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세먼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의 책임이냐, 한국의 책임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원자력 발전 확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나서 "원전과 미세먼지는 관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설 정도로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국가적 행사 식순을 바꾸기도 한다. 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간담회가 예정된 가운데, 행사가 종료되면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려는 계획이 잡혔으나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산책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소비 패턴도 변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전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삼한사미의 시대...달라진 라이프스타일
한반도 날씨를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제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3일은 추위가 오고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등장한 신조어다.

아담스 병원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보통 코와 입으로 체내에 침투한다. 미세먼지처럼 입자 크기가 작은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코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침투한다. 이후 폐포에서 산소, 이산화탄소 등이 교환될 때 미세먼지가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에 섞여 들어간다. 이때 미세먼지 물질이 온몸 혈관으로 퍼지면서 각종 건강 이상 증세를 초래한다.

미세먼지가 폐포의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 안으로 들어오면 백혈구 면역 반응 물질 생성이 이루어진다. 면역 반응 물질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과정 중 혈액이 끈적해지기 마련. 이로 인해 혈관이 막히면서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심지어 미세먼지는 발기부전까지 초래한다고 한다. 아담스 병원은 "발기는 음경 내 위치한 음경해면체, 요도해면체에 혈류가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발기는 대뇌 속에서 발생한 성 충동 등에 의해 시작되어 척수 아래에 위치한 발기 중추를 자극하는 원리로 이루어진다"면서 "발기는 혈류 증가로 인해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이다. 만약 미세먼지로 인해 혈액순환이 불균형해질 경우 음경해면체 내 혈류 공급에도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다른 기타 요인들이 쌓이면서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포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두고는 주장이 엇갈린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미세먼지를 두고 자국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류유빈(劉友賓)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중국의 대기질은 좋아졌고 한국은 나빠졌다"면서 "최근 서울의 미세먼지는 서울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반박하는 한편 신년사를 통해 "국외발 미세먼지 해결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에만 집중되고 있다. 15일 미국 환경보호청이 제공하는 공기질지수(AQI)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 두 나라는 대체로 200 안팎의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일본은 대부분 100 미만이다. 그런 이유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건너오지만 일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물론 한국에서도 발생되는 미세먼지가 상당하고, 일본에서 미세먼지가 자체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수성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미세먼지 공습은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바꾸고 있다. 당장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주말이던 지난 12일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345만대로 평소 휴일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겨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나들이객이 지나치게 없다. 주요 야외 관광지도 한산해지고 있다.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까지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문을 닫았다.

1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 모씨는 "날씨가 따뜻하면 바로 미세먼지가 닥치니 사람들이 다니지를 않는다"면서 "대한문 앞에서 다투는 정치단체 관계자들이나, 광화문에서 집회를 여는 태극기 부대는 예전에 장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한 존재였으나, 이제는 간간히 오가는 그들이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하지 않으니 내수 경제도 힘을 쓰지 못한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기로 직장 내 회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상점들은 미세먼지에 갇힌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14일 저녁 서울 종로3가역에서 만난 상인은 손님이 없는 한산한 테ㅇ이블에 앉아 직원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갈매기 골목으로 유명한 곳도 요즘은 사람이 도통 없다"면서 "꼭 미세먼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미세먼지가 영향을 어느정도 미치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아웃도어 용품점도 울상이다. 최근 롱패딩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가운데 미세먼지로 아웃도어 의류나 물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피해 대형 실내 시설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특기할만한 현상이다. 지난해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렸을 당시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대형 쇼핑몰이나 영화관에 몰렸던 현상이, 지금은 폭염이 미세먼지로만 변해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현재는 방학시즌이다. 그런 이유로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실내 키즈카페에 대거 몰리고 있다. 서울 화곡동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하 모씨는 "미세먼지를 피해 키즈카페에 오는 부모와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 매출이 급상승 중"이라면서 "예전에는 아이들만 키즈카페에 보내고 부모들은 외부에서 자기 일을 보는 패턴이 많았는데, 요즘은 부모들도 그냥 아이들을 따라 키즈카페에 있다. 나가봤자 미세먼지만 마실텐데 차라리 미세먼지 방지 장치가 된 키즈카페에 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내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대형 쇼핑몰이나 푸드코트의 공기질도 동시에 나쁨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는데다 외부의 미세먼지가 들어와 실내에 들어차는 현상도 발생하고, 무엇보다 푸드코트의 경우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공기질이 나빠진다. 미세먼지 안전지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해결하자...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현재 정부는 중국과 함께 지난해 6월부터 베이징 한중환경협력센터를 중심으로 공동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으며 근본적인 원인 해결은 난망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미세먼지에 대응하고 있다.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한편, 스마트폰으로 대기질을 실시한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구입하고 있다. 관련 앱도 많다. 네이버와 다음 등은 기본적인 대기질 측정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NHN페이코는 국내는 물론 해외 데이터까지 알려주는 미세먼지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원기날씨와 케이웨더도 인기다.

휴대용 공기청정기도 인기다. 1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차량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목에 걸고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공기청정기도 나왔다. 넥밴드 이어폰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목 부근에서 맑은 공기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미세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은 상식이 된 가운데, 샤오미는 아이들 전용 마스크도 출시한 바 있다. HEPA 필터를 이용해 먼지와 알러지를 유발하는 먼지를 95% 이상 잡아준다는 설명이다. 실리콘 소재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며 6살 이상 아이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샤오미의 아이용 마스크가 보인다. 출처=샤오미

신축 아파트에 미세먼지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으며, 스마트홈 전략도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KT는 미세먼지 '열공'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4일 국민적 관심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할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내에 설립되고, 황성우 종합기술원 부원장이 연구소장에 내정됐다는 설명이다. 종합기술원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미세먼지 연구에 기초가 되는 저가∙고정밀∙초소형 센서기술 개발은 물론, 혁신소재를 통한 필터기술, 분해기술 등 제품에 적용할 신기술도 연구할 예정이다. 나아가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력도 나선다.

KT도 미세먼지 극복에 관심이 많다. 2017년 9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 정책수립을 지원하는 에어맵 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ICT 인프라를 활용해 서울 및 6대 광역시 1500개소에 공기질 관측망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에어맵 플랫폼이 눈길을 끈다. 공기질 관측망 구축뿐 아니라 1분 단위로 공기질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개방형 사물인터넷 플랫폼이다. 전국 1500곳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장비가 1분 단위로 실시간 전달하는 데이터를 수합하고 분석한다.

▲ KT의 미세먼지 감지 로드맵이 눈길을 끈다. 출처=KT

드론을 이용한 미세먼지 감지 전략도 눈길을 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3일 인천시 동구 일대의 미세먼지 배출업소 밀집지역에 대한 단속현장을 찾아 드론으로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작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역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큰 소용이 없다는 평가다. 결국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미세먼지로 디스토피아로 변한 미래를 그린 웹드라마 <고래먼지>의 예언을 피하려면, 더 적극적인 전략과 결단이 필요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