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노후 질병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치매에 대한 불안감은 날로 더해지는 중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5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64만8000명에서 2016년 68만5739명으로 증가했다. 중앙치매센터는 이후 2020년에는 84만명,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 2050년에는 271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기준 전체 치매 환자 수를 72만5000명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노인 치매 유병률은 1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65세 이상의 경도인지장애는 16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치매 인구는 오는 2050년에는 전국 노인의 1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치매 환자는 17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이라며 “치매 발병률은 인구 1000명당 연간 7.9명으로 매 12분마다 1명의 새로운 치매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2015년 기준 9.79%였던 치매 유병률이 2020년 10.39%, 2040년 11.9%, 2050년 15.06%로 증가할 것”이라며 “2015년 당시 65~69세에서 1.3~3.6%였던 유병률은 85세 이상에서 30.5~33.2%로 연령에 따라 급격히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평균 수명과 더불어 치매 환자 수가 늘고 있자 치매 관련 보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험 소비자는 물론 정부와 보험회사 모두 관심을 쏟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어디까지 되나

치매의 발병률과 사회적 관심도가 증가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핵심 국정과제로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8월까지 58개의 치매안심센터를 개소했고, 약 122만명의 국민이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검진, 상담, 치매쉼터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2017년 10월부터는 중증치매에 대한 국민의 의료비 부담 비율을 최대 6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의료비 90%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건강보험 산정특례 제도에 따라 2만5000여명 이상이 의료비 지원을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질환 자체의 중증도가 높은 치매는 별도의 일수 제한 없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적 필요가 발생하는 경우 연간 최대 120일간 산정특례를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10%로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신경인지검사나 자기공명영상법(MRI) 같은 치매 검사도 2017년 10월과 2018년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했다. 이에 기존 30만원에서 40만원의 비용이 들던 SNSB 검사의 경우 15만원 수준으로 부담이 줄어들었다. CERAD-K 검사는 20만원에서 6만5000원 수준으로(상급종합병원 기준) 비용이 낮아졌다. SNSB(서울신경심리검사)와 CERAD-K(한국판 CERAD 평가집)는 인지기능을 평가해 치매를 진단하는 검사법이다.

MRI 검사도 전체 비용의 30~60%만 본인이 부담하면 돼 기본촬영 7~15만원, 정밀촬영 15~35만원 수준으로 부담이 낮아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인지지원등급’ 제도를 시행해 그동안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하던 경증치매환자도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 인지활동형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인지지원등급을 판정받은 이들은 지난해 1월 말 374명에서 8월 말 무려 8581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따라서 그동안 본인부담금 경감을 받지 못하던 건강보험료 순위 하위 25~50%에 해당하는 이들도 장기요양 본인부담금 60%만 부담하면 된다. 건강보험료 순위가 25% 이하에 해당해 그동안 본인부담금의 50%를 부담하던 이들도 40%만 부담하면 되도록 바뀌었다.

즉 장기요양 1등급 노인이 시설급여를 이용할 경우, 건강보험료 순위 25% 이하에 해당하면 월 최대 3만9000원, 건강보험료 순위 25~50%에 해당하면 월 최대 15만9000원의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받는다.

대한치매학회 관계자는 “국가의 치매안심센터 등 치매환자 보호 시설 증가, 노인장기요양보험 확대 운영 등으로 인해 치매환자를 간병하기 위한 보호자의 퇴직 비율은 2012년 27%에서 2018년 14%로 줄어들었다”며 “근로시간을 단축한 비율도 2012년 51%에서 2018년 33%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 자료= 각 사

보험사, 새해 치매보험 집중

정부의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민영 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치매보험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치매가 발병했을 경우 의료비뿐만 아니라 간병비를 비롯한 기타 생활비 등 금전적인 부담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의료비 해결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새해를 맞아 치매보험에 집중하는 보험사들이 많아졌다. KB손해보험과 ABL생명, 신한생명, DB손해보험, 동양생명, 한화생명은 새해를 맞아 치매보험을 첫 신상품으로 내놨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농협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경우는 앞서 지난해 하반기 미리 치매보험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보험사에서 판매해온 치매보험은 대부분 중증치매만을 보장해왔다.

따라서 이를 잘 알지 못했던 보험 소비자들은 경증치매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자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논란은 치매보험 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기존의 치매보험은 임상치매평가(CDR, Clinical Dementia Rating) 척도 검사 결과가 3점 이상인 중증치매만을 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민원이 잦아지자 보험사에서는 드디어 경증치매도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심지어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는 간편상품까지도 나왔다. 새 치매보험은 보통 경도(CDR1), 중등도(CDR2), 중증(CDR3)의 3단계 치매를 각 단계별로 보장한다. 게다가 중증 치매라면 매월 간병자금 혹은 생활자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구조로 돼 있다.

올해 각 보험사들이 내놓은 치매보험 신상품을 들여다보면 KB손해보험은 ‘KB The간편한치매건강보험’이라는 상품을 통해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유병자들도 가입이 가능한 치매보험을 시장에 내놨다. 업계 최초로 25세의 젊은 나이부터 가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 경증치매과 중증도치매를 합산해 업계 최대 금액(최대 5000만원)의 진단비를 보장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ABL생명도 ‘(무)ABL간편가입치매보험(무해지환급형)’을 내놓으며 유병자와 고령자도 간편 심사 가입이 가능한 상품을 선보였다. 현재까진 업계에서 유일하게 생활자금 보증지급기간 동안 피보험자의 생존여부와 관계없이 생활 자금을 지급한다.

신한생명은 ‘(무)신한간병비받는건강보험’을 통해 단계별 치매보장은 물론 대상포진, 통풍 등 통증질환까지 한 번에 보장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의 경우는 ‘착하고간편한간병치매보험’을 통해 손해보험 업계 최초로 간편고지 간병보험을 개발했다. 해지환급금 미지급형을 가입한다면 약 30~40%의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동양생명은 ‘(무)수호천사간병비플러스치매보험’을 내놓으며 경도치매부터 중증치매까지 단계별 보장은 물론 중증치매 진단 확정 시 진단비 외에 간병비도 추가로 지급한다.

새해를 맞아 가장 먼저 치매보험 신상품을 내놨던 한화생명은 ‘간병비 걱정없는 치매보험’을 통해 대형생보사 최초로 경도치매 보장 치매보험을 내놨다. 3가지 항목만 고지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유병자와 노령층도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간병비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증치매에 대한 보장이 제공되지 않아 많은 경증치매 환자들이 보험을 가입했는데도 불구하고 혜택을 받지 못해 민원이 많았다”며 “이 부분이 해결돼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 잘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증치매의 경우 보험금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하는 등 도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자료= 각 사

기존 치매보험은 어떤 게 있나

신상품이 아닌 기존의 치매보험도 각 보험사의 보장 범위와 혜택, 보험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고려해 볼 수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는 LTC(Long Term Care, 장기요양상태) 관련 특약을 제공하는 치매보험이 있다. 이 상품들은 LTC 발생에 따라 보험금을 미리 지급받거나 진단금을 받을 수 있다.

신한생명은 신상품 이전에도 경증에서 중증의 치매를 9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실버세대 맞춤특약으로 노인성 질병까지 보장하는 게 이전 상품의 특징이다.

동양생명은 기존에 중증치매와 중등도치매를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생명보험 업계 최초로 간편고지상품을 내놨다.

하나생명은 진단비와 생활자금 지급은 물론 중도급부금으로 건강관리자금과 일시자금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KB생명은 치매 진단 시 진단금과 간병자금을 지급하는 중저가형 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며, 흥국생명도 생활자금(간병비)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DGB생명도 매월 장기요양 생활비를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며 가장 큰 특징은 비갱신형이라는 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민원과 니즈에 따라 경증치매에 대한 보장 상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새해엔 이 같은 보장이 당연하게 됐다”며 “앞으로 새롭게 출시될 치매상품은 경증치매 보장 외에 어떤 혜택이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