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M&A에 대한 국내 인식은 좋지 않다. ‘적대적’은 물론 ‘사모펀드=먹튀’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M&A는 ‘성장’ 수단 중 하나다. 기업의 사업부문을 효율적으로 재편해 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M&A의 중심에 사모펀드들이 자리 잡으면서 시장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자금력과 금융전략이 부족한 기업을 도와 딜(Deal)을 성사시키기도 한다. 과거는 물론 향후에도 M&A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역할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대형 거래 중시의 M&A 시장에서 외면 받는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딜은 지속돼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2019년 세계경제가 전년 대비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협요인으로는 ‘미국발 무역전쟁’이라는 응답이 60.6%를 차지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국 금리인상’(12.8%), ‘중국 경제 불안’(11.9%) 등을 꼽았다.

한국 경제가 이미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72.7%를 차지했다. ‘전적으로 동의’도 20%로 나타났다.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7.3%에 불과했다.

 
 

국내 경제 위협 요인으로는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41.8%)를 지목했다. ‘투자위축’과 ‘금리인상’은 각각 19.1%, 13.6%로 뒤를 이었다.

기업경영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변화’(35.2%)를 꼽았다. ‘글로벌 보호무역의 기승’(25.9%), ‘미국 및 국내 금리인상’(19.4%), ‘중국 등 후발기업의 급성장’(12%) 등이 지목됐다.

경영실적은 ‘예상을 하회’(38.5%)했다고 응답한 기업들이 ‘예상을 상회’(23%)했다고 말한 기업보다 많았다. 특히 ‘내수부진’(57.1%)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65.7%)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문제지만 국내 기업들은 내수 상황과 정책 등에 대한 부담도 크다. 특히 각종 비용이 증가하면서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경영목표에서는 수익성 향상(40.7%)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용절감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정책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도 눈치가 보인다”며 “결국 먹거리를 찾아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데 각종 규제와 정책 때문에 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불만을 얘기하면 또 다른 규제 등으로 기업 활동에 지장이 생길까 봐 의견을 내놓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구조조정에서 먹거리 중심으로… 지배구조개편도 탄력

지난해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한 기업결합(합병, 주식취득 등) 건수는 총 336건으로 전년 대비 41건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규모는 247조6000억원에서 175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7년 상반기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건(19조4000억원) 등 굵직한 딜(Deal)이 있었으나 2018년 상반기에는 대형 기업결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이다.

국내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266건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51건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동안 금액은 19조9000억원 감소한 4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대형 기업결합의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다.

 

결합금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결합심사는 25% 감소(4건→3건)했으며 10조원 이상은 한 건도 없었다.

다만,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은 사업 구조개편과 다각화에 주력했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45건→107건)와 금액(15조3000억원→16조5000억원)은 동반 증가했다.

당시 가장 주목을 받은 거래는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사업부 인수였다. 4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으며 컨소시엄(베인캐피털, 애플 등) 기준으로는 무려 19조9000억원에 달하는 메가딜이었다.

이밖에도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1조3000억원),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7020억원), 하나금융지주의 하나금융투자 유상증자 참여(7000억원), 롯데쇼핑의 롯데쇼핑홀딩스홍콩 출자(6189억원) 등이 굵직한 거래로 꼽힌다.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도 있지만 지배구조개선 등 정책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 집단 내 사업 재편의 성격을 갖는 계열사 간 기업결합 건수는 73%(63건→109건) 늘었다. 반면, 혁신성장 동력확보와 신사업 진출 성격을 갖는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 건수는 3.3%(152건→157건) 증가에 그쳤다.

하반기 들어서는 1조원이 넘는 거래가 잇달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 것은 물론 상장사들의 이익 컨센서스도 점차 하향 조정된 시기다.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한 행동에 본격 돌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전부터 신사업 진출 등을 검토하고 있던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결정을 미루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경기둔화 우려로 기업 밸류에이션도 다소 낮아지면서 딜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별 지배구조개편도 다소 빠르게 진행되면서 성장을 위한 먹거리 확보 노력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하반기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편입 등에 2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신한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 강화의 일환으로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2조2990억원)를 품에 안았다.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을 통해 코웨이(지분 22.17%를 1조6850억원)를 6년 만에 되찾았다. CJ제일제당도 미국 식품업체 쉬완스 컴퍼니 지분 80%를 2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M&A거래는 활발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