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지난 2015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일명 ‘빅딜’은 시장과 재계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두 그룹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이 거래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우리나라 최초 민간 주도로 성사된 점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반강제적 구조조정이 이뤄졌던 것과는 분명 다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M&A 시장 규모는 평균 3.4% 불과하다. 삼성·한화그룹의 메가딜은 국내 M&A 시장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사모펀드(PEF)다. 지난해 딜이 완료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에는 베인캐피털이 함께 했다. 지난 2017년 베인캐피털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카버코리아를 유니레버에 매각(3조원)하기도 했다.

KKR 역시 2017년 LS오토모티브를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이랜드월드로부터 모던하우스를 6000억원에 사들였다. 작년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전에는 맥쿼리자산운용이 함께 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도 사모펀드의 영향력을 키웠다. 비용절감 목적의 구조조정 후 매각방식에서 벗어나 공동 인수 기업과 ‘롱런’할 수 있는 배경이 된 셈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은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지분 노출을 꺼리는 사모펀드의 성향에도 맞아 떨어졌다.

SC사모펀드와 삼양사의 효성패키징 인수, NH투자증권 사모펀드와 한솔케미칼의 테이팩스 인수, MBK파트너스와 골프존의 국내 골프장 인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도 M&A를 통한 성장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국내 M&A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사업을 분할해 매각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LS오토모티브 거래가 이에 해당된다. 또 LG CNS가 에너지솔루션, 헬스케어 등에 집중하기 위해 ATM 부문을 에이텍티앤에 매각한 사례도 있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2018년 미국 M&A 트렌드 및 전망’에 따르면 사업분할은 올해 M&A 시장에서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불과 몇 년 전을 되돌아보면 국내 M&A 시장은 상당히 빠르게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IB관계자는 “‘사모펀드’, ‘M&A’ 등에 대한 국내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모펀드들이 기업과 손잡고 다수의 거래를 원활하게 성사시키고 있다는 점은 국내 자본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익 효율성과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