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ICT와 금융이 만나 탄생한 핀테크와, 그 안에서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소위 ICT 기반 모험 자본시장의 성장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규제 기조는 여전하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관영 의원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핀테크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금산법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을 지원하여 금융기관간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금융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됐으나 최근에는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여겨졌다.

특히 대표적인 핀테크 사업인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와 기존 투자중개업을 구분하지 않아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에게 과도한 출자제한 등 불필요한 규제가 적용되어 핀테크 업계의 원망을 받았다.

개정안은 이러한 불합리함에 착안해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가 등록대상으로서 인가대상인 투자중개업자와 달리 물적·인적 요건이 다른 점, 기업결합 등에 따른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하다는 점에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를 투자중개업자와 구분되는 금융업자로 분류하여 정의했다. 당장 자회사 설립 등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의 사업확장 가능성이 증대되고, 형평과 실질에 부합한 규제 정비로 핀테크 산업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15일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근주 사무국장은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실현되면 핀테크 산업과 모험 자본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 방안도 눈길을 끈다. 박근혜 정부 말미 큰 관심을 받았던 크라우드 펀딩이 정권 교체기를 맞이하며 다소 주춤한 행보를 보인 가운데, 정부가 다시 크라우드 펀딩에 주목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발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기업의 발행한도가 기존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난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을 수 있는 자금이 크게 확대되며 소위 모험자본 운신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성과는 이미 나오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17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증권 발행한도 확대의 첫 결실로 '그린플러드그 서울 2019' 프로젝트가 오픈 하루만에 8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증권 발행한도가 기존 7억원 한도를 돌파, 15억원으로 늘어난 후 나온 첫 사례다.

▲ 와디즈에서 발행한도 15억원의 수혜를 받는 첫 펀딩이 탄생했다. 출처=와디즈

기존 와디즈에서 진행된 공모형 펀드는 증권 발행한도가 1년에 최대 7억으로 제한 돼 있어 그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한 경우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금을 유치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와디즈의 공모형 펀드는 더 많은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크라우드 펀딩은 만능통치약은 아니고, 제품의 불성실한 완성 등으로 잦은 논란에도 휘말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 자금 모집이 어려운 스타트업에게 기회를 주고, 새로운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펀딩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와디즈 김지훈 이사는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와디즈는 Seed 단계부터 Pre IPO까지 전 단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원스탑 투자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며 “연간 최대 15억까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만큼 스타트업의 각 성장단계에 맞춰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와디즈 펀딩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근 당국이 핀테크와 모험자본의 ICT 플랫폼 활용을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기류도 포착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핀테크의 발전을 가로막는 정책을 일관한 후 최근에야 조금씩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면서 “통합 방송법만 봐도 정부의 규제 기조는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핀테크와 모험자본 영역에서의 일부 변화를 두고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남발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