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과거 영국과 프랑스는 세금을 창문의 크기, 개수를 기준으로 징수했다. 이른바 ‘창문세’다. 창문을 기준으로 정부가 세금을 징수한 이유는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통제 및 사생활 침해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창문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담세력을 파악한 것이다.

유치원 회계 등 박용진 3법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측에서 3법을 반대하는 종국적인 이유는 '교육의 자유' 보장이다. 즉, ‘국가에 의한 통제’를 거부하는 것이다.

박용진 3법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으로서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변경 △교비 사용 관리·감독 △급식업무 위탁으로 유아 급식의 질 보장 등을 담고 있다. 일부 유치원의 회계 비리, 부실 급식 등이 개정의 배경이 됐다.

한유총은 반발했다. ‘박용진법은 유치원 교육·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유치원도 학교로서 공공성을 다해야 하고 보조금을 받는 이상, 그에 따른 관리·감독을 수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보조금 받는 부분에 한정해 정부가 유치원을 관리·감독하자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박용진 3법에 대해 “부모가 낸 등록금이 교육의 목적 외에는 사용치 않게 하기 위한 법안을 빠르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는 한유총의 거센 반발과 한국당의 표결 불참으로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돼 있다.

▲ 한유총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 출처 이코노믹 리뷰

에듀파인, 대립각 분명해

박용진 3법 중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유치원에 대한 징계 및 중대한 시정명령 시 명칭을 바꿔 재개원을 금지하고 회계프로그램 ‘에듀파인’을 의무 사용하는 조항 등을 담았다. 이어 교육부는 올 3월 1일부터 사립유치원 중 현원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 및 희망 유치원을 대상으로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에듀파인은 학교 회계프로그램으로서 의사결정에 따른 △예산 △결산 △계약 △수입 △지출 등을 전산에 기록하는 프로그램이다. 기록에 남기 때문에 교육청 등 감독기관에서 관리 감독하기 쉬워진다. 예결산과 수입 지출항목 등을 투명하게 들여다봐 교육 목적 이외 사용을 막겠다는 게 교육부의 목표다.

한유총은 반발했다. 한유총 측은 “사립유치원 실정에 맞아야 한다”며 “누리과정을 통해 원아 1인당 월 29만원의 국가지원금이 들어온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회계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멍가게(사립유치원)에 무슨 회계가 필요하냐”면서 “장부 작성 자체가 낭비”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에듀파인 도입으로 “유치원이 학교로서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 디케의 눈 출처- 이미지투데이

 

종교인 과세… 50년간의 갈등

2017년 종교인 소득의 과세 여부는 뜨거운 감자였다. 1968년부터 제기된 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는 50년 가까이 여러 이유로 계속해서 유예됐다. 종교단체와 여당 및 정부 사이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유치원 3법 때보다 반발이 컸다. 게다가 50년간 국가와 종교단체가 다퉈왔던 영역이라 모두 내공이 상당해 갈등은 입체적인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시행 여부’가 쟁점이었다. 2015년 입법 후 유예 중이던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는지 여부를 두고 이해관계자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있었다. 시행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자 이후엔 종교인 ‘세무조사’가 쟁점이었다.

종교단체 측은 악의적 목적의 내부 고발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세무 당국은 과세 범위의 한계를 역설했다. 당국은 ‘목사, 스님 등 종교인 소득 신고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종교단체 계좌를 뒤질 수 없으니 교회, 절 등 종교단체를 세무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즉, 종교인 소득과 관련해 종교단체의 헌금이나 자산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없다.

마지막 갈등은 ‘종교 활동비’ 과세 여부였다. 종교 활동비를 비과세한다면 종교인 과세를 수면 위로 끌고 온 것에 의의가 있을 뿐 종교인이 소득 범위를 고무줄처럼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오랜 논의 끝에 양측은 종교 활동비를 비과세하기로 합의했다.

종교인의 과세 대상 소득은 소속 종교 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으로 한정됐다. 개신교의 목회활동비나 천주교 성무활동비, 불교의 승려 수행지원비 등 종교 활동비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치원 3법, 종교인 과세는 과거 영국 프랑스의 창문세처럼 국가의 관리 감독을 둘러싼 정부와 개인·단체 간의 갈등이다. 구성원 수, 단체의 힘 등도 중요한 요소다. 그중에서 특히 큰 차이를 보인 건 헌법이다.

헌법 20조 2항에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는 정치와 분리된다는 조항이 있다. 종교 단체의 독립성을 인정해주는 조항이다. 반면 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유치원보다 국민의 교육권이 우선시되는 조항이다.

결국 국가의 관리·감독과 관련한 갈등은 헌법에 담겨있는 가치가 무엇이냐로 판가름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