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놓고 웃기려고 만든 영화 <극한 직업> 출처= CJ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스물>이 인기를 끈 것은 20대 젊은 세대들이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온갖 드립(말장난)으로 관객들을 쉴 새 없이 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 이병헌 감독의 넘치는 개그 욕심과 그 욕심의 구현이 어색해지지 않는 철저한 계산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번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그의 익살은 영화 곳곳에서 빵빵 터뜨리는 웃음 포인트를 만들었다.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 대놓고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영화를 찾는다면 <극한직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극한직업>은 우리나라 최대의 마약 밀매 조직 수사를 위해 범죄 집단의 근거지 앞집에 치킨집을 차린 마약수사반 형사 5명의 이야기다. 이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형사들은 수사보다 치킨집 운영에 더 정성을 쏟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주연의 캐스팅부터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악역을 맡으면 세상 악독한 악역을 보여주고 웃기기로 마음먹으면 특유의 진지하고 애절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웃겨버리는 주연배우 류승룡의 마약수사반 '고반장' 기용은 그야말로 베스트 초이스였다. 여기에 <범죄도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조선족 조폭을 연기한 배우 진선규는 <극한직업>에서 수다쟁이 '마형사'를 맡아 시종일관 말장난을 하며 영화의 가벼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영화 <부라더> 이후로 이제는 코믹 영화 연기에 최적화가 돼버린 배우 이하늬, <응답하라 1988>에서 개그 담당을 맡아 드라마의 인기를 ‘하드캐리’한 배우 이동휘까지. 어리버리 신참 형사를 맏은 배우 공명도 본연의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다. 

▲ <극한직업>은 악역 캐릭터 설정도 다른 범죄수사물과 다르다. 웃기다. 출처= CJ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은 악역 캐릭터들도 기존 범죄 수사물과 궤를 달리한다. 이전의 범죄수사물 영화들에서 악역들은 하나같이 악행에 있어 상당히 지능적이면서도 잔인한 ‘사이코패스’ 성향들이 많았다면, <극한직업>의 악역들은 어딘가 하나같이 어딘가 약간 ‘모자란’ 모습을 보여준다. 

극중 악역인 마약 거래상 이무배(신하균)와 테드 창(오정세)는 과거의 ‘어떤’ 이유 때문인지 만나기만 하면 쉴 새 없이 상대를 비웃고 무시하는 욕설들을 주고받는다. 말빨이 되는 두 배우의 빠르게 치고받는 욕 대결은 그야말로 빵 터지는 웃음을 자아낸다.

또 영화 곳곳에서 보이는 다른 영화에 대한 오마주나 패러디들은 이병헌 감독의 미친 듯한 개그 감각을 잘 보여준다. 

진지한 잣대를 들이밀자면 한없이 ‘촐랑대는’ 영화다. 그러나 이병헌 감독은 생각 없이 웃고 즐기고자 하는 가벼운 영화의 대가다. 영화 <극한직업>은 감독의 센스가 ‘극한’으로 묻어나는 작품이다. 

영화의 가벼운 분위기 가운데서도 우리 사회에 던지는 나름의 메시지가 (아주 살짝) 담겨있기도 하다. 그 메시지가 담긴 고반장의 대사로 이번 영화돋보기를 마치고자 한다. 

“잘 모르나본데, 소상공인들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야, 이 XX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