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성장세가 가파르던 2012년 처음으로 대규모 할인점의 영업을 제한하는 의무휴업제가 시작되었다. 재래시장을 필두로 중소상인들이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대형마트의 영업일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그 세부 내용은 매월 2회 대형마트는 휴업을 해야 하고 실제 휴무일은 각 지자체에서 정하도록 했다.

시행 전부터 많은 이들이 마트의 휴무는 재래시장(혹은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부는 오히려 재래시장 매출까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7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객들은 마트 휴무일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휴일 전날에 방문해서 구매하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배송받거나. 오히려 재래시장 살리기라는 명분 때문에 본인들의 소비를 방해한다는 생각에 재래시장을 더 멀리하는 경우도 일부 생겨났다.

한쪽을 막아서 다른 쪽을 살리겠다는 안일한 생각. 마트·백화점·슈퍼·편의점은 물론 각종 인터넷 쇼핑몰이 즐비한 상황에서, 그저 마트 하나 휴일을 잡아서 재래시장이 살아날 거라고 기대한 어이없는 실책을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되었다. 마트에 가는 길에 재래시장 맛집을 들르던 패턴마저 사라지게 만든, 반쪽자리도 아닌 너무도 많은 불만만 야기한 정책임을 인정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할 때다.

본디 소비자는 각각의 상황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재화를 구매한다. 밤에 출출할 때는 바로 옆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산다.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살 때는 성향과 주변 상권에 따라서 마트, 슈퍼 혹은 시장에 간다. 가전을 포함한 대형, 고가의 상품을 살 때는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고 전문매장에 방문해서 상품도 꼼꼼하게 살핀 다음 가격, 서비스가 제일 마음에 드는 곳에서 구매를 한다.

이 일련의 소비 행태 중에 재래시장은 어느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고객을 특정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대응책과 당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저 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고객은 가격, 서비스, 품질을 복합적으로 판단한 효용을 원하지 정만을 원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정책적인 지원을 기대하며, 그저 하던 대로만 해서 떠난 고객을 되돌리고, 새로운 고객이 방문하게 할 것인가? 이제는 억지로 씌워 놓은 온실을 걷어내고 제대로 된 경쟁 하에서 실력을 갖추는 곳만 살아남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단순 추산으로도 3000개가 넘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그중 1~2군데에서만 불쾌한 경험을 하더라도 “재래시장은 영 별로야, 주차도 어렵고 너무 추워”, “내가 어디 시장 갔다가 현금영수증 해달라고 했더니 얼마나 뭐라 하던지” 하는 경험이 공유되고 다른 모든 시장을 도매급으로 처리해버리게 된다.

각각의 시장이 단일 공간으로 특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트, 백화점, 재래시장의 분류 하에 소비자는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 불편함을 제공한, 여전히 불쾌한 쇼핑경험을 주는 시장들이 퇴출되어야 남아 있는 좋은 공간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시작점이 의무휴업제와 같이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책들의 종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래시장이 약자이니까, 재래시장을 살리자라는 구호 속에 시행되는 실적 채우기형 지원이 아니라 시장 상인들에게 최신 유통을 알게 하고, 서비스 교육을 철저히 하며, 주변 상권을 고려한 각 재래시장별 콘셉트를 적용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그 후에 시장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 정다움을 추가로 제공해야 마트와 경쟁을 할 수 있다. 적지 않는 기간 동안의 재래시장 현대화 작업을 통해 캐노피, 주차장, 일부는 고객편의 시설을 갖추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빈 상점에 청년들만 그저 무료로 1~2년간 입주시켜서 반짝 수치만 올리는 정책이 아니라, 각 시장별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하여 실력을 키워줄 곳에 집중 투자하면 그 성과가 다른 재래시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특화 전략이 최근에 인기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풍물시장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응대의 질이 낮고, 고객의 니즈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시장은 찬거리를 사기 위해 장을 보러 지속적으로 방문해서 활성화되어야 하는 공간이지, 주말이나 휴일에 우르르 몰려왔다 사라지는 이벤트 공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2019년에는 추억의 공간이 아닌 당당한 경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실력을 보여줄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