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암호화폐 시세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국내를 대표하는 거래소 빗썸이 인력감축에 돌입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업황악화의 단면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빗썸은 전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의사를 밝힌 직원을 대상으로 재직기간에 월급을 곱하는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오프라인 공간을 축소하는 등 몸집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연해졌다는 평가다. 전 인력의 10%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1월 400여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한편 콜센터 상담원 2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최근 빗썸이 광폭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업황이 악화되며 빗썸도 비대해진 조직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전직 프로그램에 주로 저연차 직원들이 참여한 것도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다른 반응도 있다. 일반적인 IT기업의 이직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며, 그 연장선에서 빗썸의 인력감축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스타트업으로써는 파격적인 전직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역설적으로 빗썸의 든든함을 보여준다는 논리다.

빗썸 내부의 전략이 글로벌을 키워드로 선택과 집중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BK컨소시엄은 지난해 빗썸을 운영하는 BTC코리아 최대주주인 BTC홀딩스의 지분 50%와 '플러스 1주'를 더한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조직 개편을 단행, 최재원 대표 체제로 구축되는 등 큰 폭의 조직 변화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조직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재구성되며 인력 유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빗썸의 이번 인력감축을 조직 구성에 따른 전략적 차원으로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빗썸은 최근 해외사업실, 블록체인R&D실, B2B사업실 등을 신설하는 한편 조직 슬림화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 나섰다. 픽썸이라는 커뮤니티형 플랫폼 전략까지 구사하며 다양한 로드맵까지 이상없이 전개하고 있다.

빗썸이 글로벌 전략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대목도 중요하다. 국내외 대형은행 및 회계법인에서 20여년간 금융과 투자,재무 업무를 담당한 ‘금융통’인 최 대표는 미국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통한 증권형토큰거래소 설립을 주도하고 러시아 국영은행과 블록체인 사업제휴를 추진하는 등 해외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내며 빗썸의 글로벌 진출을 진두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대표의 등장과 함께 빗썸의 전략이 글로벌로 중심축이 옮겨질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인력 유동화가 이뤄졌다는 말이 나온다.

빗썸은 현재 미국에 증권형 토큰 거래소를 설립하는 글로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 핀테크 기업 시리즈원(seriesOne)과 계약을 맺고 증권형 토큰 거래소 구축을 위한 투자와 기술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시리즈원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인가를 받아 현지에 증권형 토큰 거래소를 설립하며 빗썸은 기술을 제공하는 한편 거래소 사업을 담당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의 인력감축이 최근 업황악화와 완전히 관련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조직개편과 전략의 선택과 집중을 고려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시도로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