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예태 회화50년’기념화집을 펼쳐놓은 표지. 왼쪽이 뒷면, 오른쪽이 앞면이다. 1958년 첫 개인전 이후 2008년까지 50년 동안 그린 작품을 모았다. 화백은 “…거의 1000여점이 넘는 작품 작품들을 매만지고 쓰다듬어 한권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400여점으로 추려지고 남은 작품들은 아픈 살점처럼 떨어져 나갔다. 내가 세상에 부려 놓은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어느 집 또는 누군가의 마음을 환희 밝히는 등꽃이 되기를 바랐지만 때로는 짐이 되지는 않았는지 부끄럽기도 하다. 이제 한층 겸허해진 마음으로 바라는 내 소망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가는 것이다.”라고 화집발간에 즈음한 글에서 밝혔다.

화가의 길은 그야말로 준엄한 산령을 넘는 가시밭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섣불리 대들어서도 안 되며 안이하고 미온적인 접근도 금물(禁物)이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쇠꼬치로 뚫어야 하는 비장한 각오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 최예태 화백 사인(sign)과 자화상(1993)

그 어려운 번뇌를 극복하면서 끊임없는 정진과 투쟁으로 일구어 내는 희열감이 없다면 도전할 기력을 찾지 못할 것이다. 예술과 작가와의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소중한 극약처방은 곧 희열감을 맛볼 때의 감동이며 그것을 머금고 사는 예술가는 정년퇴임이 없다는 한줄기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 최예태 회화50년’기념화집 내지 중에서

누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을 땐 서슴치 않고 붓을 들은 채, 내 생을 다하는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삶의 지혜란 일손을 덜고 마음을 맑게 하여 고요 속에 사는 것이라 했거늘 그 교훈을 실천하지 못하고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누적된 작업량을 본다.

그럴 때 마다 말레가 말했던 “화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강인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라는 말을 떠올리곤 한다.

△글=최예태((서양화가 최예태, 최예태 화백, 최예태 작가, 崔禮泰 作家,CHOI YE TAE, ARTIST CHOI YE T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