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그는 "마티"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키는 껑충 크지만 움직임은 느리고, 몸체는 회색이다.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미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 대형 수퍼마켓 체인 자이언트 푸드 스토어(Giant Food Stores)의 신입 사원인 그는 만화에서 나올 법한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다. 마티는 신중하지만 거침없이 움직이며, 동료 직원들과는 달리 급여도 받지 않고 하루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한다.

말은 많이 하지 않지만, 호리호리한 몸통에는 항상 다음과 같은 작은 메시지가 붙어있다.

"당신의 안전을 위해 마티가 매장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마티는 이미지 캡처 기술을 사용해 바닥에 음료가 엎질러져 있거나 물건이 떨어져 위험은 없는지 보고하며 당신의 쇼핑 경험을 개선해 주는 자율 로봇입니다.”

자이언트 푸드 스토어는 14일(현지시간), 지난해 가을부터 펜실베이니아의 몇 개 매장에서 마티를 시범 운영해 왔으며, 조만간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버지니아, 웨스트 버지니아 전역의 슈퍼마켓 체인 172개 매장에 마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봇의 고용은 자이언트의 모기업인 아홀드 들레이즈 USA(Ahold Delhaize USA)가 거느리고 있는 자이언트, 마틴스(Martin’s), 스톱앤샵(Stop & Shop) 등의 매장에 500대의 로봇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며, 자이언트 관계자는 앞으로 6개월 안에 이 로봇들이 완전히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언트 푸드 스토어의 니콜라스 버트램 대표는 “AI 로봇을 연구소에서 매장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매우 신나는 여행이었다.”며 “시범 운영 매장에서 보여준 고객의 반응에 감격했다"고 말했다.

"이 혁신을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해 우리는 파트너들과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 미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 대형 수퍼마켓 체인 자이언트 푸드 스토어(GFS)의 로봇 마티는 혼자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바닥에 엎질러진 물이나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는 위험물들을 스캔해 인간 근무자에게 보고한다.   출처= Giant Food Stores

마티는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바닥에 엎질러진 물이나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는 위험물들을 스캔해 인간 근무자에게 보고한다. 유출물이 발견되면 움직이면서 ‘삐’ 소리를 내 직원을 호출하고 직원이 나타나면 구두 대화로 상황을 보고한다.

마티는 "주의하십시오.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경고도 하지만 매장의 장내 방송 시스템을 통해 관련자들에게 상황을 알린다.

아홀드 들레이즈 USA의 매장 최적화 담당부장 패트릭 마투로는 "마티는 진열대에 재고가 없는 지도 스캔하고, 진열대와 스캔 시스템 사이의 가격에 차이가 있는지도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런 기능은 월마트의 매장 로봇 ‘브레인 OS’나 슈넉(Schnuck)의 로봇 ‘탈리’(Tally), 타깃(Target)의 매장 로봇과도 유사해 보인다.

마티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스캐너를 장착하고 있고, 재충전 가능한 리튬 배터리로 작동하며, 여러 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것도 여타 유통 매장의 로봇과 비슷하다.

마투로 부장은 마티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지만, 마티는 인간 동료들이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마티 옆을 지나면서 매장에서 로봇을 보고 매우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이 로봇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도 하고 마티와 함께 있는 모습을 셀카로 찍기도 합니다.”

물론 소매업에서 로봇을 도입한 회사는 자이언트만이 아니다. 월마트의 ‘브레인 OS’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바닥 청소까지 한다.

지난해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는 일부 산업에서 인간 근로자가 새로운 일을 하도록 하겠지만, 2030년까지 최대 8억 명의 사람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 중에는 월마트에서 바닥을 청소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보고서는 "자동화에 가장 취약한 활동은 기계 조작이나 패스트푸드를 만드는 일 같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의 물리적 활동”이라며 "그 외에 데이터 수집과 처리 같은 일도 기계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