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롯(wiliot)사가 개발중인 블루투스 소형 칩. 출처=윌롯 공식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삼성 벤처 투자가 아마존 웹 서비스(AWS), 에이버리 데니슨(Avery Dennison)과 함께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 윌롯(Wiliot)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본능과, 생태게 전략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윌롯은 배터리 없는 블루투스 소형 칩을 개발하는 곳이며 제조자가 상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칩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삼성 투자 이전에는 퀄컴 벤처스(Qualcomm Ventures), 노웨스트벤처파트너(Norwest Venture Partners), 83노스(83North Venture Capital), 그로브벤처스(Grove Ventures) 등 쟁쟁한 거물들이 펀딩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로 윌롯은 5000만달러의 누적 투자조달에 성공했다.

윌롯의 창업주 세 사람 중 한 명인 타미르(Tamir)는 이스라엘 현지언론 글로브(GLOB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기술은 스마트 생산, 패키징, 마케팅과 연결돼 있어 아마존, 삼성 등 기술주들의 전략적 관심사와 부합된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윌롯은 조만간 배터리가 필요 없는 스티커 크기의 블루투스 센서 태그를 발표할 계획이다. 태그는 제품 생산 단계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진 테스트 중이다.

이번 투자 유치로 윌롯의 행보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윌롯의 마케팅 비즈니스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은 "아시아에 사무실을 개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단 사업이 성장하면 미국에서의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윌롯 투자에 나서는 배경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강력한 인수합병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는 이재용 부회장 특유의 전략이 재가동됐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경영 전면에 선 이 부회장은 강력한 인수합병 전략을 구사하며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4년 8월 사물인터넷을 정조준한 스마트싱스와 9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프린터온을 인수하고 11월에는 프록시멀 데이터를 품어냈다. 2015년 2월에는 삼성페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루프페이를 얻었으며 2016년 하반기에만 클라우드의 조이언트, 디지털 광고의 애드기어, 인공지능의 비브랩스, 전장사업의 하만, RCS의 뉴넷 캐나다를 연이어 쓸어 담았다.

삼성전자의 미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야심찬 인수합병 행보는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전격 중단됐다. 인수합병 등 그룹의 청사진을 그리던 미래전략실도 해체되며 삼성전자의 실험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지난해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북미와 유럽, 아시아를 누비며 인공지능 거점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세계적인 석학들을 영입하며 다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5G 네트워크 장비 시설과 반도체 생산 현장을 연이어 방문하며 현장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의 이번 윌롯 투자가 이재용 식 인수합병 전략의 재시동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원스톱 패키지 플랫폼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로드맵을 구성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의 인공지능 전략을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등 하드웨어 기기에 연결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폐막한 CES 2019에서 등장한 뉴 빅스비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단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집중하는 한편, 반도체 시장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