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 배터리 교체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 무려 1000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배터리를 교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에 맞은 상태에서 실적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는 가운데, 급증한 배터리 교체 수요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1000만명의 고객들이 ‘문제가 있었음에도’ 애플의 iOS 생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애플 생태계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The Verge)는 15일(현지시간) 지난해 기준 아이폰 배터리 교체 고객이 애플의 당초 예상보다 10배 많은 11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힘을 쓰지 못하는 아이폰 매출에 심각한 타격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중국의 경제 둔화와 함께 2019년 1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더버지는 1100만 아이폰 사용자가 1000달러에 달하는 새 아이폰을 사는 대신 29달러를 들여 배터리만 교체했다면, 애플은 대략 110억달러의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모든 배터리 교체 고객이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피해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애플의 배터리 대란은 애플 스스로 자초한 바 있다. 지난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부랴부랴 새로운 배터리 교체 카드를 빼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늦춰 고객들에게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생각이었으나, 논란이 커지며 배터리 교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본다. 다만 애플은 이러한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이번 배터리 대란이 애플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반론도 있다. 무려 1100만명의 사람들이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하는 선에서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iOS 생태계가 여전히 건재하며, 현재의 위기만 극복하면 애플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배터리 교체가 애플의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다. 더버지는 아이폰 배터리 교체를 단행한 사람이 1100만명이라면, 애플은 배터리 교체만으로 약 3억1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