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IT전시회인 CES 2019에는 특별한 모터사이클이 전시됐다. 미국의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회사인 할리데이비슨(Harley Davidson)은 처음으로 출시하는 전기 모터사이클을 선보였다. 전기 모터사이클의 이름은 ‘라이브와이어(LiveWire)’로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 할리데이비슨의 전기 모터사이클 '라이브와이어' 출처=삼성SDI

삼성SDI와 할리데이비슨과 4년간 협업

할리데이비슨은 2014년 ‘프로젝트 라이브와이어’라는 이름으로 첫 전기 모터사이클 개발에 나섰다. 첫 개발때부터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인데 이후 양사는 4년간 협업을 지속해 왔다. 2014년 시제품은 영화 ‘어벤저스2’에도 등장했다.

이후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유럽, 홍콩 등을 돌면서 로드쇼를 진행했는데 고객들은 ‘주행거리가 짧다’는 것을 주요 불만사항으로 지적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개발 과정 중 가장 핵심은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는 것이었는데 이를위해 4년동안 협업을 통해 2차례 배터리 용량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초기 모델에 탑재됐던 배터리가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약 60마일(97km)였던 것에 CES 등장한 모터사이클에는 1회 충전시 110마일(180km)의 주행거리를 보이는 배터리가 장착됐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와 달리 모터사이클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안전에 대한 취약성과 배터리 적재 공간 부족 등의 문제가 있었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와 달리 구조적으로 배터리 보호용 장치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또 공간의 한계로 배터리 적재 공간도 부족했고 별도의 냉각 시스템 설치도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 삼성SDI의 설명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양사는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할리데이비슨은 열 관리, 구조 해석 등 혁신적인 시뮬레이션 기술을 동원했고, 삼성SDI는 소재 혁신과 차별화된 팩 구조 설계 기술을 통해 문제 극복에 나섰다. 삼성SDI 관계자는 “안전성을 위해 여러 시뮬레이션을 할리데이비슨이 진행했고, 거기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배터리 셀, 팩, 모듈 등을 설계해 맞춤형으로 배터리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할리데이비슨의 도전에 삼성SDI가 함께하면서 양사는 할리데이비슨의 첫 번째 전기 모터사이클에 삼성SDI의 배터리 팩을 탑재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전략적 협력관계를 계속해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SDI는 이미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세계 모터사이클 1위 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의 전기 모터사이클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삼성SDI는 EV(Electric Vehicle)시장에서 영역을 더 확장하게 됐다.

▲ 삼성SDI가 할리데이비슨에 공급하는 배터리. 출처=삼성SDI

혁신DNA로 변화하는 할리 데이비슨

할리데이비슨은 1903년 미국에서 윌리엄 할리(William Harley)와 아서 데이비슨(Arthur Davidson)이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모터사이클 회사이다.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회사가 됐지만 앞길이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업체들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에 진출하게 되고, 할리데이비슨은 당시 비용절감을 위해 생산공정 단순화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할리데이비슨은 기계적인 성능이 아닌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판매하는 것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단순한 모터사이클이 아닌 미국 문화와 감성을 고객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할리데이비슨은 지금까지도 굳건한 마니아층을 확보했고, 미국의 ‘자유와 개성’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할리데이비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2009년부터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 제품의 공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되는 문제점을 예방했다. 또 제품 생산 시간도 21일에서 6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생산비용도 크게 절감하는 등 생산성 혁신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