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책 읽기를 즐기는 선배와 긴 점심을 했습니다.

이제 책을 읽어도 그 얘기를 전해줄 기회가 없어

책을 읽을 재미가 없어졌다는 푸념 섞인 말에

애잔한 마음이 들어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어줍지 않게 공감되기에 더 그랬나 봅니다.

그러다 접한 말이 있습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의 얘기입니다.

‘때로 지혜는 그것이 더 이상 소용이 없는 순간에 찾아온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늙고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젊고 어리석은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떻습니까? 공감이 되시나요?

평범한 내게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답하기 위해서는

평생이 필요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남이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해서 책이나 사색이나 주변에서 지혜를 더 쌓아

꼰대를 피함은 물론 괜찮은 어른이 되면 어떨까요?

요즘 많이 접하게 되는 바람직한 어른에 대한 책 등에서 말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꼰대가 되지 말라고.

여기서 꼰대란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사람이라 하네요.

그럼 괜찮은 어른이라면?

젊은이를 만날 때 신세 한탄하지 않고,

자기 자랑하지 않고,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는 어른이라 하죠.

당장 내 자식에게 대입하려하니 괜찮은 어른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가올 노년에 대해서도 경고같이 얘기합니다.

‘나이 드는 이들은 감정 조절에 신경 써라.

솔직함이 두려움, 짜증, 불만을 모조리 내뱉으라는 뜻은 아니다’

연전에 100세 일기를 썼던 김형석 교수께서 올해 진짜 100세가 되었답니다.

100세인 새해의 목표로 2년 전에 맞았던 ‘제2의 98세로 살기’를 꼽았습니다.

‘더 늙지 말자. 98세로 돌아가자’

2년 전 98세 때는 보청기나 지팡이가 없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몇 가지 성취로 마음속에 부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시기라서

그 때를 목표로, 소망으로 삼는다고 했습니다.

극도의 단출함에 숙연해집니다.

결국 아직 젊은 나는 스스로를 더 괜찮아진 사람으로

진화랄지, 성숙을 목표로

오늘 흔들리면서 상처받고라도 계속 배우고, 걸어가야겠습니다.

또 다음에 선배 만나면

‘그래도 계속 공부하셔야죠’라며 손잡아 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