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높은 이익보다 재무건전성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지렛대 효과를 줄여 회사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반면, 지배 회사에 귀속되는 이익을 다소 포기하는 것이다. 과도한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공모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재무개선은 긍정적 요인이다. BBB급의 비우량채지만 수요예측 흥행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018년 12월 5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주식 430만 주(4.29%)를 1419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8월에는 두산중공업도 두산밥캣 주식 약 1057만 주(10.55%)를 3681억원에 팔았다.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두산 밥캣의 전신인 잉거솔랜드 사업 부문을 35억달러(약 3조 2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가액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이 사들인 가격은 각각 1931억원과 4748억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감안하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직관적으로는 각각 511억원, 1066억원 손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인수 후 이익을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

▲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의존도 출처-한국기업평가

인수 당시 박용만(現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現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건설중장비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밥캣은 콤팩트 장비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 인수로 양측의 장점을 접목시킴으로써 두산인프라코어는 그 어떤 업체도 갖추지 못한 완벽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세계 건설중장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인수의 포부를 밝혔다.

시너지를 꿈꾸며 밥캣을 인수한 그의 포부는 금융비용으로 현실화되는 지렛대(레버리지)가 꾸준히 발목을 잡고 있다.

 

잘못된 포석… 양단수(兩單手)에 걸린 형국

바둑을 둘 때 양단수에 걸리게 되면 양쪽을 모두 도망치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꼬여버린 포석 때문에 양단수에 계속 걸리고 있다. 그 원인은 밥캣 인수에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차입매수(LBO)방식을 활용, 기업 인수 자금의 대부분을 매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두산 그룹이 투자한 최초 비용은 14억달러로 인수 가격의 28.6%에 불과했다. 나머지 35억달러는 조달에 따른 이자가 발생한다.

과도한 부채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는 10년 이상 ‘재무건전성’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실적 부진 등은 재무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 부문의 부진으로 2015년 말 상각 전 영업이익(EBIT) 27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자비용이 2908억원이 발생, 85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공작기계사업부 매각하고 두산밥캣 상장으로 자금을 끌어오며,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당시 구조조정은 상당히 무리한 수준이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이미지까지 하락할 정도였다.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의 사기, 기업 충성도 등도 크게 저하됐고, 대규모 실업자가 생겼다.

매각과 상장으로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2015년 말 3조1000억원에서 2016년 말 2조2000억원으로 9000억원 감소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줄곧 하향세를 그렸다. 밥캣 인수 당시 회사채, 기업어음(CP)의 신용등급은 각각 A0, A2였다. 최근에는 BBB+, A3를 부여받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건전성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높은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포석의 수순이 조금만 어긋나도 양단수에 걸리게 된다.

다만, 최근 채권 시장에서 평가는 좋은 모양새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및 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회사채 36회차는 장외 시장에서 연 4.475%에 거래됐다. 이는 발행 당시보다 유통시장에서 140bp(1bp=0.01%p) 떨어졌다.

 

박용만의 변화… 양단수 해결하나… 연동 이익 귀속↓

박 회장의 노선 변화 움직임은 두산 밥캣의 IPO를 통해 유추된다. 2016년 당시 두산밥캣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IPO를 성공,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IPO는 자산매각의 연장선이다. 지분매각(구주매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밥캣 지분 매각도 마찬가지다.

자금 조달의 중요성이 그 전보다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즉, 높은 이익과 재무건전성 중 재무건전성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두산밥캣의 이익이 늘어도 모회사 귀속분은 줄어든다. 다만 차입금 감소로 위기를 감당할 기초 체력이 생겼다.

지난해 9월 말 두산 밥캣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304억원, 영업이익 122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5%, 45.4% 각각 늘었다.

하지만 두산은 두산밥캣에서 나오는 과실을 이번 3분기부터 절반만 얻을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총 포괄손익은 573억원으로 지배기업에 285억, 비지배기업에 287억원이 귀속된다. 비율은 1:1 수준이다. 모회사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주식을 팔기 전 이익 귀속 비율은 약 2: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