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남양유업의 아동용 음료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남양유업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갑질논란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남양유업이 연이은 안전사고 문제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끊이지 않는 논란은 남양유업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에도 코딱지 분유, 쇠막대기 초코우유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기업이미지 악화로 남양유업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경영진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이번 곰팡이 사건은 대구의 한 소비자가 자녀에게 남양유업의 아이꼬야 주스를 먹이다 곰팡이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는 사연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18일 종이캔의 일종인 카토캔(Cartocan) 용기를 사용한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조사결과 카토캔 자체가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내구성이 부족해 배송과 운송과정 중 제품 파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위해 요소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카토캔 용기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조사한결과 제조과정에서는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 남양유업은 이번 곰팡이 사건에 대해 제조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고 배송상의 문제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남양유업

이번에 발견된 곰팡이는 배송과 운송 과정에서 외부 충격으로 핀홀(pon hole)현상이 일어나 내용물과 외부 공기가 접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아기가 먹는 제품의 품질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이번 판매중단은 소비자가 안전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회사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품질 문제에서만큼은 어떤 타협도 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과문에 게재되기 불과 몇 시간 전 해당 제품을 홍보하는 이벤트 게시물이 올라와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이벤트 시점에 대해 더욱 신경쓰겠다는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선 뒤다.

세간을 뒤흔든 갑질 사건을 포함해 최근 남양유업은 대학병원 환자가 환자식으로 ‘맛있는 우유 GT’ 멸균 팩 우유 제품을 먹은 후 복통과 설사를 호소했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엔 초코우유 ‘초코에몽’ 안에 쇠막대기가 발견돼 논란을 샀다. 같은해 분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 기업의 이미지가 악화된 와중에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잇따른 사고는 소비자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고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남양유업이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된 식음료를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갑질사건이 불거진 2013년 이후 남양유업의 매출은 2014년 1조1517억원, 2015년 1조2150억원, 2016년 1조2391억원, 2017년 1조1669억원으로 소폭의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지만 성장은 지체된 상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각각 260억원(2014년) 손실, 201억원(2015년), 418억원(2016년), 50억원(2017년)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정상화에 힘썼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4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쳐 여전히 난항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 남양유업은 갑질사건이 불거진 이후 매출이 소폭의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체된 상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정상화에 힘썼지만 여전히 난항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남양유업의 실적 하락에 계속되는 와중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보수는 해마다 올라 논란이다. 홍 회장은 2017년 총 16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았다. 갑질논란이 터진 2013년 13억원 보다 20% 이상 오른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홍 회장은 기업의 쇄신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졌다.

더불어 남양유업의 쇄신을 가로막는 것으로 꼽히는 것은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다. 남양유업의 실적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홍 회장이 더 높은 수준의 급여를 챙길 수 있는 배경은 홍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라는 분석이다.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너 일가가 경영 혁신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남양유업은 2017년 최초로 외부출신 전문경영인 이정인 전 대표이사를 선임했지만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전문경영인 혼자 혁신을 강행하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홍 회장 일가의 책임론이 부상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2013년 갑질논란 이후 경영혁신에 대해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바뀐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 평가”라면서 “여전히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