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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미래전망] 2019 CES를 통해서 미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
이성민 미래전략가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1.14  08:11:30
   

2019 CES에 드러난 중국의 변화

국제가전박람회(CE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019년 1월 8일 화요일부터 11일 금요일까지 개최 중이다. 국제가전박람회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해 매년 열리고 있다.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가전전시회의 최고봉으로 자리 잡았다. 라스베이거스로 개최지가 옮겨진 것은 1995년 1월부터다.

CES에서는 TV나 오디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전자제품은 물론 첨단 가전제품도 선보인다. 따라서 미래의 가전제품과 기술 동향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VCR(1970), CD플레이어(1981), DVD(1996), 포켓PC(2000) 등 첨단 가전제품들이 모두 CES에서 첫 선을 보였고, IoT, HDTV, 드론(2015), 디지털 헬스케어(2016), 자율주행차, 증강현실, 5G LTE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등도 CES 전시를 통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2019 CES의 화제는 신제품이 아니다. 2019 CES의 화제를 집중시키는 것은 중국의 잠수이다. 최근 10년간 CES뿐 아니라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IFA(유럽 가전박람회) 등의 각종 글로벌 전시회를 주도했던 중국 기업들은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2019 CES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CES 주관사 미국소비자기술협회는 2019 CES 참가 중국 기업이 1211곳이라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1551개와 비교하면 300개 이상 줄어든 수치다. 전체 참가 기업 4500개 중 25%이긴 하지만 주춤한 기세다.

자율주행차 솔루션, 인공지능(AI), 스마트홈 등을 앞세우며 기술력을 강조하고 나섰던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등은 아예 행사장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전시 규모를 줄였다. 미국 언론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중국 기업에 대한 관세 문제가 논의 중인 마당에, 중국 기업이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가전쇼에 자리를 채울 이유가 있겠느냐는 해석이다. 한 마디로 들러리는 싫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 기사의 대결

2016년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대결이 펼쳐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한국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대국. 인류 역사 초유의 일이었다. 2016년 3월 9일부터 10, 12, 13, 15일 열린 5번기 대결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4 대 1로 승리했다. 알파고는 1국에서 186수 백 불계승, 2국에서 211수 흑 불계승, 3국에서 176수 백 불계승을 거뒀다. 4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180수 백 불계승으로 1승을 이뤄냈으나, 5국에서 다시 알파고가 280수 백 불계승을 거두며 최종 승리했다.

이세돌과의 대결 이후 알파고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그 결과, 10개월 뒤인 2016년 12월 29일부터 2017년 1월 4일까지, 인터넷 바둑사이트 2곳에서 세계 최고수들과 총 60판의 바둑을 둬서 전승했다. 그중에는 한국 랭킹 1위 박정환 9단과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도 있었다. 이 두 기사도 알파고와 싸워서 각각 5패와 3패를 기록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 비법은 자기 학습 기능. 2015년 10월 판후이 2단과 대국을 치른 이후, 알파고는 대폭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세돌 9단과의 1국 전날인 2016년 3월 8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가 자기학습으로 지난 5개월 동안 스스로 학습하면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마치 무공 대결 전 무인의 초식 공개 같았다.

   
▲ 로욜의 폴더블폰 '플렉스파이'. 뉴시스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몽

2012년 11월 29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추대되었다. 마오쩌뚱,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에 이은 5세대 지도자였지만, 중국 언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 세대 지도자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극찬했다. 이에 대한 해외 언론의 반응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일방적 찬사 정도로만 간주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중국 언론의 보도대로 시진핑 국가주석은 실제로 전 세대 지도자들과 다른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몽(中國夢)이라는 백년대계를 가지고 있었다. 덩샤오핑의 외교 교시 백년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무시하고, 과거 세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전통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웅지를 드러낸 것이다. 경제와 군사 패권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몽에 대한 의지를 취임식 당일 첫 번째 공식일정 국가박물관 ‘부흥의 길’(復興之路) 전시물 관람 이후 연설을 통해 밝혔다. 이 전시는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서구 제국주의와 일본 제국주의와 맺은 불평등 조약과 관련된 사진 자료와 기록물들, 그리고 외국인의 침략으로 중국인들이 입은 참상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물망국치(勿忘國恥, 나라의 치욕을 잊지 말라) 구호가 붙어있는 국립박물관 건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고 말했다.

2018년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중국 헌법에서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2964표 중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99%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개헌 전 중국 지도자의 임기는 10년 제한이었으나, 개헌 후에는 ‘종신집권’도 가능하게 되었다.

 

바둑의 본질과 구글의 오류

자기 학습 기능을 가진 알파고는 바둑 프로기사를 이겼다. 향후 점점 더 자가발전하는 알파고를 이길 바둑 프로기사는 없을 것이다. 알파고는 바둑 세계 챔피언이다.

그렇다면 알파고는 어떻게 바둑 프로기사를 이길 수 있었을까? 자기 학습 기능을 가진 알파고는 바둑의 본질을 수학으로 이해했다. 가로 세로 각각 19로의 격자 바둑판에서, 기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19! 곱하기 19!, 즉 361!로 정리한 것이다. 전자계산기는 계산이 불가능한 무한대의 정답은 1.4379 . . . X 10의 768제곱이다.

미국이 보면 바둑은 답 없는 철학이 아니라, 답 있는 수학이다. 서예와 마찬가지로 바둑도 쓸데없는 놀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자기 학습 기능으로 풀어헤친 것이다.

하지만 인격수양의 도구 바둑을 수학으로 정리하는 것은 단기적 승부만을 위한 분석일 뿐이다. 바둑은 수학이 아니라 철학이다. 위기십결(圍棋十訣)과 같은 무수한 격언을 만든 군사학이자 심리학이며, 정치학이자, 행동학이다. 알파고는 바둑 프로기사를 이길 수는 있어도, 바둑의 격언을 터득할 수는 없다. 바둑은 관계학의 도구다.

200년 전 영국도 현재 미국처럼 중국을 과소평가했다. 그래서 영국은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아편 판매를 강행했고, 반발하는 중국을 1841년 9월 아편전쟁으로 억눌렀다. 총포를 앞세운 영국을 재래식 무기와 무술로 무장한 중국이 이길 수 없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라든지 ‘힘을 뺄수록 위력은 증가한다’ 같은 격언은 중국 무술의 지향점이 승리가 아니라 인격수양이라는 사실이라는 알려준다. 그렇지만 증기기관을 장착한 군함과 대포, 총으로 무장한 영국 군대에게는 공염불이었다. 그래서 영국은 중국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중국은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

2019 CES에 300개 중국 기업의 참여가 줄어든 것을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200년 전의 영국이 군함과 대포, 총으로 중국을 압도했듯, 미국도 과학기술로 중국 역사 5000년을 산술정리한다. 그러나 중국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전술을 고스란히 수용해서 미국 경제 침체의 부메랑으로 되갚을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바둑의 자충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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