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사람중심의 경제’와 ‘혁신적인 포용국가’를 강조하며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겠다는 올해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과 남북관계 개선에만 매달려 정작 국가경제와 국민들의 민생은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담화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경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였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실업률을 보이는 등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을 맞이한 바 있다. 지난 연말 경제부총리를 교체하고 최근에는 청와대 참모진까지 전면 쇄신한 문재인 정부가 과연 올해부터는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 비해서는 내년, 내년에 비해서는 내후년의 세계경제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문재인 정부에게 있어 적잖은 부담이다. 우선 당장 직면한 문제는 지난해 세계 경제에 적잖은 리스크로 작용한 미중 무역 분쟁이 어떻게 결론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달 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극단으로 치닫던 무역 전쟁을 90일 간 멈추고 물밑 협상 작업에 돌입하기로 하였지만, 만약 이 기간 중 양측 모두의 명분과 실리를 살릴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는 다시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지속되어 온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해부터 금리 인하 및 양적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종결한다는 점 역시 한국 경제로서는 악재다. 2015년 12월 가장 먼저 제로금리시대 종식을 선언한 미 연준은 올해도 2~3차례에 걸친 추가 금리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 같은 긴축에 동조해 2015년 3월 이후 유로존 내 경기부양 목적으로 실시해 온 매월 6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난해부터 300억 유로, 150억 유로 규모로 각 축소한 데 이어 올해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 논의까지 예정하고 있다. 확실히 저금리, 양적완화 시대는 끝났고, 지금까지의 ‘비정상화’는 자의든 타의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통화 정책을 좇아 지난 십 수 년 간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정책을 진통제 삼아 고통을 잊고 살아 온 한국 경제가 그 부산물인 가계부채, 기업부채의 부담을 극복하고 미국, 유럽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를 예측한 ‘닥터 둠(Dr.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비롯해 JP모건 등 상당수 투자은행들의 예측이 맞다면 2020년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2009년 이후 연간 경제성장률 2%를 맞추기 위해 시행해 오던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미 행정부 재정적자정책은 2020년을 기점으로 한계에 다다라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저금리, 양적완화 정책에 맞물린 세계적인 자산거품 현상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 발생 당시와 매우 흡사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물러설 곳도, 변명거리도 없다. ‘외우내환’의 경제위기 상황을 맞이한 문재인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올 한 해 실력으로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뿐이다.