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의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가 D램 생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16일 제기됐다. 생산은 물론 시제품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기술굴기가 위협받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푸젠진화가 허페이창신과 협력해 D램 양산을 목표로 움직였으나 최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의 일은 아니고, 지난해 말부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며 위기감이 고조된 바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푸젠성 푸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이 최근 푸젠진화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 제품 26종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결하자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푸젠진화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과 미국은 장기간 경제무역, 투자, 협력의 역사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으나 중국은 자국 기업이 외국에서 투자나 경영을 할 때 현지 법률과 법규에 따라 협력하도록 했다"면서 "미국이 중미 상호 신회 증진과 협력에 유리한 일을 해야 한다. 반대로 나오면 안된다"고 비판했으나 두 수퍼파워의 보복이 진행되며 푸젠진화가 정상적으로 D램 양산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푸젠진화가 D램 양산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갈무리

중국 정부는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반도체를 ‘산업의 쌀’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막강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약 17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 대목에서 푸젠진화는 토종 D램 양산을 포기하는 대신 파운드리 사업자로 변신, 플랜B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푸젠진화 사태는 중국의 기술굴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중국의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YMTC는 6세대 128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하며 올해 4분기 64단 3D 낸드플래시 양산까지 선언했으나,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최근 중국 정부가 D램에서는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낸드플래시에서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푸젠진화가 D램을 포기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반사이익이 있을 전망이다. D램 기준으로 보면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일종의 '버블'이 만연하다는 평가다. 엘피다의 파산과 도시바 매각 등으로 공급선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진정세에 들어서는 한편 막강한 예비 경쟁자가 동력을 상실하는 것 자체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 간담회 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산책에서 “반도체 경기가 어렵다고 보기는 어렵고,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현상”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