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2013년 SK에너지의 인천CLX가 인적분할되어 설립되었다. 정유 및 석유화학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이 최대주주로 회사 지분 68%(보통주 기준 100%)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SK인천석유화학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SK인천석유화학이 회사채를 발행한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높은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은 수월할 전망이다. 다만, 유가변동과 중국의 PX 공급 등의 이슈 등에 다소 민감하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AA-, 안정적)은 오는 14일 총 30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는 3년물 1000억원, 5년물 1100억원, 7년물 500억원, 10년물 400억원이다. 금리밴드는 3년물과 5년물 개별민평 수익률 산술평균의 –15~+15bp, 7년물과 10년물은 –10~+20bp다. KB증권이 주관한다.

조달자금 중 2700억원은 올해 9월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차환에 이용된다. 2000억원은 지난 2014년 6월 원유 매입대금 지불을 위해 5년물로 발행한 1500억원 차환에 이용된다. 남은 700억원은 2016년 회사채 차환 목적으로 발행한 3년물 700억원에 대한 재차환 용도다.

그 외 300억원은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에 대한 매출채권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채무 상환액이다. 불확실한 금융시장 및 유가 전망, 하반기 예정된 정기보수 등을 감안해 상환자금 조기 확보하기 위한 방침이다.

1월 효과 및 기존 판매 상황을 감안하면 흥행이 예상된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17년 발행한 1500억원 회사채에서 총 7350억원의 청약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역시 2000억원 모집에 8650억원이 모였다. 통상 연초에는 기관 자금집행이 다시 시작되므로 채권시장 강세 분위기가 형성된다.

안정적인 재무구조, 모기업과의 높은 사업긴밀성

SK인천화학 사업구조는 안정적이다.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다각화되어있으며 계열사 등과 사업 긴밀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의 99%인 6조6665억원이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발생한다. 원재료매입 및 판관비 등의 56.6%인 3조8108억원이 SK Energy International 등 계열사에서 비롯된다.

사업의 70%는 석유제품 생산 및 판매다.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이 주요 품목이다. 나머지 30%는 파라자일렌(PX), 벤젠 등의 석유화학제품이다. 특히 2014년부터 경질유 및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정제설비와 PX설비 등을 증설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생산능력을 확보, 마진율을 높여 운영효율성을 제고했다. 

효율성 증가와 우호적 업황 환경 등이 맞물려 지난 2017년에는 사상최대 영업이익(3966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개선으로 현금 유동성도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누적 4798억원이다. 영업현금창출능력도 준수하다. 연평균 4000억원 수준의 영업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3329억원이다.

▲ SK인천석유화학의 현금성자산 및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현금 유동성 증가 등으로 재무안정성도 개선됐다. SK석유화학의 지난해 3분기 총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은 3.9배다. 순차입금 의존도도 20.3%에 불과하다. 단기차입금 규모도 낮은 편이다. 총 차입금 1조7445억원 중 만기가 1년 이내인 사채 및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0%인 3577억원이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조정영업현금흐름(OCF)/순차입금 전망치를 전년 대비 15.6%p 늘어난 31.2%로 분석했다. 순차입금의존도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인 16.9%로 봤다.

자본적지출(CAPEX)도 적다. 지난 2014년 PX 등의 대규모 설비 증설 이후로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자본적지출은 404억원이었다. 올해는 정기보수 등으로 대략 1000억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SK인천석유화학의 자본적지출(CAPEX).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계열 영업기반 및 높은 운영효율성 등에 바탕한 우수한 사업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시현하며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제품기반과 계열사 중심의 영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 “주력 제품의 수급여건이 우수하며 생산효율성도 우수하다”라고 언급했다.

실적 변동성 있어... 유가변동과 중국 PX공급 확대가 문제

SK인천석화의 실적 변동성은 주의할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에 영향을 받는다. 석유부문 사업구조가 원유수입 → 정제 → 판매의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원유 매입액은 매출원가의 74.5%에 이르는 4조7898억원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부터 유가가 급등해 피해를 봤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3월 배럴 당 60달러 대에서 73달러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유가 상승에 따른 구매비용 증가로 운전자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240억원 차감됐다. 운전자금 감소 영향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330억원을 기록했다.

▲ SK인천석유화학의 잉여현금흐름(FCF).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게다가 지난해 11월 이후 유가가 폭락하면서 재고관련 손실도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 당 최고 84.1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같은해 12월에 57달러 대로 폭락했다. 비싸게 샀지만 싸게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유 매입 및 정제시차는 통상 1~2개월 정도다. 중동지역 운반에만 대략 40일이 걸린다.

신용평가사들은 유가 급락 등에 따라 SK인천석유화학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회계처리 시 재고자산 평가 손실이 반영돼 자산도 소폭 저하 될 것으로 보인다. 원가와 실제가치를 비교해서 실제가치가 더 낮으면 이를 손실로 반영하는 것이다. 단, 평가 손실은 차후 판매가 되면 해당 분기에 다시 환입되므로 주요한 사항은 아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 당 65~80달러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PX자급정책이 문제다. 중국의 내년 이후 PX 증설 규모는 1100만톤 이상에 이를 전망이다. 연 평균 세계수요 증가량 180만톤을 한참 상회한다. 이로 인해 중국의 PX 자급률은 50% → 80%로 상승할 전망이다.

▲ 세계 PX 생산능력 및 수요 증가량 예측과 가동률. 출처=한국기업평가

SK인천석유화학의 PX 매출이 전체의 20% 내외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영업이익 의존도 높은 만큼 이와 같은 상황은 부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단, 시장 여건에 따라 주요 제품의 생산량 조절이 가능한 여력은 있다는 평가다.

추가 채무부담 요인도 있다. 올해 12월 800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콜옵션 기일이 도래한다. 리파이낸싱 방식 등에 따른 채무부담 증가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3년 PX설비 신설 등을 위해 투자받은 자금이다. 만기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자금을 회수하거나 웃돈을 얹어 되사는 방법 등으로 상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누적배당금(2000억원 내외)도 있다. 단,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차환은 큰 무리없을  전망이다. 누적배당금 지급도 재무여력 대비 부담스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수석연구원은 “유가급락으로 인한 재고손실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동년 4분기 실적은 상당 폭 둔화될 전망이다”라며 “RCPS의 경우 리파이낸싱 방식 등에 따라 채무부담 증가 가능성은 있으나 차환은 용이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홍석준 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중국시장의 PX 등의 설비 증설로 인한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시장 여건에 따라 주요 제품의 생산량 조절이 가능하고, 원재료 측면에서도 경질원유 등을 탄력적 투입할 수 있으므로 수급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일정 수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유가 및 환율 등 외생변수 모니터링과 예측 강화,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위한 헷지 등의 선제적 대응으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중국의 PX 증설 우려는 지속적으로 나왔던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같은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 시황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올해 PX 시황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