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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미래전망] 제2차 북미회담 개최지 베트남과 미국의 오해
이성민 미래전략가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1.14  18:50:47
   

북미회담 개최지로 급부상한 베트남

2019년 1월 1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정상회담을 다음 달 중순 베트남에서 개최하자고 북한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이날 인터넷 판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2번째 정상회담을 2월 셋째주 베트남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도 같은 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가 베트남과 태국으로 압축됐다고 보도하면서 베트남이 가장 유력하다고 관측했다.

베트남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지목된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베트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기의 이동 가능 범위 안에 있다. 지난 2018년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회담 장소와 관련해 언급한 “항공기 비행거리 내(within plane distance)”의 지역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가 될 것이라고 공개한 적이 있다. 따라서 베트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조건에 부합한다.

둘째, 베트남은 미중 중립지대이면서도, 미국과 상대적 우호적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한국과 북한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공관의 도움을 받으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치를 수 있다.

셋째, 베트남은 미국이 북한에게 롤 모델로 제시하고 싶은 국가이다. 베트남은 북한과 같은 공산당 일당체제를 견지하지만, 개혁개방을 통해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베트남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해줄 것을 암시한다.

미국의 개최지 제안에 대해서, 북한은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개최지가 회담 개최 변수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로 베트남이 결정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전혀 예상 못한 이유로 인해, 회담 자체가 연기될 수 있는 것은 별개 사안이다.

전통적 독립국가 베트남

『삼국지 연의』에는 제갈량의 포용력을 드러내는 고사 ‘칠종칠금(七縱七擒)’이 나온다. 촉의 개국황제 유비가 죽고, 유선이 즉위하자, 제갈량은 남만 토벌에 나선다. 그때, 제갈량은 내분을 통해 남만 지도자 옹개를 죽인다. 그러자 맹획이 후사를 잇는다.

맹획은 강직하고, 용감한 영수였다. 제갈량은 7번이나 맹획을 붙잡지만, 7번 놓아준다. 맹획이 제갈량이 비겁한 방식으로 자신을 체포했다고 패배를 승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제갈량은 놓아주기를 반복하다, 맹획에게 촉 관직 어사중승을 하사했다.

『삼국지 연의』는 말 그대로 ‘삼국지 픽션’이라는 뜻이다. 역사학자들은 맹획의 실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칠종칠금’ 고사는 제갈량의 병법과 용인술을 과시하기 위해 창작된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나관중은 왜 맹획을 고안했을까?

맹획이 바로 남만인의 전형적 성격이기 때문이다. 남만은 바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거론되고 있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인은 맹획과 같이 강직하고, 용감하다. 나관중은 ‘칠종칠금’의 고사를 통해서, 남만인 대접 방법을 후대에 전승해준 것이다.

아시아 최강 국가 베트남

아시아와 유럽 2대륙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몽골제국. 몽골제국이 침략에 실패한 나라가 일본과 베트남이다. 일본은 뜻하지 않은 2차례의 태풍으로 침략의지가 좌절되었지만, 베트남은 달랐다. 몽골제국은 베트남 침략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물러났다.

   
▲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던 1차 북미정상회담. 뉴시스

베트남의 최초 통일왕조 대남왕조는 프랑스 제국주의가 1874년 식민통치를 시작하자, 서구배격에 나섰다. 이후 중일전쟁, 일본 제국주의, 2차례 세계대전이 이어졌지만, 베트남은 자력으로 외세를 배격했다. 호치민은 1945년 9월 공산정권을 수립했다.

베트남의 무공은 1945년 이후에도 이어졌다. 공산 베트남 정권은 1960년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베트남전쟁’을 16년간 지속하며, 결국 1975년 미국이 무조건 철수하게 만들었다. 베트남전쟁 패배는 미국 역사 최악의 수치이다. 미국은 최강국가 이미지 타격은 물론, 고엽제 사용 등 전쟁윤리 문제까지 지적받았고, 베트남은 공산 통일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베트남의 수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 베트남은 1,000년간 국경분쟁을 벌인 같은 공산국가 중국과도 현대전을 벌여야 했다. 1979년 2월 17일 중국 국경수비대가 베트남 영토에 침입해서 ‘중월전쟁’이 야기했다. 종전 4년 만에, 베트남은 미국에 이어, 중국과도 전쟁했다. 개전 직후, 세계는 중국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은 고전 끝에 국경 부근 베트남 군사시설 파괴와 지방도시를 제압한 뒤, 자위반격 목적 달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1달 만에 자진 철수했다. 사실상 후퇴였다. 베트남의 끈기는 중국의 자진철수 이후에 나타났다. 1979년 4월 18일부터 전후 중월교섭을 개시했지만, 베트남군대의 감보디아 철수를 요구하는 중국의 주장을 묵살하고, 계속 갈등관계를 유지했다. 양국이 국경종식에 합의한 것은 10년 1988년 1월이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향배

1983년 6월 17일 개봉된 영화 『람보1』은 베트남전쟁의 외상에 시달리는 전역군인 존 람보의 도발에 관한 사회고발물이다. 흥행성 강한 속편으로 인해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8년 전에 종전된 베트남전쟁이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이다. 베트남전쟁은 미국 전력에 대한 오해를 낳은 전쟁이다.

1975년의 철수 이후, 미국이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것은 1992년이다. 미국은 독일 통일, 동구권과 구소련 붕괴 이후에야 겨우 베트남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 1991년 미국은 단계적 경제 제재조치 완화, 관계 정상화 4단계 방안을 제시했고, 1994년 2월 베트남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를 해제하고, 1995년 7월 베트남과 국교 정상화를 했다.

미국이 베트남과 수교가 이렇게 늦어진 것은 베트남전쟁 패배가 상처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후에도 베트남과 미국이 정상국가 간의 관계로 발전하는 데에는 10년 세월이 걸렸다. 2000년 7월 베트남과 미국의 무역협정이 체결되었고, 2000년 1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베트남을 방문으로 양국은 과거사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까지,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 선정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시그널을 송출하고 있다. 북미 수교 이후, 북한이 나아갈 길이 베트남에 이어,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조건제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억할 사실이 있다. 북한은 베트남과 경우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1,000년간 자력으로 외세를 극복한 베트남은 현재도 중국과 견제 관계이다. 그래서 미국은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은 미국만 결단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6.25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으로 규정받아 국제사회로 소외받았고, 중국과의 혈맹관계에 의존해오며 간신히 자립해온 나라이다.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회담장소로 선택되면, 북한은 중국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북중은 동일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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