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대한 시장의 민감성은, 이 모든 것이 위대한 실험이라는 것을 새롭게 상기시켜준다.    출처= YouTub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모든 뉴스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을 헤드라인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연준은 4조 5천억 달러의 실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 금융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경제와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연준은 2008년, 엄청난 양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소위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QE)라고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장기 차입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는데, 곧 이어 외국 중앙은행들도 같은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자들이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와중에, QE는 주식시장에서 터보 엔진 같은 역할을 했다.

2017년 10월, 연준은 마침내 4조 5천억 달러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수 있을 만큼 경제가 건실하다고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은 2018년 4분기까지 매월 500억 달러 감소로 가속화되었고, 이에 맞춰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치솟았다.

많은 시장 감시자들은 그동안 5000억 달러 이상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금융시장의 동요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전설적 투자가 중 한 명인 제프 군드라흐는 지난 주 한 인터넷 웹 캐스트에서 "연준이 양적 긴축을 시작하면서 세계 증시가 예정대로 폭락했다"고 밝혔다. 투자회사 더블라인 캐피털 (DoubleLine Capital)의 창업자인 군드라흐는 "연준의 양적 긴축과 증시 폭락은 섬뜩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도 양적 긴축에 불편한 심기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BoAML)에 따르면, 연준을 포함한 세계 중앙은행들은 2010년에서 2017년 사이에 총 9조 1천억 달러의 자산을 매입했다. 이에 힘입어 투자자들은 낮은 차입 비용을 이용해 엄청난 신용 기금을 조달했고 이는 주가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호황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018년에 세계 중앙은행들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서 반전되었다고 BoAML는 지적했다. 놀랄 것도 없이, 2018년은 미국 주식 시장이 10년 만에 맞는 최악의 해였다.

그리고 정크본드(junk bond,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 시장이 문을 닫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은 2008년 11월 이후 미국의 고수익 채권이 발행되지 않은 첫 번째 달로 기록됐다.

BoAML의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12월 말 보고서에서 "유동성과 신용 자금이 그동안의 강세 시장에서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양적 긴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해 18일 트위터에 “연준은 시장에 지금보다 유동성이 더 부족하지 않게 하라. 매월 500억 달러의 긴축을 당장 멈춰라. 시장을 느껴보라. 시장은 무의미한 숫자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 나는 연준 사람들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오늘 WSJ의 논평을 읽어 보기 바란다. 연준은 시장에 지금보다 유동성이 더 부족하지 않게 하라. 매월 500억 달러의 긴축을 당장 멈춰라. 시장을 느껴보라. 시장은 무의미한 숫자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럼 행운을!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연준, 최대의 공포 요인

물론 최근의 시장 대란이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월가의 매도 물결은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 그리고 연준이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걱정 때문에 촉발되었다. 이후 이 세 가지 요인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시장은 다시 크게 반등했다.

투자자문회사 야르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의 에드 야르데니 대표는 "만약 매도 돌풍을 일으킨 모든 명백한 용의자들을 검거한다면, 1번 용의자는 단연 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르데니 대표는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크게 줄여가는 동시에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역풍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금리 인상을 멈추어야 한다는 시장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대차대조표 축소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최근 몇 달간 실물 경제가 견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전면 항복’?

그러나 월가는 확실히 양적 완화에 관한 소식에 더 민감해진 것 같다.

지난해 12월 19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시장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보면 잘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자산 축소가 ‘자동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파월의 발언에 크게 반응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352 포인트 하락하며 장 초반 382 포인트 상승을 단번에 날려 버렸다.

파월은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자 나중에 그 발언을 철회했다. 결국 지난 4일, 파월 의장은 인내심과 유연성을 약속했다. 그는 심지어 대차대조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우리의 발표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시장 동요의 중요한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리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면, 정책 변화를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을 달래는 파월의 발언과 블록버스터급 일자리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이날 다우지수는 747 포인트 상승했다.

제프 군드라흐는 "파월이 완전히 항복했다. 시장은 그때부터 파티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다우지수는 크리스마스 이후 2100 포인트, 거의 10% 이상 급등했다.

▲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의 자산 축소 계속 발언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자 나중에 그 발언을 철회했다. 파월 의장은 인내심과 유연성을 약속하면서 심지어 대차대조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출처= MarketWatch

악순환

블리클리 투자자문 그룹(Bleakley Advisory Group)의 최고책임투자자 피터 부크바는, 이 모든 것이 10년 동안 초저금리로 엄청난 돈을 푼 이후 시장과 연준 간 악순환의 전모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면 시장은 마치 아이들처럼 심술을 부리고, 그로 인해 금융 시장이 경련을 일으키면 연준이 한 발 물러서지요. 그러면 시장이 다시 반등하고, 금융 시장이 과열되면 연준이 다시 경기장에 들어섭니다.”

그러나 연준이 보유 자산을 축소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현명한 정책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다음 불경기와 싸울 때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 그것이야 말로 투자자들을 정말로 두렵게 하는 것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대한 시장의 민감성은, 이 모든 것이 위대한 실험이라는 것을 새롭게 상기시킨다. 그것이 장차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