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븐 앤 아이 홀딩스의 사업 영역. 출처= 세븐 앤 아이 홀딩스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는가를 물으면 여행의 지역을 막론하고 십중팔구는 아마 ‘편의점’ 혹은 ‘편의점 음식’을 꼭 이야기할 것이다. 그만큼 일본에서 편의점은 국민들의 생활에 있어 절대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중요한 유통 채널이다. 심지어 편의점의 인력 수급을 일본에서는 중요한 경제 지표로 다룰 정도이니. 이렇게 일본을 편의점 왕국으로 만든 주역은 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의 운영 주체이자 일본의 유통대기업 ‘세븐 앤 아이 홀딩스(セブン&アイ・ホールディングス)’다. 과연 세븐 앤 아이 홀딩스는 어떤 기업일까?

‘세븐일레븐’의 시작은 미국? 

일본 하면 떠오르는 편의점이 세븐일레븐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세븐일레븐을 일본 브랜드로 알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렇게 생각해도 될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사실, 정말 ‘의외로’ 세븐일레븐이라는 브랜드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세븐일레븐은 미국 텍사스 주의 제빙(製氷)회사 사우스랜드(Southland Ice Company)에서 시작됐다. 사우스랜드는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했는데 이 시간 동안 얼음과 함께 빵이나 우유 등 간식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오후 5시나 6시가 넘으면 대부분의 식료품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사우스랜드는 인근 소비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러한 운영은 이후 모든 편의점 운영의 시초가 된다.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확인하자 사우스랜드는 자사의 운영 시간인 (오전7시~오후11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46년 세븐일레븐(7-ELEVEn)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운영한다. 이것이 세븐일레븐의 시작이다.    

▲ 미국 제빙업체 사우스랜드의 세븐일레븐. 출처= bccpli.org

이후 1974년 사우스랜드의 세븐일레븐은 일본의 유통기업 이토요카도(イトーヨーカドー)와 합작해 일본에 진출한다. 그런데 세븐일레븐의 원조인 미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하고 급기야 이토요카도는 2005년 ‘7-Eleven Inc’로 회사명을 바꾼 사우스랜드의 주식을 모두 사버리고 미국 본사를 세븐일레븐 재팬의 자회사로 만들어버린다. 이후 이토요카도는 세븐일레븐과 이토요카도를 합친 지주회사 ‘세븐 앤 아이(7&i) 홀딩스’를 출범시키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운영은 별도의 자회사에 일임한다.  

우리나라의 세븐일레븐은 1989년 롯데가 일본에서 브랜드를 들여와 서울시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상가에 문을 연 1호점으로 시작됐다. 

소비자 생활 접점 사업 “다 한다!”

기업의 이름에서 주는 느낌을 감안하면 세븐 앤 아이 홀딩스는 편의점 사업이 주력인 것 같지만 실제로 이 기업의 사업 영역은 편의점부터 슈퍼마켓, 백화점, 전문점, 은행, 인터넷 사업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종합 유통 서비스 그룹이다.
세븐 앤 아이 홀딩스가 유통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미국 세븐일레븐을 인수한 2005년 일본의 백화점 브랜드 소고(そごう)와 세이부(西武)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후 광범위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간다.  

현재 세븐 앤 아이 홀딩스의 주력브랜든 기본적으로 편의점 세븐일레븐 그리고 이토요카도의 본업인 슈퍼마켓 체인 ‘이토요카도’가 있다. 그 외에 백화점 브랜드 ‘세이부(SEIBU)’, 종합잡화점 로프트(loft), 유아용품 전문점 아카짱혼포(アカチャンホンポ), 서양식 레스토랑 데니스(Denny’s), 온라인 쇼핑 사이트 세븐넷쇼핑(セブンネットショッピング) 그리고 세븐은행(セブン銀行)으로 금융업까지 진출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세븐은행의 글로벌 제휴사들. 출처= 세븐은행

특히 세븐은행은 우리나라의 신한은행, 우리은행을 포함한 전 세계 수백 개의 은행과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 Card)등 카드사 그리고 간편 결제 시스템과 연결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은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세븐은행의 제휴 금융사를 이용하는 이들은 일본 전역에 약 2만5000대가 설치돼있는 세븐ATM 기계에서는 하루 24시간 중 언제든지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일본 세븐일레븐은 모기업의 운영 방향을 그대로 이어받아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공연이나 전시회의 온라인 예매 티켓을 직접 수령하는 장소로 쓰인다거나, 행정서류를 발급하고 전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단기 자동차 보험(미츠이 스미토모(三井住友) 해상 ‘하루 500엔’ 자동차 보험)을 신청하는 보험대행 서비스도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세븐일레븐의 정체성을 반영한 ‘건담 프라모델’도 판매한다.

▲ <기동전사 건담> 30주년 기념 건담 프라모델 세븐일레븐 컬러 한정판. 출처=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개인소장품

이처럼 유통업을 기반으로 한 세븐 앤 아이 홀딩스의 생활밀착형 서비스 확장은 일본 국민들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경영 방침에서 시작됐다. 특히 일본 세븐일레븐의 생활 서비스 제공은 이후 우리나라의 편의점이 2010년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것에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어두운 이면 ‘갑질의 온상’ 

세븐 앤 아이 홀딩스의 유통업계 내 영향력이 큰 것과는 별개로 일본에서는 이 기업을 굉장히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 바로 큰 영향력을 앞세운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갑질’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세븐일레븐의 가맹본사는 점주들에게 악독하기로 유명하다. 가맹점이 본사의 정책에 잘 따르지 않거나 저항하면 인근에 새로운 점포를 세우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보복(어느 나라 피자브랜드의 사례와 굉장히 비슷한...)한다. 이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던 점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적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이러한 점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한다. 또 일단 점포를 무조건 많이 열고 보는 ‘도미넌트 전략(ドミナント戦略)’으로 편의점의 과포화를 이끈(이것도 어디선가...) 브랜드로 많은 일본인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