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출, 캔버스에 유채, 2009

산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 날은 온 몸에 작은 비늘이 돋는다.

강을 따라 길이 흐르듯 나도 비늘을 번뜩이며

강을 거슬러 올라가 산에 닿고 싶었다.

▲ 붉은 산의 환타지, 55×46㎝ Mixed media, 2009

그러나 무수히 떠나고 되돌아 사랑하여도

산은 경전(輕典)처럼 깊고 멀구나

때론 귀신처럼 눈떠지는 신 새벽이면

나도 마구 달려 검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산에 닿는다.

그러나 산은 물기어린 작은 이파리하나

보여주지 않은 채 비안개 속으로 지워져가고…

아! 존재는 부질없음이여.

▲ 2008년 한국구상대제전

이윽고 텅 빈 항아리처럼 되돌아온 아침

팽팽히 긴장된 캔버스는 화두처럼 나를 응시하고

내가 저 산을 그리는 것이 아니요.

저 산이 나를 그리듯

내림굿을 받은 무녀(巫女)처럼 떨리는 붓을 잡는다.

△글=최예태 작가(崔禮泰 作家,최예태 화백,CHOI YE TAE)/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