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자동차와 폭스바겐이 15일(현지시간), 자동차 업계의 미래인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파트너쉽을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출처= AutoNew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포드자동차와 폭스바겐이 15일(현지시간), 자동차 업계의 미래인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픽업트럭, 밴, 수송차량 개발에 파트너쉽을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성명에서 이번 제휴로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휴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각 사가 서로 상대방을 위한 자동차를 설계하고 생산한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2022년까지 포드가 생산한 중형 픽업과 상업용 밴을 유럽에서 판매할 뿐 아니라, 2023년까지 포드의 도시형 밴을 개발할 예정이다. 물론 각 사는 여전히 자체 전략에 따라 자체의 신차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는다.

이 제휴의 특징은 합병이 아니며 따라서 어느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소유 지분을 인수하는 합병 형식이 아니다.

폴크스바겐 허버트 디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상용차 부문은 오랫동안 우리 회사의 약점이었다"며 "이번 협력이 그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의 짐 해켓 CEO도 “이번 조치가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의 해외 시장에서 미국 트럭의 입지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켓 CEO는 이번 제휴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회사가 아닌 회사들로부터 제기되는 보다 더 더 큰 위협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디이스 폴크스바겐 CEO도 "전기차의 확산, 엄격한 배출 규제, 디지털화, 자율주행차로의 전환, 고객 선호 변화 등으로, 자동차 산업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환경에서 투자를 공유하고, 혁신 역량을 공동화하고, 명확하게 정의된 영역에서 규모의 효과를 생성하는 것은 극히 타당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자동차정보업체 에드먼드(Edmunds)의 제시커 캘드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우버, 웨이모 등 전통적 자동차 산업 회사가 아닌 회사들과의 경쟁에 직면하면서, 기존 자동차 회사들 간의 동맹이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던 자동차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자동차 회사들끼리 만의 경쟁이 아닙니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모빌리티의 미래에 적극 참여하려는, 자금력이 풍부한 기술 회사들로부터도 강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 짐 해켓(왼쪽)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14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허버트 디이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포드자동차와 폭스바겐은 이번 제휴로 양사가 새로운 자동차 기술을 장기적 관점으로 함께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지만, 15일 발표에서 양사는 전기차(EV)나 자율주행차(AV) 개발에 대한 공식적인 완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해 애널리스트들을 실망시켰다.

해켓 CEO는 "그것이 매력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AV와 EV 모두 혁신을 위해 엄청난 투자 비용이 소요되는 부문이다. 그것은 두 회사 모두의 미래에 정말로 중요하기 때문에, 협력할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양사의 제휴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여름 시작됐다. 양사는 당시 픽업과 상용차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15일의 발표는,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양사의 동병상린적 입장에 따른 협상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포드는 이미 110억 달러 규모의 구조 조정 계획에 들어갔는데, 이는 수천 명의 해고와 일부 공장의 폐쇄로 이어질 것이다. 포드는 또 미국 소비자들이 SUV와 크로스 오버에 몰리면서 미국에서 대부분의 승용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포드 경영진들은, 회사가 전기 자동차 기술에 ‘전력을 기울일 것’(all-in)이며, 2011년에 선보였던 전기차 모델 ‘포드 포커스 일렉트릭’(Ford Focus Electric) 이후 첫 EV를 2020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계획은 이보다 더 이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모든 라인업을 전기화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종류의 전기 자동차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표준화된 모듈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모델을 개조하는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완전히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테슬라는 대중 모델의 전기차를 개발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급 전기차를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제너럴 모터스(GM)가 지난주,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위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회사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드먼드의 제레미 아체베도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는 "고급 전기차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동안 세금 혜택과 보조금 지급으로 어느 정도 비용 지원을 받아왔지만, (향후 그런 혜택이 줄어들면서) 고급 EV 개발은 필연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폭스바겐이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8억 달러를 쓸 예정이다. 그들은 전기 자동차를 만들 것이다. 채터누가와 테네시주에 일이 잘 된 것을 축하한다. 큰 승리다!"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폭스바겐은 14일,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전기 자동차 생산을 늘리고,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Chattanooga) 공장의 생산 시설도 확장해 1000명의 직원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채터누가 공장에서 2022년까지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즉시 이를 반기는 글을 올렸다.

“폭스바겐이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8억 달러를 쓸 예정이다. 그들은 전기 자동차를 만들 것이다. 채터누가와 테네시주에 일이 잘 된 것을 축하한다. 큰 승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폭스바겐의 결정이 그의 경제 정책에 호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GM과 포드가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하면 신이 나서 칭찬하다가도, 이들이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운영을 재편하려 하자 가차 없이 비난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