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SK이노베이션이 SK그룹의 사업방향인 ‘딥체인지(Deep Change)’를 강조하면서 전통 정유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특히 김준 사장은 연초부터 배터리·소재 공장을 직접 방문하고, 미국 CES에 참석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제2의 반도체’사업으로 키우려고 하는데, 그 중심에 SK이노베이션이 있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가운데)이 CES 2019 SK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출처=SK이노베이션

김준사장 광폭행보 ‘배터리·소재’중요성 강조

SK이노베이션은 전통적인 정유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기차 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생산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본격 나서고 있다. 김준 사장은 올해 초부터 SK이노베이션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첫날 서산과 증평에 위치한 배터리·소재 공장을 방문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CEO들이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의 핵심 생산기지인 울산CLX를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행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서도 “배터리사업은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주를 지속 확대해 글로벌 탑티어 지위를 유지해야 하고, 소재 사업은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에 이은 FCW(Flexible Cover Window)를 새로운 성장옵션으로 시장 내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준 사장은 국내 일정을 소화한 뒤 바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4일에는 조지아 주정부와 배터리 공장 증설에 대한 투자 양해 각서 체결식에 참석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어 8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9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도 김 사장은 배터리·소재 사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사장은 CES 2019 현장에서 “배터리, LiBS, FCW를 미래 주력 사업으로 하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자동차의 미래 모습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은 중요한 의미로 다가 온다”면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함께 이들 배터리·소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원 전략회의도 CES 2019 SK이노베이션 부스에서 열었다. 이 회의에는 김준 사장과 윤예선 배터리 사업 대표, 각 사업의 전략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주된 논의 내용은 비즈니스모델(BM)혁신이었다.

김 사장은 BM혁신속도를 높이기 위해 3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글로벌 성장, 환경 이니셔티브, 기술 리더십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김 사장은 “CES를 통해 확인한 혁신 속도를 능가하는 BM 혁신으로 성장해 나가면서 글로벌 경영 전쟁 현장서 이길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면서 “글로벌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구조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일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배터리의 중요성도 전략회의에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는 기기들에 배터리가 사용되는 일명 사물배터리(BoT·Battery of Things)시대를 언급한 것이다.

김 사장은 “CES에 나온 모빌리티 관련 기술과 트렌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가장 핵심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가 생산하는 배터리가 들어간 운송수단(Vehicle)을 이용하는 고객들 관점에서 가치를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 낼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우리 모빌리티 관련 사업들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 SK이노베이션이 LiBS생산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LiBS·FCW' 삼각편대 출격 완료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이 주력인 회사다. 현재 대부분의 매출액이 정유·석유화학서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공식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밝히기 힘들고, 배터리 생산이 본격화되는 2020년경부터 유의미한 매출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LiBS, FCW의 배터리·소재 3각편대를 앞세우면서 비정유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나가고 있다. 미래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실히 정하면서 유의미한 매출이 나올 때까지 투자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부문에서는 유럽(헝가리), 중국, 미국등 3곳의 생산거점에서 배터리 공장 증설을 진행중이다. 2022년 3곳의 공장이 본격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면 국내 서산공장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총 생산규모는 30GWh(기가와트시)에 이르게 된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LiBS도 세계 2위의 점유율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1위 도약을 꿈꾼다. SK이노베이션의 중국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의 LiBS 연간 생산량은 한국의 증평 공장을 포함해 연간 8.5억㎡까지 확대된다.

FCW는 휘어지거나 접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SK이노베이션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유연기판 브랜드명이다. FCW 제작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특수 하드코팅 기술과, 기능성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PI)제조와 하드코팅과 기능성 코팅까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분기 증평 LiBS공장 내 부지에 400억원을 들여 올해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FCW 양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 FCW 구조와 굽힘 형태. 출처=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