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 카풀 서비스의 시동이 꺼진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 정부의 공유숙박 방침을 두고 논란이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정부가 ICT 혁명의 기회 중 하나인 모빌리티에 사실상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공유숙박에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택시기사들이 카카오 카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 ‘배수의 진’..에어비앤비 ‘가벼운 행보’

카카오 모빌리티는 15일 베타 서비스로 진행되던 카카오 카풀 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의 협력과 사회적 합의를 우선으로 하여 원만한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는 물론 택시업계와 더 많은 대화 기회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면서 “대화에는 어떤 전제도 없으며, 서비스 출시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명의 택시기사가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해 사망하는 한편, 택시업계가 대규모 집회를 통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 발 물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베타 서비스는 18일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카풀 논란이 답보상태에 빠진 가운데 우버의 행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버는 지난 2014년 우버택시의 국내진출을 타진했으나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카카오택시가 우버택시의 모델에서 택시와의 상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탄생했고 양측의 행보가 시간이 흘러 카풀이라는 키워드로 불협화음을 일으키자, 최근 우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우버 코리아는 지난해 말 장기간 공석이던 한국 총괄에 손희석 익스피디아코리아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택시업계의 화력이 카카오 모빌리티에 집중되는 현재, 우버의 조심스러운 가능성 타진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모빌리티 영역에서 몸집을 키운 쏘카의 타다, 카풀 2.0을 기치로 위플과 차차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시장 참여를 선언하며 업계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사실상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부는 카카오 카풀 논란에서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 1기와 서울시, 국토교통부는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선언한 택시업계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고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적인 논리만 횡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빌리티 영역에서 정부의 무기력함이 감지되는 가운데, 공유숙박 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법 개정을 통해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유숙박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2011년 12월에 도입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도시 지역의 거주자들이 자신의 집을 외국인에게만 공유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으며 내국인의 이용은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법 개정이 이뤄지며 내국인에게 180일이라는 제한을 전제로 공유숙박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는 상당한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공유숙박 시장 장악력을 끌어 올려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만 가능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공유숙박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총괄 대표도 “400만명에 가까운 국내 에어비앤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 “합리적인 제도 도입을 통해 혁신성장의 핵심 분야인 공유경제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는 공유숙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한 달 반동안 단행해 총 1만3000명의 동의를 확보했다고 지난해 12월 밝힌 바 있다. 공유숙박 법안 도입을 제안하는 청원서도 작성해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 에어비앤비가 모은 서명. 출처=에어비앤비

공유숙박을 둘러싼 불길한 전운?...“약간 다르다”

우버 모델에서 시작된 카풀이 국내에서 사실상 고사위기에 몰린 가운데, 우버와 함께 대표적인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불리는 에어비앤비 모델이 국내에서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공유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두 기업의 모델이 전혀 다른 영역이기는 하지만 시장 안착에 있어 온도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반응이 눈길을 끈다. 정부는 카카오 카풀 논란에서 명확한 방향 설정은커녕 택시업계에 사실상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했으나, 공유숙박에서는 전향적인 결단으로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는 아예 공유숙박의 신선함을 강조하는 정책기자의 글까지 실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반응을 두고 ‘기존 집단의 반발 차이’로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을 두고 택시업계에서는 두 명의 기사가 분신해 사망하는 등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지만, 국내 숙박업계에서는 이 정도의 강경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정부는 확고한 철학과 가치를 통해 신사업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떼법’에 이끌려 정책 결정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카카오 카풀 논란이 부상하자 정부의 공유숙박 내국인 대상 허용을 두고 논란이 나오기는 한다. 사단법인 대한숙박업중앙회(중앙회)는 지난해 공유숙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으며, 최근 정부의 법 개정에도 강력히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연합회 및 기타 유관단체와 함께 정부의 공유숙박 허용 행보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서 “카카오 카풀이나 에어비앤비의 공유숙박이나 동일하게 소상공인을 파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만간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한 문제제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택시업계 수준의 강력한 반발에는 선을 그었다. 중앙회 관계자는 “택시업계처럼 누군가 사망한다거나, 기타 강경한 방법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분명하게 대응할 생각이지만, 일차적으로는 정부와 각 이해 당사자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재 중앙회장 신년사에도 비슷한 기조가 엿보인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결사적으로 집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유민반 도입을 반대하겠습니다만, 정부 및 국회에서는 공유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유민박 법제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인터넷 기술의 발달, 사회 환경의 변화, 여행객 연령의 변화 등을 고려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 관계자들이 카카오 카풀 논란이 불거지자 공유숙박 현안도 묶어 무리한 이슈 파이팅을 하는 것 같다. 최소한 공유숙박 현안은 카풀과 다르다”면서 “만약 상황이 달라지면 중앙회를 중심으로 기존 숙박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할 여지도 있으나, 현 상황에서 그런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비슷한 ‘공유 비즈니스’에서 보여진 정부의 정책 온도차이를 설명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 논란에 있어 정부가 당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중앙회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공유숙박을 허용하며 기존 관광품질인증을 받은 업소에 관광기금 융자 등 지원을 확대하고 숙박업 종사 근로자에 대한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혜택 부여는 물론 소규모 숙박업체의 매출세액 우대공제율 적용 연장 및 공제한도를 확대하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말했다. 만약 중앙회 중심의 숙박업계가 반발에 나서도 이 조건을 둘러싼 힘 겨루기 이상은 아닐 것이라는 논리와 연결된다. 이 역시 정부의 다른 잣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다.

▲ 정경재 회장 신년사 일부. 출처=갈무리

정부의 확고한 판단 나와야...공유경제? 온디맨드

카카오 카풀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공유숙박은 정부의 적극적인 기조로 순항하고 있다. 그 이유로 기존 산업계의 적극적인 반발 여부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의 더 명확하고 확실한 판단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력한 반발로 일관하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소 유연하게 접근하는 정책 기조는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사실상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인 이들의 속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력한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수수료를 받는 순간 이들은 한정된 자원의 효과적인 소비를 담보하는 공유경제가 아니라, 온디맨드 기업이 된다. 이 속성을 간과해 공유경제의 아름다운 프레임만 남발할 경우 구 산업 종사자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뿐더러, 온디맨드 플랫폼이 가진 노동 경직성 등의 문제도 부각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양측의 차분한 대화문화도 필수다. 사정은 다르지만 공유숙박 현안에서 에어비앤비는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당장 중앙회 인사들과 교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원만한 시장 안착을 위해 정부와 기존 숙박업 종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