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시작된 미국 정부의 부분 셧다운이 사상 최장을 기록하면서 강제 무급 휴가에 들어간 38만여명의 공무원과, 필수 업무로 분류돼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도 일하는 40만명의 공무원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수업무로 분류된 공항의 보안검사를 담당하는 미국교통안전청(TSA) 직원들은 무보수 노동을 감당하지 못해서 일부 직원들이 병가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이 여파로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알려진 애틀랜타 공항에서는 TSA 직원의 숫자가 부족해 공항 이용객들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빚어지기도 했다.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기 위해 빚까지 지는 공무원들이 생긴다는 소리에, 일부 레스토랑은 공무원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저소득층에 무료로 나눠주는 식료품 등을 무임금 노동을 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제공하기로 했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사람들인데, 임금을 떼이는 것도 아니고 잠시 지급이 보류된 것뿐인데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 것일까.

대체로 2주에 한 번씩 봉급을 받는 미국 급여체계에서 이들 공무원들이 불과 2주간 봉급을 받지 못하게 됐는데도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저축이 거의 없는 미국인들의 생활패턴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저축액 평균은 4000달러다. 하지만 이는 고액 저축자로 인해 숫자가 높아진 것뿐으로, 실제로는 미국 성인의 57%는 저축액이 1000달러로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전문가들은 최소 6개월 정도의 봉급을 위기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긴급자금’으로 저축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도시 지역의 경우 약 2만3000달러가 이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전문가들의 권유 수치에 비해서 실제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저축액은 채 한 달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적은 금액인 것이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 비해서 저축률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한다. 하지만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수도권 지역의 가구당 저축액은 7856만원이며 비수도권 가구의 저축액도 6750만원으로 미국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

미국 가정이 저축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저축이 은퇴 후를 대비한 401K 등에 묶여 있어 사용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금융자산 전체가 아닌 예금계좌 등에 있는 단기자금을 고려할 경우 저축액이 이렇게 낮은 것이다.

특히 5500만명의 미국인은 아예 긴급 상황을 위한 자금이 아예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주에서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임의고용(At-Will Employment)’ 방식을 채택하고 직원들을 채용한다.

회사는 직원에게 문제가 있거나 회사에 어려움이 있는 등의 특정한 사유가 없어도 언제든 직원을 해고할 수 있으며 사전에 이를 통보해줄 필요도 없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회사 출입증이 작동되지 않아서 해고를 알게 됐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닌 것이다.

해고는 자유롭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미리 이를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최소 몇 달간을 버틸 비상자금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병이나 사고 등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게 될 경우, 직장을 잃는 것은 물론 미국의 비싼 의료비용 때문에 빚을 지게 되는 경우도 대비해서 비상저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국인들이 저축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에 비해서 임금 상승이 뒤처지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하루하루 살기가 바빠 저축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큰 이유로 지적된다.

또 많은 가정이 미국 경제가 크게 성장하던 시절 집값이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저축을 주택 구입에 넣은 탓에 ‘하우스푸어’가 되었고, 따라서 저축을 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특히 미국인들의 상당수가 저축 상품 종류나 투자에 대해서 지식이 없는 금융이해도(Financial Literacy)가 낮은 점도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낮은 저축액으로 인해서, 단기간의 급여 지급 지연에도 많은 공무원들이 금전적 어려움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