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산지방법원은 홍콩산 금괴 4만개를 국내에 들여와 보세구역에서 섭외한 한국 관광객들을 통해 일본으로 넘긴 후 이를 되파는 방법으로 400억 원대 시세 차익을 얻은 금괴 밀수 일당 전원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조세)(이하 특가법), 관세법,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들은 홍콩의 경우 금 거래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반면 일본의 경우 10% 가까운 세금이 부과되어 홍콩의 금괴를 일본에서 팔면 그 만큼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는 점을 노려 경유지인 한국에서 세관신고 없이 홍콩산 금괴를 밀수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전형적인 밀수 사건처럼 보이지만, 현재 이 사건은 이들이 법원으로부터 선고 받은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과 추징액으로 인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지휘한 주범 A씨와 B씨에게는 5년, 2년 6개월의 각 징역형과 함께 각 1조 3천억 원의 벌금과 2조 102억원의 추징이, 나머지 공범 6명에 대해서도 이에 필적하는 수준의 징역형과 함께 적게는 1000억 원 대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벌금, 추징이 선고되었기 때문이다.

 

- 이번 사건에서 금고 밀수 일당에 대하여 이례적으로 거액의 벌금, 추징이 선고된 이유는?

우선 벌금형에 대하여 살펴보면, 벌금형은 형법상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구류, 과료, 몰수와 더불어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되어 있으며(제41조), 5만원을 하한으로 할 뿐 상한액은 정해져 있지 않다(제45조). 한편 이들에 대한 처벌 근거가 된 특가법, 관세법, 조세범 처벌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병과하도록 하고 있다. 즉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이 이 사건 벌금액의 산정의 상한선이 되는데, 이 사건 관세액은 400억원으로 관세액의 10배는 4,000억원인데 비해 이들이 일본으로 밀수출한 금괴 4만개의 가격은 금괴 1개당 5,000만원씩 총 2조원이므로 결국 이들에 대한 벌금형은 둘 중 높은 금액인 2조원을 상한선으로 하여 1,000억원에서 1조 3천억 원까지 산정 된 것이다. 형법상 추징은 몰수 대상이 되는 물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몰수하기 불가능할 때 몰수에 갈음하여 가액의 납부를 명하는 처분을 말하는데(제48조), 이 사건의 경우 특가법, 관세법, 조세범 처벌법 상 몰수 대상인 금괴가 전부 또는 일부가 처분되어 몰수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자 법원이 이들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가액을 납부하도록 추징 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추정컨대 이들이 최고 2조 102억원의 추징선고를 받은 것으로 보아 이들은 홍콩에서 사들인 약 2조원 상당의 금괴 4만개를 모두 처분해 현재로서는 금괴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만약 이들이 거액의 벌금과 추징을 납부하지 못하면 국가는 이를 어떻게 강제할 수 있나?

현 상황을 놓고 보건대 이들은 법원이 선고한 거액의 벌금과 추징을 감당할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하면 국가는 어떠한 방법으로 이들에 대한 벌금, 추징을 납부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 우선 형법 상 벌금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를 납부하여야 하고, 만약 이를 납부하지 못할 경우 그 금액을 납부할 때까지 노역장 유치를 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제69조 제1항). 다만, 이 경우 노역장 유치는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벌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000일 이상 3년 이하로 기간을 정해 노역장 유치를 선고해야 한다(제69조 제2항, 제70조 제2항). 이 사건 1조 3천억 원 상당의 벌금형을 기준으로 한다면 결국 이들의 하루 일당은 13억원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이는 보통의 노역 일당이 하루 10만원 남짓인 것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은 금액으로 이른바 ‘황제 노역’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의 입장에서는 벌금 미납으로 인해 3년 간 노역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의 징역형 연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노역장 유치 기간 제한으로 인한 ‘황제 노역’은 어떤 의미로든 벌금형이 가지는 본래적 취지를 살릴 수 없을뿐더러 형 집행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추징의 경우에는 더욱 문제다. 추징의 경우 벌금과 달리 미납에 대하여 노역장 유치 등의 방법으로 환가할 방법도 없고, 국가에서 피고인의 재산을 찾아내지 못하면 달리 압류, 추심할 방법도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거액의 벌금, 추징 선고로 화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벌금, 추징 제도의 존재의미와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회의를 갖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