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제안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대형복합쇼핑몰의 영업규제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진은 스타필드 고양점. 출처= 신세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올해 안으로 결정이 될 유통업계의 최대 현안이 있다. 바로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다. 현재 국회에 논의가 제안된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의무휴업으로 영업일수의 규제를 받는 주체를 대형복합쇼핑몰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소상공인 보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개정안은 올해 내 통과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유통업계와 학계에서는 개정안 시행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의 영업규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지난 2012년 3월이다. 이때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각 자치단체장은 각 지역 대형마트의 0시~오전 8시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시행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전통시장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당시 법 개정의 논리였다.

그러나 문제는 일련의 규제가 적용된 후 정부의 계획대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경제활동 활성화에 도움이 됐는가를 설명하는 성과의 지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규제의 적용으로 활성화됐어야 할 전통시장의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자료로 제시한 통계청의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시작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전통시장 수는 1511개에서 1441개로 감소했다.

규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자료는 또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가 신용카드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의 소비 증가율도 18.1%에서 –3.3%로 감소했다. 

▲ 출처= 국회경제재도약포럼

경기과학기술대 조춘한 교수가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형마트의 인근 전통시장의 상권을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국내 주요 대형마트 주변 3㎞ 이내 전통시장 점포 소비 금액은 최대 15%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덧붙인 의견으로 조춘한 교수는 “과거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유통업이 활성화됐을 때에는 동일 상권 내에 유통점포의 규모가 경쟁력에서 중요한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오프라인의 영향력을 이미 넘어선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경쟁의 구도로 바뀌었기 때문에 규제 중심의 유통 활성화 정책은 효과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정진욱·최윤정 교수 연구팀은 2013년 발표한 논문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에서 “대형마트 영업제한으로 대형마트 소비액이 8.77%(월 평균 2307억원) 감소한 반면, 재래시장·소형슈퍼마켓으로 소비가 전환된 금액은 월평균 448억~515억원에 그쳐 규제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권영선 교수는 2014년 발표한 논문 ‘대형마트 영업일 규제정책이 실제 소형가게 매출을 증가시켰는가’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대형마트의 매출을 감소시키거나 일반형 슈퍼마켓과 전문소매점의 매출을 증가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규제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찾기 어렵고 소비자 후생은 낮아졌기 때문에 이 정책의 지속 여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구 의견으로 권 교수는 “규제의 취지는 달성하지 못하고 소비자 후생도 감소시키는 정책이 적정한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기보다 소매유통 시장의 구조를 고려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연구들이 대형마트 규제 효과에 대해 부정적 결과를 도출했음에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에는 규제 내용의 재검토가 아닌 확대가 주된 목적인 것에 대해 업계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 품목이나 유통 방법 등 고유의 속성을 감안하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는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니다”라면서 “거주지 인근에 있어 소량의 물품을 빠르게 사올 수 있는 전통시장과, 차량을 이용해 한꺼번에 많은 물품을 구입하는 대형마트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마저도 다른데, 이를 마치 대척점에 있는 존재로 간주하는 것도 모자라 직접적 연관성이 더 떨어지는 대형 종합쇼핑몰까지 규제에 포함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개정안 논의와 통과를 막을 수 없다면 세부 규제 내용의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시장과 소비자의 구매행동을 일차원적으로 해석하는 일방적 대기업 규제는 현 정권이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에게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정부는 과연 유통업계에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