의 거래가 지난해 가을부터 활발”하다면서 “정부 정책이 다주택자 과세에 집중하다 보니, 주택 외의 부동산으로 자본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장의 정체로 수익성 창구가 변화했다는 진단이었다.

▲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대치4동의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대치·역삼 등 하락폭 가지가지

강남 남부의 대치동과 역삼동·도곡동은 하락세의 영향을 받은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의 명암이 확연히 갈렸다. 역삼동 e-편한세상 전용면적 84.99㎡는 매매가 18억원에서 17억5000만원으로 하락했고, 도곡렉슬의 같은 면적 역시 21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춰지는 데 그쳤다. 대치동 삼성아파트의 84.58㎡도 11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되다가 12월 31일 18억원으로 낮아졌지만 이후 변동은 잠잠했다.

대치동 H공인중개사는 “변동이 거의 없는 편이고, 내려봤자 5000만원 하락이 끝이었다”라면서 “9.13 이후로 매수문의가 거의 없고, 도곡동이나 개포동처럼 자산 규모가 큰 사람들이 살지 않다 보니 매도 의사도 딱히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종전 20억원에서 17억4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대치4동 B공인중개사는 “주택 보유자들이 많이 살기도 하지만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면서 “웬만한 크기의 부담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매매의 경우 소유자의 융자도 적고 공시가격 부담도 적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4~5년 전 이 일대 아파트들은 반값 가까이 떨어졌지만 그 뒤로 쉬지 않고 상승세를 보였고, 자산 안정성도 강한 상태”라면서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폭도 적어서 몇 달 전부터 조금씩 떨어졌지만 본격적인 하락장이 열린다고 해도 영향이 덜할 것 같다”고 추정했다.

B중개사는 “아파트 전세가격이나 다세대주택 전세가격 시세도 약 2000만~3000만원 하락했고, 단독주택의 경우는 배 가까이 올랐지만 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어 부담을 느낀다는 말이 덜 나온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대치동은 역삼동 등과 달리 평지에 있고 강남 다른 곳보다 물가가 싼 데다 학교·학원 등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어 젊은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거주자들이 현금 보유량도 많아 굳이 주택을 보유하지 않고 전세 형태로 살면서 현금을 운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단 5000만원만 내려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하락폭이 크지 않고, 반대로 보유자들도 굳이 팔 이유가 없어 거래된 건수가 적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 중개사가 모여있는 은마아파트 앞 상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반면 은마아파트는 잇따른 하락 소식에 굳게 입을 다문 중개사들이 많았다. 은마아파트 앞 상가에 밀집한 10여개의 중개사들 가운데 하락한 가격에 거래하더라도 주변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중개사도 있었다.

은마아파트 C공인중개사는 “언론 보도에서 떨어진다고 하니 더더욱 버티는 경향이 있다”면서 “재건축이나 추가 호재가 될 만한 상황이 없는 시점이라 하락세가 더욱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D공인중개사는 “12월 17억원 정도에 거래된 곳이 있다는 것 외엔 알지 못한다”면서 향후 시세 예측에 대해선 언급을 꺼리는 눈치였다.

S공인중개사는 “탄천을 사이에 두고 송파구와 가깝다 보니 헬리오시티의 영향을 받긴 한다”면서 “임차인을 구하더라도 자기가 구했던 전세가에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다주택자 대출이 막히면서 자금 회전이 어려운 사람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몇 개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은마아파트의 시세는 11월 2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급히 잔금을 치러야 하는 주택이 나오면서 1월 17억4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매매 상한가 시세만큼이나 하한가 시세도 다양했다. 또 다른 D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은 매물의 매도 배경을 모르기 때문에 직전 거래가를 보고 시세를 맞추려고 한다”면서 “18억원에서 14억원으로 떨어진 곳도 있고, 18억5000만원에서 15억7000만원으로 하향한 곳도 있는 등 하락폭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해 8월 245건, 9월 503건, 10월 449건이었지만, 12월은 78건, 올해 1월은 40건에 머물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8월 252건, 9월 555건, 10월 571건에 이르렀다가 12월 106건, 올 1월 51건으로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