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업계 2위의 정유사이며,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GS그룹과 글로벌 석유메이저 업체 셰브론(Chevron)이 5:5의 지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GS칼텍스가 3년만에 공모시장을 찾는다. AA급 우량채이지만 지난해 유가 급등에 따른 운전자본 확대로 현금흐름이 대폭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단, 유동성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10월이후 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 운전자본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AA+/안정적)가 오는 22일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총 3000억원 규모다. 트랜치(tranch)는 5년물 1500억원, 7년물 500억원, 10년물 1000억원이다. 금리밴드는 개별민평 산술평균의 –20bp~15bp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금액이 최대 5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이 공동 주관한다. 

조달한 자금은 전액 차환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올해 3월 65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다.

신용등급 및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하면 흥행이 예상된다. 수요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어 금리수준이 밴드 하단에 위치할 가능성도 있다. GS칼텍스는 2016년 회사채 발행 당시 2000억원 모집규모에 총 8600억원의 기관 자금을 모았다. 금리밴드는 하단에서 결정됐다.

영업이익 흑자...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GS칼텍스의 실적은 준수하지만 현금흐름은 대체로 좋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지난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4582억원을 기록했다. 물건을 팔았지만 수중에 쥔 돈은 없다 못해 부족한 것이다.

▲ GS칼텍스의 잉여현금흐름(FCF) 및 운전자금 증감 변동상황.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유가 폭등의 영향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은 원료구입 등 기업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을 의미한다. 통상 ‘매출채권 + 재고자산 – 매입채무’로 산출된다.

매출채권은 ‘받아야 할 외상값’이다. 물건을 판매했지만 당장 현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운전자본 부담 요소가 된다. 재고자산은 아직 팔지 못한 상품이다. 특히 유가 상승 등에 따라 평가 가격 등이 올라가게 되면 부담은 늘어난다.

반면 매입채무는 ‘줘야 할 외상값’으로 물건 값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 운전자본 부담을 완화한다.

GS칼텍스는 사업구조상 유가 등락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정유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77% 내외로 높으며, 원유 등 원재료 매입비는 제조원가의 90% 내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세는 2016년부터 지속됐다. 지난해 9월 두바이유는 배럴 당 77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2016년의 두바이유 최저 가격은 배럴 당 25.56달러로 매우 낮았다.

▲ 16일 기준 지난 3년간의 두바이유 선물 가격 변동 추이. 단위는 달러/배럴. 출처=네이버 금융

원유 가격 상승으로 매출액 등 외형이 커졌고, 이에 따라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S칼텍스의 매출채권은 1조576억원 늘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480%에 증가한 수치다. 재고자산은 6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늘었다. 매입채무는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어난 3283억원을 기록했지만, 운전자본 부담 해소에는 다소 부족했다. 

운전자본 부담 확대로 순차입금(차입금-현금성자산)도 약 1조 늘었다. 2017년 말 2조7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3조7000억원이었다.

▲ GS칼텍스의 순차입금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유동성 위험 매우 적어... 운전자본 부담도 해소 전망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GS칼텍스의 유동성에 큰 위험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현금창출력이 우수하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9449억원에 이른다. 현금보유량도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대략 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성 차입금 및 배당금 합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GS칼텍스의 1년 내 만기가 오는 단기성 차입금은 2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5752억원이었다.

물론 올해부터 자본적지출(CAPEX) 증가가 예상되지만,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GS칼텍스는 올해부터 2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여수의 올레핀 생산시설(MFC)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2021년 가동 목표다. GS칼텍스의 자본적지출은 지난해 3분기 4121억원이었다.

현금창출 안정성도 좋다는 평가다. 국내 정유업 시장 점유율 2위이며, 고도화설비 비율은 34.3%(27만4000B/D)으로 국내 수위권이기 때문이다.

고도화설비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아스팔트 등 값싼 중질제품을 휘발유, 경유 등으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GS칼텍스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수율이 대략 60% → 85%로 증가하는 만큼 수익도 늘어난다. 특히 올레핀 설비가 안정될 경우 현재 19% 내외인 석유화학 부문 비중이 증가해 안정성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GS칼텍스의 사업부문별 매출액 및 매출비중. 출처=한국기업평가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유가 급락을 고려할 때 운전자금 부담은 상당 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회사의 안정적인 사업기반 등에 기반한 재무적 융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기유동성 위험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도 “2016~2017년 대비 영업실적이 저하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기반 하에서의 양호한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신규 투자 부담을 충당함으로써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향후 운전자본부담도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유가가 지난해보다 하락안정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두바이유 기준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대로 하락했고, 이후 소폭 반등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유가가 평균 70달러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바라봤다.

수급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이 지난해 말 정례회담을 개최해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산유량을 일간 12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올해 3분기 이후 미국 퍼미안(Permian) 분지 원유 수송로가 추가 개통되며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어나 감산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유가는 올해 1분기 저점 이후 점진적 상승이 예상된다”라며 “OPEC 등의 공급축소가 예상되는 중에 미국 원유수송로 개통으로 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수요 증가는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등으로 인해 대체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유가예측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대응도 쉽지는 않은 편이다”라면서 “다만, 올레핀 공장 증설 등의 사업다각화로 유가 변동 영향을 일부 상쇄하고 나아가 실적 안정성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