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에서 위암으로 연간 약 72만3000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출처=국제보건기구(WHO),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위암 환자 중 15%는 45세 이하의 젊은 환자로, 전 세계적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발병원인을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고려대학교 유전단백체연구센터 이상원 교수 연구진이 조기발병위암 환자들에 대한 유전단백체연구를 통해 조기발병위암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흔한 암으로, 암에 따른 사망 원인으로 폐암, 간암에 이어 연간 7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이는 대개 30세 이전에는 발병하지 않다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발병률이 상승해 주로 40~70대에서 발생한다. 발병시기가 40대 전후로 나타나는 위암을 조기발병위암이라고 한다.

조기발병위암은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인 요인이 높으며,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높고,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병하고 있다.

이 질병은 진단이 늦고, 진행이 빠르며 암 유형 중 전이가 잘 되는 미만형(Diffuse type)이 많아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미만형은 암조직이 덩어리 형태가 아니라 위 점막아래 넓게 퍼져 있어 징후가 없고, 내시경으로 진단이 어려우며 사망률이 높은 위암이다.

▲ 조기발병위암 환자에서 찾아진 유의미한 변이 유전자인 CDH1, TP53, BANP, MUC5B, RHOA, ARID1A를 확인한 그림(왼쪽)과 CDH1, ARID1A, RHOA가 단백질 인산화 정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을 확인한 그림.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젊은 사람에게 생기는 위암의 원인은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은 다수의 국내 기초연구자들과 위암임상연구자와 협력 연구를 통해 50년 동안 80명의 조기발병위암 환자로부터 암조직과 주변 정상조직을 얻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으로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약 7000개 체세포 변이 유전자 중에서 조기발병위암과 상관관계가 있는 변이 유전자 CDH1, ARID1A, RHOA를 찾았고, 이 유전자들이 중요한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또 같은 위암환자라도 다른 치료반응을 나타내는 네 가지 위암 유형으로 분류되는 것을 밝히고, 위암 유형이 각각 다른 세포 신호전달경로를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위암의 원인을 더 정밀하게 찾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 관계자는 “조기발병위암 환자는 네 종류의 아형(Subtyp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각각 증식(Proliferation), 면역 반응(Immune response), 대사(Metabolism), 침윤(Invasion) 등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같은 위암 환자라도 서로 다른 접근으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 관계자는 또 “이번 연구를 통해 최근 국내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발병빈도가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조기발병위암에 대한 더 정밀한 유전적 발병 원인을 규명했다”면서 “이후 위암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개선된 치료방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암 연구 분야 최상위 학술지인 캔서 셀(Cancer Cell)에 게재하는 성과를 거둬, 암유전단백체 연구의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받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암유전단백체 국제 협력연구와 정밀의료연구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과기정통부의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사업을 지원을 받은 연구로 암 연구 분야 최상위 학술지 ‘캔서 셀(Cancer Cell, IF=22.84)’ 온라인 판에 14일(현지시간)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