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매년 개최되는 타이베이 게임쇼가 오는 25일 열린다. 타이베이 게임쇼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게임 출품은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지만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 주요 게임시장인 대만과 중국, 일본 등의 업계 트렌드 파악을 위해 타이베이 게임쇼를 주시하고 있다. 부스를 차리지는 않아도 전시를 보러 참가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해에도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좀처럼 열리지 않으며 대만·일본 등으로의 국내 게임 수출이 더 절실해진 만큼 올해 타이베이 게임쇼에 대한 관심은 더욱 클 것으로 풀이된다. 

▲ 대만 국기. 출처=이미지투데이

게임쇼 규모는 작아도 대만 시장은 크다

타이베이 게임쇼는 타이베이컴퓨터협회(TCA)가 주최하며 올해 17회째를 맞는다. 전시 방식은 국내 게임쇼 지스타와 비슷하다. 일반 관람객들이 게임을 시연하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B2C 존과 업체 간의 비즈니스가 주를 이루는 B2B 존 운영이 행사의 주요 내용이다. 2019 타이베이 게임쇼는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B2B 존이 운영되며 25일부터 28일까지는 B2C 존이 이어진다. 그 외 게임 개발자들이 함께 경험을 나누는 자리인 아시아 태평양 게임 서밋도 24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타이베이 게임쇼는 글로벌 기준으로 규모가 큰 게임쇼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스타와 비교해도 전시장의 면적이나 출품작 수 등이 더 작다. 총 관람객 통계를 비교하면 지스타보다 더 많은 사람이 다녀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통상 타이베이 게임쇼가 지스타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열려 집계 일수가 더 많은 영향이 있고 집계의 방법이나 기준 등이 별로 신뢰가 가지는 않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평도 나온다. 그간의 대만 게임쇼에서 주최 측은 ‘아시아 최대 규모’ 등의 홍보 문구를 내걸었지만 정작 게임쇼에 참가한 중국, 일본 등 해외 업체 측에선 공감하지 못했다는 후문도 있다. 

그렇지만 대만은 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고 구글 플레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게임 시장 규모가 글로벌 5위 수준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게임 시장 규모가 큰 나라다. 또한 아시아 주요 게임 시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지목된다. 

중국 수출 꽉 막히며 더 큰 관심… 국내 게임 수출하기 좋은 환경도

최근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인 중국 시장이 좀처럼 열리지 않으며 더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게임사에서 중국 외의 수출 활로를 찾고 있는 탓이다. 대만은 일본이나 중국으로의 게임 출시 이전에 거쳐 가기 좋은 지역으로도 평가받는다. 그라비티 김진환 이사장(대만 지사장)은 “국내 게임 업계는 대만 시장에 대한 본래의 관심도 있지만 최근 중국 시장의 활로가 막혀있기 때문에 시선을 대만이나 일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타이베이 게임쇼뿐만 아니라 지난 동경게임쇼에서도 예전보다 눈에 띄게 한국 업체들이 많아진 걸 느꼈다”고 전했다. 

대만 시장에서 이미 여러 국내 개발 게임들이 흥행한 이력도 있다. 그 배경에는 게이머들의 취향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점이 주요하다. 대만은 PC온라인게임 시절부터 국내와 발전 과정이 비슷하다. 대만에서 흥행한 대표 게임 IP로는 리니지, 검은사막, 라그나로크 등이 있다.

대만은 게임 수출에 유리한 지역이라는 평도 있다. 게임 시장 자체가 개발사보다는 퍼블리셔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즉 비즈니스 측면에서 개발사가 다가가기 좀더 수월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은 “대만 앱 마켓을 봐도 상위권 게임은 대체로 해외 개발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퍼블리셔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이라 게임 수출에 유리한 곳이다”고 말했다. 대만 게임쇼에 참가하는 업체들이 퍼블리싱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야기다. 

중국·일본 기업도 다수 참여… 시장 트렌드 파악에도 용이

타이베이 게임쇼에는 일본, 중국 등 주요 게임 업체들이 많이 참가한다. 주요 게임 국가들의 시장 트렌드를 한 눈에 볼 기회인 셈이다. 황성익 회장은 “대만 게임쇼에는 중국, 일본 등에서의 참여가 활발해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될 수 있고 연초 시장의 새로운 사업 방향을 확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번 게임쇼에 35개국에서 30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이 대만 게임쇼에 방문에 새로운 게임 IP에 대한 사업을 논의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2B 관에는 중국의 자이언트 인터렉티브 그룹, 위스퍼게임즈, 일본의 클라우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쥐앵글, 석세스, 국내에선 H2인터렉티브, 그라비티 등이 부스를 차린다. 

그라비티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타이베이 게임쇼의 B2B관과 B2C관에 참여해왔다. 이번엔 B2B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진환 이사장(대만 지사장)은 “대만 지역은 10년 넘게 라그나로크를 서비스했고 최근 재론칭한 중요 시장”이라면서 “타이베이 게임쇼는 현지 유저들과의 오프라인 행사를 하기 좋은 장소다”고 말했다. 그라비티는 이번 참가에선 B2B관에 집중하며 IP 사업에 힘쓸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그라비티 내부에선 라그나로크 IP 말고도 가능성 있는 IP들이 있다”면서 “그런 IP를 사용할 만한 개발사를 찾거나 개발사의 좋은 게임이 있다면 퍼블리싱 사업 논의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대만 게임쇼 B2C 관에 참여하는 국내 중견 게임업체로는 펄어비스가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출시한 지난 2017년부터 타이베이 게임쇼에 매년 부스를 차리고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 모두 현지 지사를 통해 직접 서비스를 하고 있어 오프라인 행사에 좀더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새다. 펄어비스는 대만 게임쇼뿐만 아니라 태국, 터키 등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는 국가의 게임쇼에도 참가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검은사막 온라인과 검은사막 모바일 두 게임 모두 대만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면서 “게임쇼를 통해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이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다채로운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국내 소규모 인디 개발사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주로 지방 진흥원에 속한 개발사들이 함께 참가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전라남도 소재 게임 기업들과 함께 전남 공동관 형태로 지난해 타이베이 게임쇼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