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올해 M&A 시장은 우선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1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이미 내놨다. 이 중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사업 등 신성장 동력 분야에 25조원이 투입된다. 실제로 삼성벤처투자는 최근 아마존 웹서비스 등과 함께 배터리 없는 블루투스 기술을 위한 소형 반도체 칩 개발 업체인 월롯에 대한 3000만달러 규모의 펀딩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라엘 카메라업체 코오포토닉스 인수 추진도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롯데그룹이 내놓은 3개 금융계열사(캐피탈, 카드, 손해보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M&A를 통해 성장해 온 그룹인 만큼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에 이어 또 한 번 이슈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보험업에 집중돼 있으며 캐피탈사와 카드사는 없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우선 카드사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유통과 화학 부문에 더욱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유통과 화학 부문에 향후 5년간 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 그 과정에서 롯데정보통신과 세븐일레븐의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LG그룹에서는 LG전자가 국내외 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분투자 또는 M&A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수적 그룹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LG화학은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 부문 인수 경쟁에 나섰다.

금융지주사들도 M&A 거래규모 확대에 일조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는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증권사 인수를 최선호로 꼽고 있지만 매물은 마땅치 않다. 이에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 등을 필두로 금융그룹 재건에 나선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국내보다는 해외진출과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아웃바운드(Outbound) 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KB금융지주는 적극적으로 M&A에 나선다고 밝혔다.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한 만큼 그 지위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손해보험업(KB손보)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금융업 중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의지는 더욱 강해 보인다.

금융업계 내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또 다른 이유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증권업 진출이다. 산업 간 융합이 금융업권 내 M&A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관측된다.

 

탄력 받은 M&A 시장, 장기화 전략 필요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M&A 거래에 있어서 일명 ‘굵직한 딜’에 집중한다. 대기업 혹은 크로스보더 등이다. 그 배경에는 단연 수수료가 있다. 특히 국내서는 딜 과정에서 착수 수수료가 거의 전무하다. 모든 거래가 종료돼야 수수료를 수취한다. 사모펀드의 부상에도 중견·중소기업이 M&A 시장에서 좀처럼 빛을 볼 수 없는 이유다.

 

IB관계자는 “딜 주선 자체도 어려운 상황에서 착수 수수료도 전무하다 보니 큰 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보 부족 등 딜 소싱이 쉽지 않는 환경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피인수 기업들은 대부분 비상장사”라며 “정보가 부족해 M&A나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일이 뛰어다니며 발품을 팔면 충분히 발굴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인력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메가딜은 대부분 대형증권사들이 차지한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단순 인수주선 정도에 머문다. 트랙레코드가 중요한 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작은 수수료에도 일정한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원활한 성장은 물론 중소형 증권사들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들이 성장해 대기업과의 합병으로 더욱 발전하거나 양질의 자양분을 통해 자체 경쟁력 확보에도 일조할 수 있다. 이는 국가 경제발전에도 일조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M&A 활성화를 위해 출범한 M&A 중개망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등을 통해 시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개설된 지 2년 반이 지난 현재 총 거래건수는 15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장 실무자들도 중견·중소기업 M&A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 만큼 거래소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M&A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일본의 ‘니혼 M&A 센터’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조사·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니혼 M&A 센터는 1990년대 초반 중소기업 M&A가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이 시장에 진입해 독점력을 확보했다.

 

일본은 1960~1970년대 고도 성장기 대거 창업을 ‘단카이 세대’(일본 베이비붐 세대 지칭)가 최근 은퇴에 직면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과 자녀들의 전통산업 기피 등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중소기업들이 M&A에 주목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M&A를 통해 타사에 양도되면 거래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고, 오너 역시 개인 보증이나 담보 등 부담에서 벗어난다. 세무 측면에서도 청산보다 M&A 장점이 많아 일본 중소기업 오너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 니혼 M&A 센터의 연간 거래 건수는 약 520건이다. 산은 경제연구소는 낮은 경제성장률, 고령화 등 인구구조 문제로 외부환경이 악화되면서 M&A 수요는 점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니혼 M&A 센터만이 가지고 있는 전국 규모의 광범위하고 강력한 네트워크다. ‘거래’의 핵심은 매도자와 매수자를 매칭하는 것이다. 니혼 M&A 센터는 25년 넘게 회계법인·지방은행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강한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회사 설립 당시 출자자가 회계사와 세무사들이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9월 말 기준 711개의 회계법인과 98개 지방은행, 204개의 신용금고와 제휴를 맺고, 중소기업 관련 M&A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이외에도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컨설팅사 등 네트워크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니혼 M&A 센터를 통한 거래 비중은 양도 60%(은행 20%, 회계법인 20%, 증권사 10%, 기타 10%), 양수 25%다.

중소기업은 상장사 비중이 적고 기업 정보가 대부분 비공개다. M&A 정보는 차치하더라도 중소기업 오너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입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7년 일본 중소기업 M&A 의뢰경로는 회계사·세무사가 59.1%, 거래 금융기관 42.3%인 반면, 전문중개 회사는 17.4%에 불과하다. 니혼 M&A 센터의 차별화된 강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역 기반 M&A부티크도 활동하고 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중개능력이 지역기반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니혼 M&A 센터는 중소기업 M&A 전문중개기관인 동시에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보유한 유일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니혼 M&A 센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 전반 부진 속에서도 매출과 자산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6.6%에 달한다. 높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년 기준 매출액영업이익률 47.4%, 총자산이익률(ROA) 24.7%, 자기자본이익률(ROE) 38.4%를 기록했다. 일본 전체 상장사와 비교해도 상위 1~2% 내에 드는 우량한 기업이다.

니혼 M&A 센터의 전체 거래 건수는 2011년 194건에서 2016년 524건으로 2.7배 증가했다. 2017년 상반기에는 380건을 기록했다.

산은 경제연구소는 니혼 M&A 센터의 성공요인으로 후계자 이슈를 빠르게 파악한 점을 꼽았다. 내적으로는 중개 업무의 핵심을 파악하고 광범위하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잘 다져왔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기업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부실기업 정리를 위한 매수자 중심의 M&A 시장이 형성돼 있다. 정상 기업 간 자발적 M&A는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창업자들이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는 데 반감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M&A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는 이유라는 것이다.

중개기관이 중소기업 M&A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는 낮은 수익창출력을 꼽았다. 그러나 국내 전통산업의 성숙과 글로벌 경쟁심화, 저성장 지속 등으로 M&A 전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중견·중소기업의 환경 개선과 성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 제고에도 일조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